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11회 김포한강마라톤(2023/04/09)-HALF 184

HoonzK 2023. 4. 18. 15:53



※ 요즘 르세라핌 김채원 덕질중. 마라톤 완주기에 이름이나 노래 가사 등 관련된 내용을 꼭 넣는 방식으로.

 
 

비타500제로 광고에 출연한 김채원

두번째 미니 앨범 안티 프래자일인데요. 시련과 충격을 받을수록 더 단단해진다는 뜻이 담겨져 있어요. ANTI + FRAGILE
(르세라핌 리더 김채원 인터뷰. 2022. 10. 22 tvN 예능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

시련과 충격을 받을수록 더 단단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

 운동할 시간을 내기도 어렵거니와 운동에 나서도 도무지 달릴 의욕이 나지 않았다. 아무리 적게 운동해도 일주일 네 번 이상은 달렸고, 풀코스 완주는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소화했던 내가, 운동과 담을 쌓으면서 살만 찌웠다. 늦게 자고 밤마다 입 속에 무엇이라도 넣고 씹고 있었다. 마라톤 참가 20년 인생인데 역대급으로 살이 쪘다. 코로나 때문에 마라톤 대회가 열리지 않는 상황이니 운동량이 대폭 줄 수밖에 없었다. 환경에 유독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이다 보니. 시련과 충격을 받으면, 받은 만큼 아주 내려 앉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르세라핌 <안티프래자일> 노래만 열심히 들었다. 조금씩 운동을 시작하고 하프 마라톤에도 참가하게 되었지만 체중은 여전히 80킬로그램 이상. 기록이 좋을 수가 없었다. 2023년에는 하프마라톤만 5번. 5번째는 김포한강마라톤이었다. 서울 여의도에도 대회가 있었지만 김포로 갔다. 대회장이 멀어진 만큼 세 시간만 자고 꼭두새벽에 집을 나섰다. 일찍 간 덕분에 김포골드라인 전철은 텅텅 비어 있었다. 출근할 때 밀집도가 이태원 참사 수준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전철이지만 일요일이기도 했으니.   

 희수형님에게서 카톡 문자가 왔다. 대회 참가 신청을 하지 못한 형님은 집과 대회장 사이를 왕복하는 달리기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었다. 뛰는 도중 보내온 문자인 줄 알았는데 버스로 김포에 오고 있다고 했다. 하프 참가 배번을 구했다고 했다. 

 하프 출발 1시간 40분 전쯤 도착하니 여유가 많았다. 김포종합운동장으로 들어갔다. 쌀쌀한 봄 날씨 속에서 스트레칭부터 마치고 삼각김밥을 사 먹으러 CU 편의점에 갔다. 2+1으로 판매하는 비타500제로를 샀다. 김채원이 리더로 있는 걸그룹 르세라핌이 광고하는 제품이었다. 김채원의 예쁜 얼굴과 함께 맑은 목소리가 돋보이는 광고. 3개 중 하나만 일단 마셨다.  편의점을 나와 대회장으로 돌아가다가 운동장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로운리맨님을 만났다. 비타500제로를 드렸다. 운동장 안에서 만난 희수형님에게도 남은 비타500제로를 드렸다. 물품 보관을 준비하는 중에 로운리맨님의 여동생과 만나 인사를 나눌 기회도 있었다.  로운리맨님의 열려진 가방 안에 맥주캔과 640밀리 패트병 소주를 넣었다. 내 배낭이 가벼워졌다. 출발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로운리맨님과 희수형님은 운동장 트랙을 따라 달리며 예열하고 있었다. 나는 늘 그러던 것처럼 스트레칭만 살짝 해 주고 화장실 가까이에서 걸어다니기만 했다. 

 추워진 날씨. 긴 팔 티셔츠를 입었다. 지난 3월 1일, 12일, 18일과 똑같은 복장이었다. 아직 적응이 되지 않은 신발 대신 10년 넘게 하프 종목에서만 신었던 신발을 다시 신고 있었다. 미사리에서 흠뻑 젖었던 신발로 오랜만에 빨아서 잘 말렸다. 신발 끈을 너무 단단히 동여매는 바람에 왼쪽 발등이 아프기까지 했는데 그대로 두었다. 달리다 보면 조금 느슨해져서 괜찮을 거라고 믿고. (그런 일은 없었다. 달리는 내내 발등이 아파서 달리다가 신발끈을 다시 묶어야 하나, 하는 갈등이 심했다.)

 바람이 제법 불어 달리기에 득이 될 수도 있었고, 독이 될 수도 있었다. 바람을 등질 때 이득을 얻기를. 바람은 불었지만 맑기 이를 데 없는 날씨였다. 짐을 맡기고 난 다음에야 선크림을 바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냥 달리기로 했다. 

 효준님과 인사를 나누고 출발했다. 효준님은 다음 주에도 일본에 간다고 했다. 나가노마라톤. 이분의 여권에는 입출국 도장이 가득 찍혀 있겠는데 코로나 유행 때 해외에서 뛰고 싶어 어떻게 참았을까? 로운리맨님과 희수형님이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달리다 만나면 인사를 나누는 수밖에.

 운동장 트랙을 빠져나가기가 무섭게 마스크를 벗어 오른쪽 팔에 끼웠다. 지난해부터 참가한 대회에서는 늘 이렇게 하고 있었다. 햄스트링 통증이 조금 남아 있어서 조심했는데 초반 페이스가 빨랐다. 날씨 덕분인가? 초반부터 내리막이라 그런가? 인터벌 훈련할 때 가장 빨랐던 페이스가 5분 23초였는데 첫 1킬로미터가 5분 15초가 나왔다. 조금만 빨리 뛰면 킬로미터당 5분 12초로 간만에 1시간 40분대로 들어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2킬로미터를 지나자마자 희수형님이 뒤에서 나오며 너무 빠르다고 했다. 5분 페이스라고. 2킬로미터 지점 통과 기록이 10분 30초였기 때문에 5분까지는 아닐 거라고 답했다. 희수형님은 앞으로 치고 나갔다. 걸포사거리를 지나 3킬로미터에서 기록을 보니 15분 30초였다. 2킬로미터에서 3킬로미터까지는 정말 5분으로 달린 것이었다. 초반에 이렇게 빨리 달린 게 얼마만일까? 뱃살이 조금 빠지기는 했어도 아직 손에 잡히는데 빠른 달리기가 가능할까? 5킬로미터까지 25분 3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6킬로미터부터는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었다. 초반에 빨리 달린 티가 나고 있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도 있지만 왼쪽에 보이는 한강, 한강을 따라 쭉 이어진 철조망을 살피면서 시선을 전방에서 틀고 있었다. 경계 초소도 보였고, 순찰 도는 군용 지프도 보였다. 철책을 코앞에 두고 살았던 군 생활 시절이 꾸준히 떠올랐다. 시선이 흐트러지는 사이 많은 주자들이 내 앞으로 나아갔다. 뒤에서 오는 주자들을 신경쓰던 도중 앞에서 오는 주자들도 신경쓰게 되었다. 벌써 반환해서 돌아오는 주자들. 입상권 주자들이 지나간 뒤 상기님이 나타났고, 곧 로운리맨님도 나타났다. 로운리맨님의 페이스는 1시간 35분대였는데 몇 십 미터 뒤에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가 보여서 그때는 1시간 39분대였는 줄 알았다. 로운리맨님은 나를 만나 그동안 보이지 않던 행동을 보였다.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는.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통용되는 시그니처인데. 나중에 물어 보니 목소리를 내어 응원할 수 없으니 이해해 달라는 뜻이었다고 했다. 

 희수형님은 200미터 앞에 있었다. 하늘색 유니폼 때문에 눈에 잘 띄었다. 희수형님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나서야 반환점을 확인했다. 10킬로미터 표지판을 놓쳐서 페이스 파악을 할 수 없었다. 반환점은 55분이 지나기 전에 돌았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1시간 49분대로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후반에 처지지만 않는다면. 

 반환하기 전 맞바람과 눈부신 햇빛 때문에 애를 먹은 만큼 반환한 후에는 뒤에서 불어주는 바람과 등진 햇빛 덕분에 아주 편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그냥 내 힘으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는 느낌 정도였다. 시련과 충격을 받을수록 더 강해진다고 노래도 하는데 이 정도야. 그런데 왜 주로에서 김채원 목소리가 들리지? <안티프래자일>에서 김채원이 부르는 파트인데.

 I go to ride till I die, die.
더 높이 가줄게
내가 바랐던 세계 젤 위에
떨어져도 돼
I'm antifragile, antifragile


 젊은 커플의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였다. <Antifragile>에 이어 아이브의 <After Like>, 스테이씨의 <Teddy Bear> 등 4세대 걸그룹 노래가 줄줄이 흘러나왔다. 커플은 1시간 49분대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4킬로미터 가까이 노래를 들으며 함께 뛰었다. 노래 덕분에 큰 힘을 받았다는 말을 하고 싶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15킬로미터 지점을 지날 때 커플보다 앞서 나가게 되었는데 때마침 나오는 노래가 뉴진스의 <쿠키>였다. <쿠키>는 조금 느린 템포의 노래라 속도를 떨어뜨리는 느낌이 있었다. <쿠키>가 지나간 후 3세대 걸그룹 블랙핑크의 <Shut Down>도 들렸는데 노래 소리가 아득히 멀어지고 있었다. 커플과 거리 차이를 벌렸다는 뜻이었다. 16킬로미터 지점의 기록이 1시간 23분대였다. 남은 5.1킬로미터를 지금까지 달려온 페이스로 나아가도 1시간 49분대가 무난했다. 1시간 40분대? 얼마만이야? 200미터 떨어져 있던 희수형님이 점점 가까워졌다. 17킬로미터 지점에서는 100미터, 18킬로미터 지점에서는 50미터. 19킬로미터 지점에서는 추월하기까지 했다. 햄스트링 통증이 있어 맹렬하게 달리지는 못했지만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스퍼트한다는 구색은 맞추었다. 

 01:47:38

 5킬로미터를 남기고는 5분대 안쪽의 페이스를 보였다. 이 기록은 2021년 12월의 하프 기록과 단 몇 초 차이였다. 3주 전보다 5분이나 빨라졌다. 로운리맨님은 1시간 35분대로 골인했는데 YS님을 이기기까지 했다. 벌써 옷을 갈아입고 골인지점에 와서 사진까지 찍어주기까지 했다. 나는 골인하자마자 신발끈부터 풀어야 했다. 너무 세게 묶어서 내내 생겼던 발등 통증을 뒤늦게나마 추스릴 수 있었다. 

 

 
 
 

김포종합운동장 앞에는 이회택 흉상이 있었다.

 

김포종합운동장 스탠드쪽으로 이동했다.
CU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비타500제로를 샀다.

 
 

로운리맨님과 함께..... 오랜만에 사진을 찍었다.
희수형님이 찍어주었다.

 

출발하기 전에 나만 마스크를 쓰고 있었을 수도....

 

오른쪽 팔목 통증 때문에 테이핑을 하고 있다.

 
 

골인하자마자 신발 끈을 풀고 있다. 발등 통증 때문에. 이 모습을 로운리맨님이 찍어주었다.

 

 

로운리맨님, 희수형님과 함께 육개장을 먹었다.

 

빨간 것이 매우 매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로운리맨님과 희수형님에게서 밥을 좀더 얻어 말았다.

 

희수형님이 사 준 아이스아메리카노

 

대회장에서 얻은 떡. 받을 때는 꽁꽁 얼어 있었는데 집에 오니 녹아 먹기 좋았다.

 

완주 후 쌀을 주는 게 너무 좋았다. 이 기념품 때문에 멀리 간 것이라고 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