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2023 밤섬 환경마라톤(2023/11/04)-HALF 194

HoonzK 2023. 11. 7. 17:40

 달리기 힘들어 중도 포기하거나 아예 뛰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끝까지 달려내었기 때문에 marazone 기록 검색에서 '존재하지 않는 배번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이름입니다'라는 공지를 받기 원한 건 아니다. 지독한 감기 몸살로 고단하기 이를 데 없어서 하차해야 할 여의나루역을 지나치기도 했고, 출발을 코앞에 두고 한강시민공원 벤치에 누워 모기에 뜯겨 가며 25분간 잠을 청하기까지 했지만 끝내 나는 하프를 완주했다. 6백 미터 쯤 달렸을 때 옆 주자가 밟은 물이 내 신발과 양말을 흠뻑 적셨지만 짜증을 내진 않았다. 어제 비가 내렸고 주로가 혼잡한 탓인데 옆 주자를 어떻게 탓하겠는가? 그저 나도 같은 실수를 주위 달림이에게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며 마음을 달래었다. 5킬로미터 반환점에서 돌아오려다 10킬로미터 반환점까지 나아갔고 그도 넘어 기어이 하프 반환점까지 갔다가 왔다. 힘들었지만 여자부 1위로 달리는 설아님을 소리 높여 응원하기도 했다. 지지부진한 발놀림을 거듭하다가 20킬로미터를 넘게 달린 후에야 2시간 페이스메이커를 제칠 수 있었는데 분전한 기록이 없었다. 나 스스로 측정한 시계로 1시간 57분대 초반으로 달렸다고 주장하면 되는 것인가? 기록증도 없이. 
 
※ 여기까지가 기록을 문자로 받지 못했을 때의 글이다. 완주한 지 5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기록이 도착했다. 
 
01:57:03.60 
 
 

 
 
 

2023 밤섬 환경마라톤. 여의도이벤트광장.
오늘 사회자는 해병대 정의님이었다. 나를 본 정의님은 내일 JTBC 서울마라톤 풀코스 출전을 앞두고 어떻게 나왔느냐고 물었다. 지인들에게 수도 없이 답한 대로 선착순에 밀려 접수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비가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선한 날씨였다. 흐린 날씨에 쾌적한 느낌마저 들었다. 몸 상태만 좋았다면 기록이 잘 나올 날이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도 있었던 몸을 이끌고 가니 첫 1킬로미터 6분 20초, 2킬로미터 11분 55초였다. 1시간 59분대에 필요한 1킬로미터 5분 40초, 2킬로미터 11분 20초에서 밀리고 있었다. 2시간 페이스메이커와의 간격은 50미터에서 100미터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5킬로미터 급수대가 왼편에 있어서 물을 마시지 못했는데, 7.5킬로미터 급수대마저 왼편에 있었다. 그 때는 길을 가로질러 초코파이, 생수, 펩시콜라를 섭취했다. 10킬로미터를 달렸지만 2시간 이내 완주는 멀어 보였다. 2주 전 2시간 페메는 12킬로미터 지나서 따라잡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2시간 이내 완주가 문제가 아니라 완주 자체가 문제일 수 있었다. 어떻게든 달리고 있지만 전날 밤, 새벽 내내 거친 기침을 뱉어내느라 애먹었던 상태가 또 발생하면 어쩔 수 없이 레이스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되는 데까지 해 보긴 해 봐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10.55킬로미터를 달린 이상 다시 10.55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했다. 달리든 걷든 어떤 방식으로든. 가양대교, 안양천 합수부, 월드컵대교, 성산대교, 서강대교, 마포대교...... 한두번 달렸던 코스가 아니니 익숙하다는 이유로 도움은 받고 있었다. 광화문마라톤클럽 페메의 붉은 옷과 하얀 풍선은 무척 가깝게 보였지만 페메를 따라잡아야 2시간 이내 완주가 가능한 것이 맞을까, 하고 되묻고 또 되물었다. 4천명이나 참가한 이 대회에 페메가 없었다고 상상해 보자. 그러면 알아서 달리지 않았겠는가. 페메 추적의 부담을 줄이자. 초반에 잃어버린 속도 때문에 5분 20초, 5분 30초로 달리기도 해야 하지만 달린 거리가 늘어나면 5분 40초가 아닌 5분 50초, 6분 00초로 달려도 되는 여유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놓지 않았다. 15.1킬로미터 이후 맹공을 퍼붓는 식의 레이스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고작 하프를 달리면서 잠을 못 자고 15시간 동안 100킬로미터를 달렸던 기억까지 끄집어 내었다. 그 때는 지금보다 힘들었다고. 7.5킬로미터 남기고 만난 급수대에서는 코카콜라를 찾아 마셨다. 김빠진 상태라 아쉬웠지만. 마지막 급수대에서는 포카리스웨트도 있었는데 컵이 없었다. 컵이 없어서 수분 보충이 필요한 주자들은 병을 통째로 들고 입에 부어야 했다. 컵이 다 떨어졌나 봐요,라고 물으니 급수대 운용요원들이 네, 그냥 병째 들고 바로 드셔야 해요, 라고 했다. 
 
100미터, 50미터, 30미터. 17킬로미터 이후에는 2시간 페메와의 간격이 줄었다. 설마 1킬로미터도 남지 않았을 때 제치는 일이 있으려나 싶었는데 정말 골인 지점이 7백 미터 쯤 남았을 때 제칠 수 있었다. 그 이후에는 힘들었지만 열심히 달린 것 같긴 하다. 기록이 1시간 59분대 후반이 아니라 1시간 57분대 초반이 되었으니. 감기 몸살 기운이 심했던 몸은 하프를 달리고 나자 오히려 나아졌다. 10킬로미터 참가자들은 너무 많아 짐을 찾을 때 긴 줄을 서야 했지만 하프 주자들은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땀으로 젖은 상태에서 1분만 늦게 옷을 갈아 입었으면 감기가 더 심해졌을 것이다. 수면 부족에 춘마 과로로 엉망이 된 몸. 올해 들어 가장 아픈 몸인데 빨리 낫기를. 
 
 

입을만한 티셔츠로 벌써 최애 옷이 되었다.

 

 
 

지난 여름 달렸던 코스이고 그 떄와 기록이 비슷하다.

 
 

이 조형물에서 멀지 않은 벤치에서 잠을 잤다. 11월이지만 기온이 높아 모기에게 꽤 물렸다.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사회를 보는 해병대정의님. 한때 공원사랑마라톤 사회를 도맡아 보신 적도 있었다.

 

완주 후 간식도 얻었다.

 

여의나루역 세븐일레븐에서 커피를 샀다. 1+1 2,700원

 

이건 모바일 기록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