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부터 소주 공병 40개를 카트와 배낭에 담아 단골 편의점으로 갔다.
네 번의 횡단보도를 건너 1킬로미터 남짓 이동했다. 카트를 끌고 있어 제법 시간이 걸렸다.
이내 짐을 내려 놓고 현금을 챙길 시간이 왔다.
-사장님, 소주 가져 왔어요. 오늘은 좀 많아요. 40병이요.
-30병까지만 받는데요.
-너무 많이 가져왔네요. 10병은 빼야 겠네요.
트레이에 소주병을 옮기면서 생각해 보니 가져온 사람의 신상을 기록하는 것도 아닌데 공병 수거량을 제한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앞사람이 30병, 뒷사람이 10병 가져온 것으로 쳐주면 되는데..... 그런 융통성 발휘를 부탁해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사장이 먼저 40병 처리를 해 주겠다고 했다. 4천원을 받고 편의점에 잠시 머물러 사연을 들었다. 공병 수거는 편의점 입장에서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공병 수거를 해야 하나 하는 회의감도 많이 들고, 어르신들이 갖고 오는 공병 가운데에는 지저분한 게 너무 많아 손을 버렸던 경험도 있어 꺼려진다고도 했다. 나같이 지저분하면 물티슈로 한번 닦고 갖고 오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이번에 40병이나 갖고 오게 된 것은 유례없는 일이지만 앞으로는 30병 제한을 기억하겠다고 말하고 편의점에서 나왔다.
자! 이제 현금 4천원으로 무얼 하나? 식재료를 살 가능성이 큰데......
8월 3일 30병, 8월 20일 40병 처리 사이에 20병 처리도 있었으니 8월 한달 동안 총 90병의 소주 공병을 처리했다. 한번도 마시지 않은 소주로 9천원을 벌긴 했는데 그럴 시간에 다른 일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회의감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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