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0일 아산 마라톤 대회에서 만나고 2년이 넘도록 보지 못했다.
마라톤 대회장에서 그렇게 자주 뵙던 분을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못 보게 될 줄 몰랐다.
올해를 넘기지는 말아야지. 아산에 갈 계획을 세웠는데 만나고 싶은 분은 이천에 파견 근무를 나와 있다고 했다. 아산에는 거의 가지 않는다고 했다. 12월 21일 가거나 앞 뒤로 가능한 날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계신 곳까지는 3시간이 넘는 여정이었다. 갈등이 생겼다. 가는 것도 문제이지만 돌아오는 것도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 계획 짜기가 쉽지 않았다. 오래 많이 생각하면 할수록 움직임이 어려워지니 일단 저지르고 보기로 했다. 갑자기 계신 곳에 나타나 저 왔어요, 라고 놀라게 해 주고 싶었다. 내가 풀코스 200회 완주를 앞두고 있을 때 그 분이 우리 집 근처까지 왔던 것처럼. 하지만 그 분이 다른 곳에 갔다면 허탕치는 것이니 깜짝쇼는 포기했다.
오늘 갑자기 가게 되었습니다.
이천역까지는 전철로 가고 거기서 버스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이것저것 고민하다간 아예 못갈 것 같아 움직였습니다.
대낮인데 어두워져서야 도착할 것 같습니다.
4호선 타고 가다 충무로역에서 3호선으로, 양재역에서 신분당선으로, 판교역에서 경강선으로 갈아탔다. 연계가 놀라울 정도로 잘 되어 집 떠난 지 2시간이 되지 않아 이천역에 도착했다. 문제는 연계 버스였다. 이천역에서 오지 않는 버스 때문에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내가 이용해야 할 버스는 하루에 몇 회밖에 운행하지 않았다. 최소한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 택시 탑승이 아닌 다른 대안책을 찾았다. 이천역 앞 버스정류장 노선도를 보고, 스마트폰 네이버지도앱으로 검색하기도 하면서 30분, 40분이 넘어 갔다. 12번 버스를 타고 표교 2리 롯데아울렛입구까지 간 뒤 1.4킬로미터를 걸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그런데 12번 버스라고 다 표교 2리로 가는 게 아니었다. 순차적으로 다른 방향 버스가 온다는 것. 그것도 아주 뜸하게 온다는 것이었다. 버스 노선도를 꼼꼼하게 살핀 끝에 22-8번 버스를 탔다. 아울렛 가느냐고 물었더니 기사는 가지 않는다고 했다. 표교 2리요, 라고 바꾸어 물으니 간다고 했다. 열 두 정거장을 이동하여 표교2리 롯데아울렛입구에서 내렸다. (아울렛입구라는 정류장이 있는데 왜 기사는 아울렛에 가지 않는다고 했을까? 아울렛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어서?) 어느 순간부터 승객은 나 혼자였다. 시골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25개월만의 만남이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영하 10도까지 곤두박질친 추위 속에서 걷기 직전 문자를 받았다. 어디쯤 오셨나요? 전화통화했다. 목소리를 2년만에 들었다. 그동안 문자로, 블로그 댓글로만 만났던 터라 몹시 생경한 느낌이었다.
1.4킬로미터를 걸어 물류센터 앞에 도착했다. 그 분이 일하는 물류센터에 들어가 볼 기회가 있었다. 내부 설계를 자신이 했다고 했다. 견학온 학생같은 느낌으로 내부를 돌아보았다. 배우 전종서가 선전하는 사이트와 관련이 있는 회사인 듯.
저녁 식사를 했다. 백신 접종 완료자가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식사였다. 백신 접종 후유증으로 고생했지만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모처럼 만나 식사를 못할 뻔했다.
그리고 새로 이사했다는 동탄 아파트에도 가 보았다.
방문한 김에 반찬이라도 만들어 드리고 싶었지만 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식재료는 말할 것도 없고 간장, 고춧가루, 식초, 마늘..... 이런 것이 없었다. 그렇게 텅텅 빈 냉장고는 처음 보았다. 장을 보고 와서 요리를 했으면 좋았겠지만 시간이 없었다. 늦게 출발한 것도 아닌데 우리 동네에 오니 거의 차가 끊길 시간이 되어 버렸다.
근무지 견학도 하고, 집들이도 하고, 만찬도 즐기고..... 2년여만에 몰아서 일을 한 듯......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으려나?
그 분, 아세탈님과의 만남은 그야말로 벼락치기로 끝났다. 세 시간 정도의 만남. 문자나 블로그를 통해 물어볼 수 없었던 궁금한 것을 많이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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