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의 시작, 월요일.
동대문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화계역에서 내려 고물상을 찾았다. 단 이틀만에....
손수레 좀 빌려달라고 하자, 직원은 힘든 일을 하느라 인상을 쓰면서 전에도 방문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불과 이틀 전에도 왔다 갔다고 했더니 빌려가라고 했다. 처음 방문했다면 빌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집 마당에는 고철이 담긴 쌀푸대 8개가 있었다. 그 가운데 5개만 실었는데 수레가 너무 무거워졌다. 이동하는 데 여간 힘들지 않았다. 모르긴 해도 고철 무게만 해도 150킬로그램 쯤 될 것이고, 킬로그램당 150원씩 쳐준다면 2만원을 넘게 손에 넣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들었다. 돈 보다는 집 정리하는 개념으로 수레를 끄는 것인데 고철이 많으니 금전에 대한 욕심이 생긴 것이었다. 내가 받게 된 돈은 1만원이었다. 고철은 킬로그램당 100원씩이라고 했다. 내가 가져간 고철은 상철이 아닌 잡철이라 돈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옮긴 고철의 무게도 100킬로그램을 넘지 못했다. 97킬로그램이었다. 총 금액은 9,700원인데 300원을 더 쳐주었다는 말을 들었다. 수레를 끌고 가 30분 정도 기다린 것까지 하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10여년 간 고물상을 아주 가끔 방문하고 있지만 고물상에서 돈을 받아 돌아나올 때 드는 복잡한 감정이 있다. 몇 푼 안되는 돈이나마 받았으니 얼마나 좋은가 하는 만족감과 내가 들인 수고에 비하여 보잘 것 없는 대우를 받았다는 서운함. 집을 채우던 짐을 정리한 보상으로 돈까지 벌었으니 얼마나 좋은가? 아니, 수레를 빌려와 일일이 짐을 싣고, 땀을 뻘뻘 흘리며 끌고 밀고가 저울에 올려 놓고 몇 푼 안되는 돈이 내가 들인 수고를 벌충하고 남을까?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옷과 신발도 처리할 생각으로 얼마냐고 물어봤더니 킬로그램당 100원씩이라고 했다. 믿을 수 없었다. 고물상에서는 100만원짜리 새 옷도 그게 단 1킬로그램이라면 100원밖에 받을 수 없다. 지난 해 4월 헌옷과 신발을 58킬로그램을 갖고가 15,000원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해서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때는 250원꼴) 코로나19 때문에 옷값이 바닥을 치고 있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당에 아직 남아 있는 고철 푸대와 파지를 그냥 밖에 내어놓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파지나 고물 주워 생활하는 어르신들이 바로 챙겨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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