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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마협 창단 22주년 기념 하남 마라톤대회(2023/03/12)-HALF 182

HoonzK 2023. 3. 13. 12:06

 변함없이 빠른 스피드로 연대별 입상 트로피를 받은 로운리맨님. 오래 기다려주시고 점심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번 대회는 덕분에 나올 수 있는 대회였습니다. 전마협 대회 참가권을 주시면서 조건이 있다고 하셨지요. 최선을 다해 열심히 달려주는 것. 전마협이 참가비를 1만원 올리면서 참가비의 71.4%를 내주신 셈이니 100%가 아닌 71.4%의 힘으로 달리겠다는 농담도 드렸네요. 말은 그렇게 해도 준비는 100%의 마음으로 했습니다. 일주일 전 25.64킬로미터 LSD를 했고, 대회 5일 전에는 800미터 빨리 달리기 8회를 했고, 사흘 전에는 1분 빨리 달리기 10회를 포함하여 20킬로미터를 달렸습니다. (과거에 훈련했을 때와는 너무나 다른 어려움에 치를 떨기도 했습니다. 800미터 다 되었나 싶어 러닝앱을 보면 아직 300미터밖에 달리지 않았고, 1분 빨리 달리기 할 때는 1분 지났나 싶으면 30초밖에 지나지 않았더라고요. 반면에 중간 회복 조깅하는 200미터, 1분은 얼마나 시간이 빨리 가는지요.) 이틀 전에도 10킬로미터 이상 뛰었고, 하루 전날 오후에는 10킬로미터 걸었습니다. 이전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운동량이지요. 로운리맨님도 지적하셨지만 테이퍼링도 못하고 대회에 나와 애를 먹고 말았습니다. 5년 전 영하 10도의 날씨 속에서 미사리경정장 여덟바퀴를 잡담 날리면서도 풀코스 9등을 했던 때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 때 달렸던 사람이 과연 저였을까 하는 생각을 오늘 내내 했습니다. 몸만들기는 어려워도 몸망가지기는 참 쉽구나 했지요. 첫 바퀴를 26분 47초로 돌 때만 해도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가 바로 앞에 있어서 따라잡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바퀴에 속도가 떨어져도 마지막 네 번째 바퀴에서 치고 나가면 간만에 1시간 40분대 기록으로 골인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로운리맨님 덕분에 이 대회에 출전했는데 그 보답은 해야 한다는 마음을 내내 하면서 말입니다. 결과는 아시는 바와 같이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삼일절 1시간 51분 49초보다 오히려 늦어지고 말았지요. 정확히 한 달 전인 2월 12일 1시간 53분 45초와 비슷한 1시간 53분 34초 15. 하프 참가자 가운데 하위 50%에 들어가는 기록에 위치했습니다. 연대별도 76명 중에 49등이고요. 비가 내려서 힘들었다, 코스가 지겨워서 힘들었다. 이런 식으로 핑계를 대고 싶지만 결국 문제는 제가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직전 대회보다는 살을 1킬로그램 쯤 더 뺐는데 배에 묵직한 쌀푸대가 감겨 있다는 느낌은 여전해서 뒤뚱거리는 모양새를 극복하지 못했네요. 동영상에는 골인점으로 돌아올 때마다 제 모습이 담겨 있던데 뚱뚱이가 손흔들고 V자 날리고 양팔 들어올리며 온갖 세레모니를 다하고 있네요. 바로 전날 풀코스를 달렸다는 기옥형님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춘효형님도 못 따라잡았고요. 가까이서 흔들리던 1시간 50분 노란풍선은 아예 보이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두번째 바퀴는 27분 16초가 걸렸고, 세번째 바퀴는 27분 33초가 걸렸습니다. 세번째 바퀴 때에는 화장실에 들르기도 했으니 늦어진 페이스가 일정하기는 했습니다. 한방향으로 진행하는 대회코스라 처음 출발할 때 모자란 거리를 채우려 7백미터 쯤 달렸다 되돌아올 때 말고는 로운리맨님을 만날 수 없었네요. 너무 진지한 모습으로 정면만 보며 바라보고 있어 로운리맨님은 제가 손을 흔들어도 못 봤다고 하셨지요. 그 이후 분명히 어딘가에서 달리고 있을 로운리맨님. 비를 맞아가면서 경정장 건너편에서 달리고 있을 로운리맨님을 찾아볼 여유도 없었습니다. 아무리 흐리고 비내리는 어두운 날씨라고 해도 주황색 유니폼을 입고 있어 조금만 눈여겨 보면 찾을 수 있었을텐데요. 오로지 제 달리기에만 집중해도 힘들었다는 변명을 합니다. 마지막 바퀴가 남았을 때 열흘 전 기록을 깨뜨리기는커녕 한달 전 기록보다 늦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의 기록 경신 추세를 이어갈 수 없다는 사실에 낙담했고, 로운리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좌절감까지 들었지만 제가 처한 여건 내에서 최선을 다해야 겠다는 각오를 했습니다. 이를 악물었습니다. 스마트폰을 비닐에 감아서 들고 달리는 주자를 따라잡는 것을 시작으로 성큼성큼 발을 내딛었습니다. 2회전 때 저를 제치고 나가 영영 못잡을 것 같았던 커플을 따라잡을 수도 있었습니다. 주변의 주자들을 제 배경으로 만들며 스퍼트했습니다. 한바퀴당 27분 33초까지 떨어졌던 페이스를 25분 42초까지 끌어올려 마지막 바퀴를 돌았습니다. 늘어졌던 페이스를 한사코 끌어올려 킬로미터당 22초씩 빨리 달리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골인하고 보니 비 때문인지 땀 때문인지 한여름에 달린 것처럼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출전할 수 있게 도와준 분께 전혀 고마움을 표하지 못한 달리기가 되고 말았구나 하며 뻔뻔하게 완주메달이나 챙겼습니다. 그동안 너무 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가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것이 이제 겨우 한 달 남짓이라 제가 섣부른 욕심만 내었다는 사실이 자명해졌습니다. 출발 전 함께 달리기 준비를 하면서 3월 1일보다는 기록이 좋아질 것이라고, 출전도 하지 않았던 분을 이번에는 따라잡을 것이라고 자만했던 태도를 반성합니다. 한 달 뒤에 김포에서 하프를 뛰신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출전하니 그때는 잘 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 달 동안 꾸준히 운동하고 대회 직전 테이퍼링도 잘하고 출발선에 서겠습니다. 그때까지 로운리맨님도 잘 달리세요. 돌아오는 일요일 열리는 동아마라톤 때 응원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군자역 쯤에서 콜라를 드리며 로운리맨님의 메이저대회 서브 320 달성에 한몫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p.s. 논슬립 힙업밴드까지 선물해서 제 운동을 도와주시니 거듭 감사드립니다.
 
 

골인 아치 풍경..... 비가 제법 내렸음을 알 수 있다

 

왼쪽 부스가 수원샛별마라톤클럽의 공간인데 샛별상민님으로부터 어묵 한그릇을 얻어 먹었다.

 

이번 기념품은 35,000원 매니아 참가권이라 다음 전마협 대회에 또 나올 수 있게 되었다.

   

 
 

하프 전용 신발, 우천 속에서 엉망이 되어 버렸네. 로운리맨님은 신발에 내전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 교체가 시급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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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후 인천고 춘효형님, 기옥형님과 함께

 
 
 

로운리맨님과 함께 간 중식당 뽕사부. 식탁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었다.

 

대표 메뉴인 뽕사부 짬뽕을 먹었다

 
 

추위 속에 떨었는데 얼큰하고 따뜻한 짬뽕을 먹으니 딱 좋았다

 

로운리맨님이 받은 연대별 트로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과두주도 좀 드시는 로운리맨님

 

나는 짬뽕 면치기에 여념이 없다

 

세상에. 로운리맨님이 이런 선물까지 하실 줄은 몰랐다.

 

로운리맨님이 무려 150번이나 반복했다는 논슬립힙업밴드. 강도가 센 훈련도구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