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휴먼레이스(2023/10/21)-HALF 193

HoonzK 2023. 10. 27. 20:47

휴먼레이스
1:51:08.37
 
 전날밤 자정이 넘도록 <나혼자산다>에서 기안84가 풀코스 도전하는 사연을 보고 있었고, 대회 당일 6킬로미터를 넘기 전에 화장실에 다녀온데다, 아이유 3단 고개를 넘고도 올해 달린 14번의 하프 가운데 두번째로 빠른 기록이었다. 반환하기 전보다 반환한 후 4분이 빨라졌다. 5킬로미터를 남기고는 킬로미터당 5분 초반대까지 밟았다가 5분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급기야 마지막 1킬로미터는 4분 34초까지 뽑았다. 넋나갈 정도로 힘든 레이스는 아니었다. 다음 주 있을 춘천마라톤을 앞두고 과도한 에너지 소비는 자제해야만 했다. 골인지점을 6킬로미터를 남기고 나를 추월한 주자를 따라잡으면서 옆구리살을 잡아 보았는데 한달 전까지만 해도 한움큼 잡히던 살이 없었다. 그래도 체중 때문에 폭발적인 스피드를 올릴 수는 없어서 2킬로그램 정도만 더 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코로나 유행 이전, 그리고 햄스트링 부상 이전의 질주를 되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를 지나면서 찐 살은 어떻게든 덜어낼 수 있겠지만 나이는 어떻게 할 수 없으니. 해 보는 데까지는 해 보기로 마음은 먹었다. 해 보는 데까지 해 보다가 마침내 부활한 사람을 오늘 대회에서 만났다. 용왕산마라톤클럽의 기수님이었다. 하프를 2시간이 훌쩍 넘겨, 그것도 힘들게 골인하는 모습을 몇 달 전까지 보아왔기에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 바로 뒤에 따라가고 있는 기수님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가? 만으로도 예순이 넘어버린 이 주자는 좌절에 빠져 있다가 마지막으로 불사를 각오를 했다고 했다. 서브3까지 했던 내가 왜 하프를 2시간 10분으로도 달려내기 힘든 존재가 되었는가? 한달 간 지옥훈련을 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20킬로미터 이상을 달렸다. 그러면서 살이 빠졌고, 지난 10월 15일 가평자라섬마라톤에서는 하프를 1시간 38분대까지 달려낼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결국 살, 살, 살이었다. 
 
 대회 당일 기온은 급격히 떨어졌다. 10도 이하로 곤두박질친 날씨에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잠실청소년광장에서 배번과 기념품을 현장 수령하기가 무섭게 비를 피할 자리를 찾았다. 다행히 비는 출발 직전 그쳤다. 그 이후에는 해가 났다. 기온이 낮고 궂은 날씨에 주자들은 대부분 긴팔에 자켓까지 챙겨 입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애를 먹고 있었다. 반팔을 착용했던 나는 처음에는 객기를 부렸다가 나중에는 현명한 판단을 한 주자가 되었다. 
 
 5킬로미터: 27분 24초 86
반환점: 57분 35초 89
 
 첫 5킬로미터와 마지막 5킬로미터는 사실 같은 구간이었지만 너무 상이한 속도로 감당했다. 27분대가 축지법으로 24분대로 바뀐 느낌이랄까? 도무지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았던 2시간 페이스메이커는 아이유 3단 고개를 넘었다가 온  12킬로미터 지점에서 제쳤다. 무심코 달리다 도대체 나는 킬로미터당 몇 분 페이스로 가고 있는지 궁금해서 13.1킬로미터에서 14.1킬로미터까지 기록을 재보았다. 5분 20초였다. 다음 구간은 5분 4초, 그 다음 구간은 4분 58초였다. 오르막이 있던 17.1킬로미터에서 18.1킬로미터까지는 5분 8초였다. 그 다음 구간부터는 다시 5분 안쪽으로 들어왔다. 초반 킬로미터당 5분 30초 안팎이었던 페이스가 최종적으로는 평균 5분 16초 페이스가 되었다. 한달 전 킬로미터당 5분 28초였던 페이스가 12초 빨라진 것이었다. 그래도 후반 질주는 조금 아쉬운 편이다. 너무 빨리 달리고 있어서 주변 주자들이 '쟤 뭐야?'라고 혀를 내둘렀으면  하는 마음이다. 누군가 따라붙으며 어디를 그렇게 빨리 가세요,라고 물으면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고 답하고 싶은데. 
 

 
 

 

2019년 12월 1일 달렸던 코스였다. 1년 동안의 햄스트링 부상에서 돌아와 1시간 38분대로 달렸던 코스였다.

 
 

잠실청소년광장으로 가는 중. 노숙자가 보인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대회를 마칠 무렵에는 해가 쨍쨍 났다.

 

잠실에 사는 차니부를 만나 선지해장국을 먹었다.

 

스타벅스에서 카라멜 프라푸치노를 마셨다. 차니부는 휘핑 크림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