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20회 새벽강변 국제 마라톤 대회(2023/06/17)-HALF 188

HoonzK 2023. 6. 22. 12:57

 2004년 1회 대회 때 입상을 노리고 10킬로미터 종목에 출전했던 적이 있었다. 새벽에 뛰면 참가자가 적어 입상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달렸던 대회였다. 하지만 새벽이라는 차별성 때문에 참가자가 더 많았다. 참가자가 많은 만큼 고수들도 많았다. 새벽마라톤 하면 또 기억나는 것은 내 생애 100번째 10킬로미터 대회 완주를 2011년 이 대회에서 했고, 4년 전 풀코스에서 45킬로미터나 달렸던 대회였다는 것. 올해는 넘어서야 할 난제가 생긴 대회였다. 과체중, 훈련부족, 햄스트링 통증, 아킬레스건 부상. 앞의 세 가지는 그다지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킬레스건 통증은 완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심각한 사안이었다. 6일 전 하프를 달리다 입은 부상으로 몇 일 동안은 제대로 걷지 못했고, 훈련도 아예 쉬어야 했다. 

 새벽강변마라톤은 7시 출발이라는 차별성이 있었는데 풀코스 종목이 없어지면서 출발 시간이 8시로 바뀌었다. 새벽이라고 부를 이유가 없어진 것이었다.

 출발 신호가 울린 것이 오전 8시 1분 쯤. 2시간 페이스메이커 뒤에 바짝 붙어 출발했다. 아프지만 어쨌든 이전의 187번의 하프 마라톤처럼 2시간 이내로는 달리고 싶었다. 뒤에서 바짝 붙어 출발했는데도 2시간 페이스메이커와는 금새 100미터 차이가 벌어져 그 차이가 한동안 유지되었다. 5킬로미터 이후에도 70미터 정도의 거리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한강의 표지석보다 빨리 나타나는 거리 표지판 때문에 빨리 달린다고 오판할 수도 있으니 방심은 금물이었다. 거리 표지판은 참고로만 하고 파란색 표지석을 보면서 페이스를 확인했다. 1킬로미터는 6분으로 지지부진했지만 5킬로미터는 28분 07초로 2시간 이내 턱걸이 완주 기준에 들었다. 기준 기록인 28분 20초보다 느리지 않고, 거의 같이 출발했는데 왜 2시간 페메는 70미터나 앞에 있을까? 이유를 물어볼 수도 없고..... 초반에 조금 빨리 달리고 후반에 늦추는 방식인가? 4킬로미터 쯤 달리면 광화문 페이싱팀에서는 주위의 달림이들에게 인사도 하고, 레이스 운용 계획도 밝히는데..... 그 때는 내가 옆에 있을 수 없었으니...... 70미터 정도면 조금 속도를 올려 따라붙은 뒤 편하게 보조를 맞추면 되겠지만 그게 여의치 않았다. 간밤엔 파스를 붙이고 잤고, 아킬레스건 쪽에 테이핑도 하고 있지만 도무지 속도를 끌어올릴 수 없었다. 무섭게 오르는 기온과 작렬하는 태양 때문이 아니었다. 아킬레스건에 속도제한장치가 달려 있는 것 같았다. 거기에 햄스트링의 경미한 통증과 두툼한 옆구리살도 한몫(?)했다. 완주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내내 있었다. 자제하고 주의하면서 내내 달려야 한다는 것. 뒷일 따지지 않고 총력을 다할 수 없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 

 아예 걷기조차 힘들었던 월요일과 화요일을 떠올려 보면 힘들게라도 달릴 수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었다. 지난 해 12월 이후 10번째 하프에 나서고 있지만 가장 늦게 반환했다. 59분 19초가 걸렸다. 어렵게나마 2시간 이내의 페이스는 지키고 있었다. 13킬로미터 이후에는 페메에게 50미터, 15킬로미터 이후에는 30미터까지 따라붙었다. 안양천 한강 합수부를 만나기 직전 용왕산 기수님이 보였다. 나보다 반환점을 4분 빨리 돈 이 분은 걷고 있었다. 기수님은 어디 안 좋으냐고 묻는 내 질문에 짧게 답했다. 에너지 고갈! 

 더위 속에서 에너지가 고갈되면 답이 없지. 햇빛이 작렬하는데 햇빛을 마주하고 달리는 후반은 더 힘들 수밖에 없었는데 내 온 신경은 아킬레스건 쪽에 가 있는 덕분에 더위는 거의 잊고 있었다. 달리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부상을 안고도 완주가 가능할지, 그것도 2시간 이내의 완주가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기대감을 증폭시키면서. 

 급수대에서는 물만 마셔도 되는데 초코파이를 먹었다. 굳이 먹지 않아도 되는 간식이었다. 간밤엔 5시간 동안 한번도 깨지 않았고 알람을 듣지 않고도 미리 일어나 아침도 먹었으니 허기의 기미는 없었다. 굳이 먹어야 한다면 초코파이 보다는 바나나를 먹었어야 했다. 초코파이를 잡는 순간  녹아내린 외피 때문에 손가락이 초콜릿 범벅이 되었다. 물이 많이 담긴 컵을 집어 반만 마시고 반은 손을 닦아내는 데 썼다. 18킬로미터 쯤 달리고 나니 따라잡으려 기를 쓰고 뛴 것도 아닌데 페메가 바로 앞에 있었다. 페메와 보조를 맞추면서 속도를 늦출 수 있으니 편안해졌다. 함께 달리는 건 아주 잠시일 뿐이었다. 2.5킬로미터 남기고 만난 급수대에서 시간을 보내는 페메를 기다릴 순 없었다. 이후 조금이나마 속도를 올렸다. 아킬레스건은 마비가 된 듯 아프지 않았다. 후반에 조금 빨리 달린 덕분에 1시간 59분대의 예상 기록보다 조금 빨리 골인헀다. 

 1:57:50.18

 3주 전 같은 코스에서 1시간 56분 38초였지만 사실 그 때보다 더 선전한 것이었다. 체중도 불었고, 부상도 있었으니.....

 10시 30분이 되기 전 지하철로 내려오는데 보라색 옷을 입은 여성들-외국 여성들도 많았다-이 내가 가는 반대 방향으로 오고 있었다. 방탄소년단 10주년 기념 행사가 아직 3시간 반 전이고, 멤버인 RM이 현장에 오려면 6시간 반을 기다려야 하는데  벌써. 지하철 역사 곳곳에 BTS 행사장 이정표가 붙어 있었다. BTS Ubiquitous인가? 맞네. BTS presents everywhere. 이게 대표 문구이니. 마라톤 대회가 아침 일찍 열린 덕분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

그나저나 다음날 10킬로미터 대회에서 뛸 수 있으려나?
 

 
 

 

내내 노천 구간이라 평탄함에도 불구하고 기록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방탄소년단 10주년 기념행사장 가는 길 이정표가 새벽에 이미 붙어 있었다.

 

너무 빨리 도착해서 시간을 보낸다고 1시간 가까이 책을 읽고 있었다.

 

노점상이 늘어난 이유는 BTS 행사 때문! 화장실도 수십동이 설치되었고.....

 

BTS 행사장 가는 아미들. 정확한 시간이 오전 10시 26분이었다.....

 

이 완주메달은 다른 대회보다 좀 값지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