티켓 뒷면에 보면 적혀 있다. 4번 항목이다.
-안전을 목적으로 "협회"가 실시하는 모든 검색 및 기타 조치에 협력한다.
철문을 통과하려는데 형광색 조끼입은 검색 요원들이 물병의 뚜껑을 가져갔다.
처음에는 뚜껑을 여는 게 인화물질이 담겨 있는지 확인하려는 조치인줄 알았다.
내용물은 상관없고 뚜껑만 가져가면 되는 게 그들의 임무였다.
이런! 뚜껑을 딴 채로 물병을 갖고 다니란 말인가?
왜 이러느냐? 어이없다.
병뚜껑이 있으면 병을 던질 수 있다나 뭐라나?
나는 그런 일 없을테니 뚜껑을 돌려달라고 했다. 한 방울도 마시지 않은 물병을 뚜껑없이 들고 다닌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느냐?
좋게 말하면 돌려줄 줄 알았다. 막무가내였다.
사정을 해도 받아 들여지지 않을 때 남은 감정은 표현하기조차 역겨운 것이었다.
병 뚜껑을 돌려달라고 사정하고 안된다고 받아치고 짜증도 내고 회유도 하고...이 모든 과정들이 너무 어이없고 떠올리기조차 역겨워서 시합을 보는 내내 언짢았다.
나는 왜 굳이 고집을 피웠을까?
그냥 편법을 쓰면 되지 않았을까?
잠깐 차에 들러 물병을 아예 놓아두고 올테니 뚜껑을 돌려달라고 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그리고는 나가서 검색요원들의 눈을 피해 물병을 안주머니에 넣고 돌아와 병 그냥 놓아두고 왔어요 하는 방법이 있었다.)
아니면 바닥에 굴러다니는 물병 뚜껑을 하나 더 가져와서는 마치 내가 갖고 온 물병의 뚜껑인 듯 연기하는 방법도 있었는데
(호주머니에는 실제 물병 뚜껑을 숨겨 두고 있다가 입장한 다음 물병 입구를 닫는 방법이 있었다)
그런 생각을 못한 것은 몇 마디 하다 보면 돌려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 사람들을 믿지 않을 것이다. 검색대에 서 있는 사람들을 믿지 않을 것이다.
영국에서 칼모양의 편지봉투 개봉 기구를 갖고 인천공항에 들어와서 검색에 걸렸을 때에도 공항직원에게 잘 말하니 그냥 돌려주었는데 이번에는 좀 심했다.
경기를 보면서 주변을 살피니 뚜껑 닫힌 물병이나 음료수병을 많이들 갖고 있었다.
맥주캔이나 암바사 500ml 병은 아예 매점에서 팔았다.
아르바이트생들 시킬 일이 없어서 물병 뚜껑 따는 일을 다 시키는가?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검문 검색의 최초 기준과 발상은 어떤 사람 머리에서 시작되었는지 사뭇 궁금하다.
물병 뚜껑 통제하기 전에 축구 발전이나 신경썼으면 하는데....
상봉초등학교 축구부원들의 손과 발 앞에는 뚜껑 있는 게토레이가 당당하게 있다.
싸인볼이 500개나 날라왔는데 볼 하나가 좌충우돌하며 달려오더니 내 아픈 무릎을 때리고 다른 사람 손에 가 버렸다. 일어나지 않고 앉아 있었다면 잡을 수 있는 높이였는데.... 별 게 다 거슬린다.
가지 말아야 했을 예선전인가? 선수들은 팀워크 보다는 골욕심만 내고....
Man of the Match는 카타르 골키퍼가 되는 게 당연했다.
다음번에는 방비하리라.... 날 검색할 수 있으면 검색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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