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명칭을 모두 적으면 아래와 같다.
이봉주와 함께하는 마약퇴치·학교폭력근절 제2회 사회안전·국민통합 전국마라톤대회
역대급 최다 수식어가 붙은 대회일 듯. 전마협 쿠폰으로 신청했던 대회로 쿠폰이 자동 등록이 되지 않아 게시판에 등록 부탁 글을 남겼던 기억이 있다.
당초 8시 30분이었던 하프 종목 출발 시간이 9시로 밀렸다. 8시 직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한 폭우가 내렸기 때문이었다. 내가 뚝섬유원지역에 도착했을 때는 여유가 없었는데 덕분에 시간을 벌었다. 대회장에 가지 않고 지하철 역사 안에 수많은 주자들이 있는 이유를 처음에는 알 수 없었다. 내가 지하철로 이동하는 사이 발을 땔 수 없을 만큼 많은 비가 내렸던 것이다. 이후에는 그런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출발선을 지나기가 무섭게 만나는 물웅덩이 때문에 주자 대열이 홍해처럼 갈라지기도 했다. 초반에만 그랬고 이후에는 물 때문에 달리기 힘든 일은 없었다. 비는 내리지 않았다. 해가 나고 있었다. 뜨거운 햇빛이 주로의 물기를 끌어올리면 습도 때문에 고생할 것이었다. 힘들어도 1시간 59분대로는 달릴 수 있기를 바라며 발을 옮겼다.
1킬로미터: 6분 20초
2킬로미터 11분 47초
1시간 59분대로 완주하려면 1킬로미터는 5분 40초, 2킬로미터는 11분 20초가 되어야 했는데 조금 밀리고 있었다. 3킬로미터 쯤 달린 후에야 1시간 59분대 페이스에 가까워졌다. 그래도 2시간 페이스메이커는 아득히 멀었는데 그가 나보다 일찍 출발한 이유도 있었다. 3킬로미터를 넘으면서 효준님을 따라잡았더니 효준님은 내게 컨디션이 돌아왔느냐는 뜬금없는 물음을 던졌다. 빠른 게 아닌데. 아직 2시간 페메도 못 잡았는데. 효준님이 천천히 달리고 있을 뿐인데.
2시간 페메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후미 그룹을 잡은 것이 6킬로미터 이후였다. 페메의 풍선에는 진짜 2시간이라고 적혀 있었다. 진짜 2시간이시네요, 라고 말을 붙이고 잠깐 같이 달리다 8킬로미터 지점의 암사대교를 지나기 전에 앞으로 나아갔다. 그 때 효준님도 내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끝까지 내 앞에서 달렸다. 10킬로미터 지점을 56분 40초의 기준 기록보다 빠른 54분 50초로 통과했는데 일주일 전 하프 거리 LSD를 하고, 주중 오르막달리기 및 인터벌 훈련을 한 게 주효했다. 덕분에 80킬로그램이 넘는 체중으로도 조금 속도를 올릴 수 있었다.
반환은 57분대.
3주 전 바다의 날 마라톤 대회 보다는 조금 빨라졌다. 이 대회는 100위까지 크리스탈 트로피를 시상했는데 1시간 50분 이내로 달리지 못하는 한 트로피 받기는 어려웠다. 실제로 100위 기록이 1시간 49분 14초였다. 1시간 46분대로 올해 최고 기록을 세운 희수형님은 83위 트로피를 받았다. (트로피를 든 희수형님 사진을 찍어드렸는데 뒤 트로피가 배경으로 보이는 잠실롯데타워와 너무 잘 어울렸다.)
습도가 높은 티가 바로 나는 것이 상의를 보면 알 수 있었다. 상의는 마치 물에 푹 담궜다 빼어 바로 입은 모양새였다. 2시간 이내의 완주가 가능해지자 조금 편안해졌다. 이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하프 마라톤이 다 있구나 하는 여유까지 부리며 앞에서 기준이 되어주는 은수형님에게 바짝 붙었다. 15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즉 구리에서 서울로 넘어왔을 때 하나 둘 하나 둘 외치며 파이팅하는 은수형님 뒤에서 왼발 오른발 하며 추임새를 넣었다. 리플렛이 한강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아주 흠뻑 젖으셨네요, 라는 말을 덧붙이자, 형님은 족저근막염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슬슬 아파오기 시작하면서 걷다 뛰다 한다고. 내게 추월당할 줄 알았던 형님은 다시 속도를 올려 앞에서 달렸다. 형님을 제친 것은 그로부터 1킬로미터 떨어진 급수대였다. 급수대에서 걸음을 멈추고 물을 마신 후 달리는 스타일이라 물컵만 들고 빠져나와 달리면서 물을 마시는 나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은수형님은 1시간 59분대로 골인했다.
돌아오는 내내 귓전에 노래가 맴돌고 있었다. '가장 반짝이는 건 눈으로 볼 수 없대. 이게 나야 이런 난 어때 있는 그대로 볼래.' 이 중독성 강한 노래는 뭐람? 왜 자꾸 머리 속을 채우는 거지? 어쨌든 리듬을 타고 있으니 좋긴 했다.
3킬로미터를 남기고 젊은 주자에게 추월당했는데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골인 직전 다시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2킬로미터를 남기고 왼쪽 발 아킬레스건 통증이 생겼다. 무언가 잘못 밟았거나, 갑자기 속도를 올린 것도 아니었는데 당황스러웠다. 다음날엔 거의 걷지 못하게 되는데 이때는 급히 추스려 발을 땅바닥에 스치듯이 밀고 나가면서 임기응변 달리기를 시도했다. 완주는 할 수 있겠지만 후반 질주는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바람에 전반과 후반은 기록이 비슷해져 버렸다. 갈 때보다 돌아올 때 3분 쯤 빠르던 패턴은 날아갔다.
1시간 54분 32초 01
1킬로미터를 남기고 나를 추월한 주자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하프 완주자 376명 중 142위였고, 나는 143위가 되었다. 효준님은 나보다 30초 빨리 골인하여 141위였다.
가장 반짝이는 건 눈으로 볼 수 없대
이게 나야 이런 난 어때 있는 그대로 볼래
이 노래, 6월 5일 발매된 프로미스나인의 '#menow'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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