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2022 자연드림 서울 송년마라톤대회(2022/12/11)-HALF 179

HoonzK 2022. 12. 27. 11:08

9년 전 지인들과 마라톤대회에 나간 적이 있었다. 내 권유로 지인들은 대부분 10킬로미터 종목에 참가했고, 나 혼자만 하프에 참가했다. 5주 연속 풀코스를 달리고 난 다음의 하프 대회이긴 했지만 10킬로미터 달리기를 마치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분들을 위하여 악착같이 스피드를 올려 1시간 38분 46초에 골인했었다.(이 당시 평균 페이스는 1시간 45분 전후였다.) 지인들은 나를 기다리다가 지친 모습이었다. 왜 이렇게 늦게 오느냐고 따지듯이 물었다. 생전 처음으로 10킬로미터를 달린 분들은 10킬로미터가 별 것 아니니 하프도 별로 힘들 게 없겠다며 쉴새없이 떠들었다. 하프를 달려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10킬로미터와 하프의 차이를 강의해 본들 아무 소용이 없겠다고 생각하여 나는 끝까지 함구했다.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기만 했다.

지난 두 번의 10킬로미터를 50분 이내로 달리면서 나도 하프를 얕보고 있었다. 대회 8일 전 25킬로미터 쯤 달려서 장거리의 부담감을 줄이기는 했지만 20킬로미터 이상을 달려도 느리게 달리는 것과 평소보다 빠르게 꾸준히 달리는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었다. 새벽 영하의 기온은 출발 신호가 울렸던 9시 2분에 영상으로 올라갔지만 바람이 불어서 체감온도는 낮았다. 그래도 반바지를 입었다. 오랜만에 바이저 버프도 썼다. 귀를 덮어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1킬로미터 쯤 달리고 마스크를 벗어 팔뚝에 걸었다가 도로 쓰고 말았는데 맞바람으로 입이 시렸기 때문이었다. 이제 마스크는 방역용이라기 보다는 방한용이었다.

고작 1킬로미터도 달리기 전에 몸에 답답함을 느꼈는데 대회에 나온 것이 아니라면 바로 걸었을 것이고, 운동을 접고 말았을 것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11월 두 차례의 10킬로미터 출발할 때와는 현저하게 달랐다. 1년만의 하프 도전이니 2시간 이내로 달려도 된다며 나 자신을 달래며 속도를 늦추었다. 2킬로미터까지 11분 30초가 걸렸지만 조급해 하지는 않았다. 이대로라면 2시간이 넘는 기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몸이 가는대로 달렸다. 5킬로미터 27분대 후반. 어느새 2시간 이내의 페이스로 들어섰다. 7킬로미터 쯤 달려 전방에 암사대교가 보였을 무렵 지축을 울리며 뒤에서 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2시간 00분 페이스메이커였다. 늦게 출발하셨나 보네요, 라고 묻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 저 양반만 따라가면 2시간 이내 완주는 충분하겠다고 싶었다. 10킬로미터를 넘으면서 긴장했다. 대회에서 10킬로미터를 넘게 달리는 것은 거의 1년만이니까. 앞에 효준님이 나타났다. 3년만에 대면했다. 함께 달리면 늘 나보다 늦었던 효준님이 1킬로미터 이상 앞서 있었다. 출발한 지 58분 43초만에 반환점을 돌았다. 지지부진했던 속도는 반환한 후 조금 나아졌다. 갈 때보다 올 때 3분 정도 빨랐다. 55분 40초가 걸렸다. 1시간 54분 23초 60.



달리면서 머리띠와 춘천마라톤 완주기념품을 착용한 주자를 꾸준히 따라갔는데 신호가 왔다. 화장실에 가야 한다고. 컨디션이 나쁠 때면 늘 찾아오는 화장실 찾기가 시작된 것이 12킬로미터쯤 달린 후부터였다. 온통 정신은 어디서 근심을 풀 것인가였다. 뚝섬한강수변공원과 구리를 오가는 코스에서 제대로 된 화장실은 레이스 초반(즉 후반일 수도)에만 만날 수 있었다. 화장실을 대신할 수 있는 공간이라도 찾으면 당장 달려갈 근심을 풀 기세였지만 끝내 화장실에 가지 못했다. 구리에서 서울로 들어설 무렵인 15킬로미터 쯤 달리면 후반 스퍼트를 시작해야 하는데 속도가 지지부진했다. 결국 19킬로미터를 넘게 달려 한강 건너편에 잠실종합운동장이 보일 때 만나는 화장실 가까이 갔지만 들어가지 못했다. 산책나온 사람들이 우루루 화장실에 몰려 들어가고 있었다. 참았다. 속도를 늦추어가며 참았다. 내 앞으로 치고 나간 영등포사랑마라톤 클럽의 주자와 내 앞으로 치고 나가게 되는 다산마라톤클럽의 주자를 끝내 잡을 수 없었다. 오로지 달리기에만 집중할 수는 없는 상태였다. 1년만에 하프를 달리면서 후반에 인상적인 속도를 올릴 길은 없었다. 후반에 5킬로미터를 얼마에 달렸는지 기억하지도 못했다. 새벽에 중계한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카타르 월드컵 준준결승전 시청을 아예 포기하면서까지 컨디션 조절에 나섰지만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1킬로미터를 남기고 나를 추월했던 젊은이를 골인 직전 제치고 골인했다. 급히 화장실에 다녀온 후 짐을 찾아 탈의실에 갔는데 발디딜 틈이 없어 도로 나오고 말았다. 젖은 웃도리만 노천에서 갈아 입었다. 혹시나 추첨이 될까 하고 단상 앞에 갔다가 실망한 채로 빠져나왔고, 롯데리아, 서브웨이, GS25 편의점에 들렀다가 마땅히 먹을 것이 없어 바로 나왔다. 돌아오는 내내 가슴이 불편했고, 종아리가 당겼다. 21.0975킬로미터를 지속주로 달리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70킬로그램 후반대의 몸무게라면, 달리는 거리가 10킬로미터 정도라면 속도를 견디어 낼 수 있었겠지만, 80킬로그램이 넘는 몸무게로 하프를 견디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옆구리를 두르고 있는 살을 덜어내지 않는 한 풀코스는 아직 꿈도 꾸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확인한 하프 완주였던 것이다. (전마협 갤러리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놀랐다. 몸도 뚱뚱하지만 얼굴도 한껏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는 것. 골인할 때의 사진이면 살이 조금 빠졌어야 했는데.....)



뚝섬유원지역에서 하차하여 대회장으로 가면서.....

오랜만에 칩을 두르고

등에 붙이는 스티커를 나는 붙이지 않았다.

패딩이 필요해서 신청한 대회이기도 했다.

전마협대회 참가권 한 장을 2만 5천원 주고 샀다.

가족을 위해 95 사이즈 패딩도 구입했다.


바닥에 떨어진 스티커 홍보물을 읽는 데 별로 급할 것이 전혀 없을 정도로 느리기도 했다. 일상에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No Plastic! Yes 종이팩! 가까운 거리는 차없이 걸어가기. 냉난방온도는 적정실내온도로 맞추기. 전기차보다 친환경적인 내 다리. 주자들이 등에 붙이고 뛰면서 홍보하면 되겠다는 의도로 지급한 스티커 종이가 달리다 떨어져나가 바닥 곳곳에 떨어져 있었다. 달리기를 마칠 때까지 홍보물이 등에 붙어 있었던 주자들이 홍보물이 벽에 붙이는 이벤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