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정돈 집관리

온수밸브 누수: 주름관 삼방티 교체(2021/09/11)

HoonzK 2021. 9. 13. 17:19

 지하실에 쌓아놓은 박스를 가지러 갔다가 바닥에 흥건하게 고인 물을 보았다. 얼마나 오래 되었을까? 바닥을 적신 물은 어디서 온 것일까? 보일러에서 누수된 흔적은 없었다. 천정에 붙어 있는 온수라인 T밸브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계량기부터 잠근 뒤 물이 떨어지는 쪽의 밸브를 해체했다. 밸브 안의 패킹이 마모되어 있었다. 삭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정도였다. 씰테이프로 감아볼까 했으나 확실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철물점에 가서 패킹을 달라고 했다. 집 근처의 철물점은 지난 7월 도쿄 올림픽이 개막하던 날 폐업했고, 400미터 떨어져 있는 철물점은 주말이라 일찍 문을 닫은 상태였다. 집에서 7백여 미터 떨어진 철물점에 가서 마모된 패킹을 보여주고 패킹 좀 사러 왔다고 말했다.

철물점 사장은 혀를 끌끌 찼다.

 

-대한민국 어디 가도 패킹만 파는 데는 없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패킹만 별도로 생산 판매를 하지 않는다고요?

-밸브와 결합되어 있는 제품만 판매한다는 거지요. 패킹만 별도로 판매는 하지 않는다고요.

-패킹만 교체하면 될 것을, 패킹 때문에 밸브를 아예 구입해야 한다고요? 그게 말이 되요?

-허허, 몰라도 너무 모르시네요. 이런 일 처음 하시나 봐요.

-(미리 찍어둔 사진을 보여주며) 밸브 하나만 풀어서 해결하려고 했는데 사장님 말씀대로라면 세 군데를 다 풀어야 하는데요.

 

 덥썩 구매할 수는 없었다. 좀더 알아보고 싶었다. 결국 40분 쯤 뒤 이 곳에서 주름관 삼방티를 구입하긴 했지만 그에 앞서 철물점 세 군데와 생활용품 판매점 한 군데에 들렀다. 어떤 철물점에서는 주름관에 끼워지지도 않는 제품을 주는 바람에 환불받기도 했고, 또 다른 철물점에서는 가게 안을 다 헤집고도 삼방티 밸브를 찾지 못해서 그냥 나오기도 했다. 처음 들렀던 철물점에 와서 구입한 삼방티를 만지작거리며 이걸 주름관에 어떻게 끼워야 하느냐고 물으니 사장은 답답하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타박을 주었다.

 

-거기 밸브를 풀고 끼워야죠. 처음 하시는 분들은 패킹 많이 찢어 먹어서 다시 사러 오기도 해요.

 

 결국 사람을 부르게 되었다는 일화를 남기고 심진 않았다. 지난 6월 수도 누수 작업을 할 때도 셀프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사람을 불러 지출이 컸던 일도 있어 어떻게든 나 스스로 해결하고 말겠다고 마음먹었다.

 

 집을 나선 지 한 시간이 넘어서야 지하실로 돌아와 밸브를 주름관에서 풀어내었다. 처음 풀었던 것과 다를 바 없이 패킹이 마모되어 부스러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마모된 패킹 때문에 주름관과 밸브가 분리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내가 집을 나갔다 온 사이 온 매제는 아이스라테 커피를 사 와 나를 응원했다. 해체하는 일이 조금 힘들었을 뿐 주름관에 삼방티를 결합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너무 쉽게 결합이 되었다. 손으로만 밸브를 잠그면 누수가 생길 수 있어 아세탈님이 선물한 스패너로 단단히 조여주었다. 아직도 기술쪽으로는 부족한 것이 잠그지 않고 풀고 있기도 했다. 부품을 사러 다닌 시간에 비하면 작업 시간은 매우 짧았다. 처음 하기 때문에 힘들었을 뿐이지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셀프로 문제를 해결한 덕분에 적어도 4만원 이상은 절약했다.

 

 

 

 

 

온수 주름관에서 흘러나온 물이 지하실 바닥을 계속 적시고 있었다.

 

주름관이 삼방향으로 나가고 있었다. 한쪽 밸브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일단 누수되는 쪽부터 스패너로 풀었다.

 

 

알고 보니 한쪽 주름관은 계속 이어져 있는 게 아니었다. 이쪽 주름관에 끼워져 있던 밸브의 파킹이 마모되어 있었다.

 

 

생활용품점에 가서 이런 제품을 사 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정석대로 가기로...

 

새로 구입한 주름관 삼방티(사진 하단)

 

 

패킹 색깔도 다르고 누수를 막아주는 면적도 다른 것이 20년 전의 제품에 비하여 확실히 개선되어 있었다.

 

 

위의 주름관에서 밸브를 아예 분리해 내는 것이 문제인데.....

 

 

일단 한 개는 분리했는데 한 개가 빠져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

 

 

분리하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마모된 패킹이 주름관에 거의 녹아 붙어 있는 수준이라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주름관을 손상하면 일이 커지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작업했다.

 

 

주름관에 밸브를 끼우는 일은 너무 쉬웠다. 스패너로 단단히 조여주었다. 아세탈님이 이 선물을 주지 않았다면 직접 해 볼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결합이 완료되었다.

 

 

혹시 물이 새는가 걱정되어 몇 번이고 가서 사진을 찍었다. 물기가 있는지 손으로 만져보기도 여러 번 했다. 문제없었다.

 

 

삼방티 전체를 교체하지 않고, 어떻게든 패킹 하나만 교체하는 식으로 했으면 다른 데에서 물이 샜을 것이다. 패킹이 어지간히 낡았다.

 

 

지하실 바닥은 금방 말랐다.

 

 

작업을 마친 다음날 또 확인하면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2021/09/12)

 

 

풀어낸 제품을 어딘가 재활용할 데 없을까 궁리했는데 결국 고물상으로 가게 될 것 같다.

 

 

매제와 아이스 라테를 마시면서 작업 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