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가 1회 대회였다. 올해는 2회 대회. 그 때는 하프, 이번에는 10킬로미터 종목이 가장 긴 거리였다. 어차피 하프를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는 나로서는 오히려 잘 되었다. 지난 주 10킬로미터 기록이 의외로 좋아 이번 주에는 욕심이 없어졌다. 59분대로만 뛰면 만족한다는 입장으로 전날 에너지 소비도 심하게 하고, 과식까지 했다. 배는 새벽 1시 쯤 꺼졌다.
올 가을 들어 처음으로 방한용 장갑을 끼어야 하는, 영하를 넘나드는 날씨였다. 하지만 반바지를 입었고, 모자도 귀를 가리는 버프가 아닌 캡을 썼다. 더워서 살짝 애먹었던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달리기 조건이 훨씬 나아졌다. 요즘 스피드를 다시 회복한 로운리맨님에게 10킬로미터 최고 기록을 물어 보았더니 의외로 느렸다. 하프 중간 10킬로미터 기록이 더 좋다는 것이 의외였다. 오늘 10킬로미터 기록을 깰 것 같다고 영어로까지 말해 주었다. I think you're goinig to break your record. 실제로 기록을 깨뜨렸다. 내가 아직 반환하기도 전에 몇 백 미터 앞서 돌아오고 있었는데 그 때 시간이 22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I think가 아니라 I'm sure라고 했어야 했다. 이 대회는 로운리맨님이 미리 알려준 덕분에 나온 대회였다. 불우이웃돕기 성금 단돈 1천원만 내면 참가가 가능한 대회이기도 했다.
希洙형님 참가는 내가 권유해서 이루어졌다. 로운리맨님, 희수형님, 내가 다시 만난 것은 3주만이었지만 이번에는 내가 달리면서 모두 대회에 참가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추워진 날씨였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어서 오히려 달리기 좋았다. 출발할 때 발생한 병목 현상만 아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것이다. KM마다 거리 표지판이 있는 게 아니라서 페이스를 파악할 수 없었다. 그래도 2.5킬로미터, 5킬로미터, 7.5킬로미터 기록은 파악할 수 있었다. 5킬로미터 종목이 있으니 반환점에서 2.5킬로미터 기록을 잴 수 있었다. 15분만 걸리지 않는다면 60분 이내 완주는 충분했다. 2.5킬로미터 통과 기록은 12분 32초였다. 50분을 살짝 넘는 페이스로 후반에 조금 페이스를 끌어올린다면 2주 연속 40분대로 달릴 수 있었다. 내가 빨라지고 있는지 아니면 늦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큰 도움을 준 것이 로운리맨님의 여동생이었다. 그녀는 49분대의 일정한 페이스로 내 앞에서 달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200미터, 곧 100미터, 반환 직전에는 10미터까지 거리가 좁혀졌다. 5킬로미터 통과 기록은 24분 22초. 지난 주보다 40초 이상 빨라졌다. 사실 이 날 거리가 짧았다. 희수형님의 스마트폰 기록을 보니 9.76킬로미터였다. 240미터가 짧았던 것이다.
로운리맨님의 여동생을 추월하기 직전에는 말도 걸었다. 로운리맨님의 동생이시지요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5킬로미터에서 반환한 후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을 때였다. 혹시 입상권 아니세요? 아니라고 했다. 조금만 스퍼트하면 입상할 수도 있을 페이스였다. 3위까지 시상하는데 조금은 아까웠다. 여동생이 오빠만큼이나 달리기 능력이 좋아서 아마 조만간 시상대에 서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될 것 같았다.
나는 지난 주와 꾸준히 비교하며 달리게 되었는데 전날 과도한 에너지 소비에 과다한 음식 섭취에도 불구하고 잘 달리고 있었다. 비록 짧은 거리이지만 3주 연속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면서 마라톤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았다. 달리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힘들다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지난 주처럼 인상을 찌푸린다든지, 종아리가 당긴다든지 하지는 않았다. 7.5킬로미터 기록이 35분대였다. 초반보다 속도가 느리다고 느끼는데 실제로 빨랐던 것은 달리기 부담이 한결 줄었다는 의미였다. 내 귓전을 딱딱 때리는 소리가 팔뚝 쪽에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요란해졌다. 1킬로미터 남짓 달리고 벗어서 팔뚝에 걸어놓은 마스크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소리의 데시벨이 커지고 그 터울도 빨라졌다. 포르티시모. 자진모리. 주변의 주자들을 속속 제쳤다. 목동교를 보면서 오목교라고 착각하지 않았다. 오목교를 보면서 신정교라고 착각하지도 않았다. 제발 좀 그만하자. 아우성치던 지난 주와 달라졌다. 47분대까지도 보이니 좀더 치열해지려고 애썼다. 지난 10월 24일 로운리맨님은 내게 이 대회 참가를 권했다. 11월 27일 영등포구청장배대회 참가비 1000원 착한 대회네요. 흑표범의 질주를 보여주십시오. 그렇게 권했던 분이 골인 아치 앞에서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나도 답했다. 10월 24일만 해도 전혀 운동을 하고 있지 않을 때였다. 춘천마라톤 참가 후 다음날 조선일보를 보며 나른한 성취감으로 만끽해 있던, 14년 연속 그랬던 내가, 1년에 단 한번 풀코스를 달린다면 춘천마라톤이었던 내가, 남들 소식을 접하고 멍하니 있었다. 춘천마라톤 기사를 춘천마라톤을 달리지 않고 접하는, 몹시 생경한 기분에 허덕이고 있었을 때 로운리맨님이 대회 참가를 권했다. 달리기를 다시 할 수 있게 해 준 멋진 도반(道伴)이 젖은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나를 응원하고 있었다. 없던 힘까지 났다. 맹렬하게 스퍼트했다.
46분 58초 00
직접 측정한 기록인데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 100분의 1초가 00이 되는지. 정말 오늘 기록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잘 달리겠다는 욕심도 없었는데. 요즘은 월드컵 기간이라 월드컵 시청 때문에 아무래도 수면을 어느 정도 뺏겨 피곤할 수밖에 없었는데. 로운리맨님은 10킬로미터 개인 기록을 세웠지만 2백여 미터가 짧아 별 의미가 없다며 쿨한 태도를 보였다. 로운리맨님의 동생이 곧 골인했고, 희수형님도 50분을 살짝 넘겨 들어왔다.
경품 당첨을 기대하고 기다렸지만 다들 아쉽게 당첨 기회를 놓쳤다. 나의 경우 첫 세 자리까지 일치하였으니 아쉬웠다. 파장 후 세 사람은 안양천을 건넜다. 오목교역 근처에서 뼈다귀 해장국을 먹었다. 형님의 밥은 20%, 로운리맨님의 밥은 10% 덜어 내가 먹었다. 전날도 많이 먹었는데 남의 밥까지 얻어 먹으니 잘 먹기로는 늘 기록 경신 페이스였다. 로운리맨님과 이 달 들어 세 차례나 식사를 했고, 희수 형님과도 두 차례나 식사를 한 셈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아득히 멀어졌던 만남이 이제는 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언젠가 세 사람 모두 풀코스를 달리고 뒷풀이를 할 날도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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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사항
- 경품추첨 : 대회당일 경품을 추첨하여 참가자들께 현장 배부합니다. 단, 대회당일 마라톤대회 참여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하며, 미수령시 별도로 배송을 하지 않습니다. (경품내용 : 각종 운동용품, 생필품 등등)
- 간식 및 배번호 : 간식 및 배번호는 현장에서 배부되어 집니다.
- 기록측정 : 건타임측정
- 주차장 : 행사장 내 주차장은 지원되지 않으며, 대중교통을 이용을 부탁드립니다.
- 물품보관 및 탈의실 : 대회당일 행사장에 물품보관소 및 탈의실을 운영합니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으신 후 물품보관소에 개인물품을 보관하시기 바랍니다. 완주 후 물품을 찾으실 때는 물품 보관소에서 번호표를 확인 후 맡기신 물품을 드립니다.
※ 귀중품은 각자 관리하여야 하며, 분실 시 주최측 에서 책임지지 않습니다.
- 번호표 착용 : 배번호(번호표)를 달지 않은 분은 출발점과 코스 전 지역에 걸쳐대회 운영요원이 통제하므로 반드시 번호표를 가슴 앞면에 착용하시기 바랍니다.
- 급수대 : 매 반환점 급수를 제공합니다.
- 메달 및 간식 수령 : 완주하신 참가자는 종목별 간식배부처 에서 간식을 수령하실 수 있습니다. (기록증, 완주메달 제공하지 않습니다.)
◆ 참가자 유의사항 및 보험가입 안내
· 참가자의 건강상태 확인
- 참가자는 본인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여 참가하시기 바랍니다. 대회사무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모든 참가자와 운영요원의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서 구급차를 배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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