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정돈 집관리

의성육쪽마늘이 너무 비싼 해(2021/07/09~ )

HoonzK 2021. 7. 24. 17:42

올해 의성육쪽마늘 가격이 예년보다 훨씬 비싸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경제적 박탈감이 느껴졌다. 조금 작은 마늘의 경우 지난 해 2만원이 채 되지 않았는데 들어와 있는 크기는 하나 뿐이었고 한 접이 5만원 가까운 금액이었다. 어디 가서도 이렇게 싼 가격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바로 구입할 수는 없었다. 구입하지 않았는데도 너무 가난하다는 느낌으로 우울해졌다. 4년 내리 마늘을 샀던 가게의 사장이 바뀐 것도 우울함을 부추켰다. 2017년부터 매년 7월이면 의성마늘을 세 접씩 사던 루틴을 이제 끝낼 수밖에 없었다. 낯선 사장이 주는 거리감은 예년보다 비싸진 마늘 가격 때문에 더 커졌다. 이제 장사를 하기에는 너무 노령(老齡)이라는 전 사장님과 통화한 후에는 더 우울해졌다. 이렇게 다들 떠나가는구나. 나이를 먹으면 더 이상 의욕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이구나. 젊을 때는 그저 추상적으로만 인지했던 감정이 점점 생생하게 다가오는구나. 세월 앞에 장사 없구나. 피할 길은 없구나. 점점 움직임이 줄어드는 삶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구나. 이제 다시는 마늘을 사러 강남상회까지 올 일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한 세대가 저문 비애를 가슴에 새기게 된다. 상실의 슬픔은 앞으로도 더 자주 찾아올 거다.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예년에 비하여 마늘의 양이 너무 적었다. 가게도 정리된 느낌이 강했다. 주인이 바뀌었느냐고 물으니 그렇지 않다고 했다. 새 주인 입장에서는 장사를 시작한 지 8개월이 넘었으니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미아역 부근에 있는 노천 가게. 여기는 의성마늘 크기에 따라 선택 여지가 있다.

 

지난 해에는 2만원이 되지 않았을 의성육쪽마늘 한 접이 4만원에 육박한다.

 

4만원짜리도 있고, 5만원대도 있었다.

 

 

가장 저렴한 제품 한 접만 사겠다고 했다.

 

짐 들고 다니는 것은 운명 같은 것인가? 마늘 한 접을 사기 전에도 무거웠는데 더 무거워졌다.

 

일단 임시로 까 놓았다. 박스에 젖은 물은 내 땀이다.

 

마늘이 6개. 육쪽마늘 맞지.

 

그런데 이 녀석은 여덟쪽이다. 의성육쪽마늘이라고 할 수 없겠는데.....

 

1차 작업을 마쳤다.

 

주머니 정리를 하다가 5만원을 내고 3천원을 거슬러 받았는 줄 알았다. 즉 47,000원을 낸 것인 줄 알았다. 1천원 지폐가 너무 낡아서 언뜻 1만원 지폐로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착각한 줄 알았다.

 

스마트폰 사이에서 1만 2천원이 발견되었다. 5만원 내고 3천원 받아올리가 없었다.

 

몇일 후 마늘을 깠다.

 

앉은 자리에서 내리 7시간 가까이 마늘 껍질을 벗겼다.

 

껍질 벗기기 1차 작업 완료... 사실 3분의 1은 비닐봉투에 담겨 냉장고 안에서 대기 중이다.
꼭지를 따는 것도 일이다.

 

마늘을 갈고 있다.

 

냉동보관하기 위하여 지퍼팩에 담았다.

 

그래도 올해는 세 접이 아니니 작업이 빨리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