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들뜨고 설레는 느낌이 언젠가부터 내게서 사라졌다. 크리스마스라고 캐롤송을 수집하던 일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는 그저 평범한 휴일이 되어 버렸다. 마라톤 대회가 있으면 나가서 달릴 수 있는 일요일 같은 날이 되고 말았다.
크리스마스 새벽 5시 29분 알람이 울렸다. 크리스마스 마라톤대회 풀코스 출발까지는 2시간 30분이 남아 있었다. 미리 신청하지 않았던 대회라 현장 접수해야 했다. 현장 접수? 미리 돈을 낸 것이 아니니 그냥 넘겨도 되는 대회? 돈을 내고도 힘들면 뛰지 않고 마는데? 몹시 고단한 몸이니 출전을 포기하고 이불을 다시 덮고 누워 몇 시간을 더 자도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지난 주 병원에는 세 번이나 다녀왔다.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나는 무너졌다. 하룻밤 사이에 다섯 번 내지 여섯 번 잠을 깨었다. 통증 때문에 잘 수 없었고 몸의 순환은 꽉 막혔다. 그게 몇 일 이어지니 아파서 자살하는 사람의 심정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암이라는 의심을 받으며 초음파 검사까지 받았다. 암은 해프닝이었다. 의사가 내 고통의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지도 못했다. 그저 짐작으로 처방받았다. 항생제 주사를 연방 맞고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에이프로젠 세파클러니 타이론정 같은 것을 섭취하며 이겨내려고 발버둥을 쳤다. 아랫배 쪽의 통증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 아침 마라톤 대회장으로 움직였다. 3주 동안 운동이 부족했다. 운동을 해도 일주일에 두 차례 정도, 그것도 5킬로미터 전후 달리기가 고작이었다. 완주를 장담할 수 없었다. 대회장까지 가는 데 모든 동작이 굼떴다. 지인들이 복장을 갖추고 난로를 쬐다가 출발선으로 이동할 때가 되어서야 대회장에 도착했다.
현장접수하고 복장을 갖추고 짐을 맡긴 뒤 출발선으로 이동하고 있을 때 풀코스 출발 신호가 들렸다. 늦었다는 생각에 맹렬한 스피드로 출발 아치로 향했다. 무지막지하게 빨리 달려 1분 가량 늦게 출발하고도 금새 후미 주자들을 따라잡았다. 내 첫 1킬로미터 페이스는 4분 40초였다. 1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샛별홍진님, 성하형, 고운인선님, 은식님 등을 죄다 추월했다. 다음 1킬로미터는 속도를 늦추었는데도 4분 50초였다. 2킬로미터를 9분 30초에 달린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3시간 19분에 풀코스를 달릴 수 있는 속도임을. 한편으로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이며, 그렇게 달릴 수도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아팠던 몸이, 훈련이 부족했던 몸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조금씩 속도가 떨어지고 있었다. 바로 따라잡을 것처럼 보였던 토끼 모자 여성 주자와의 거리가 다시 벌어지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마라톤대회는 마라톤TV에서 주최하는 대회였지만 도림천을 감아도는 코스가 아니었다. 신정교와 염창교 구간을 기점으로 안양천을 끼고 달리는 대회였다. 신정교, 오목교, 목동교, 양평교, 양화교, 염창교를 지나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가 다시 되돌아오며, 그 달리기를 2회 반복하면 풀코스였다. 모조리 노천 구간이었지만 햇빛은 거의 받지 않았다. 매우 흐린 성탄절의 아침이었다. 미세 먼지가 없지 않아서 달리면 달릴수록 목이 갑갑해지는 날씨였다. 차가운 느낌이 좀처럼 걷히지 않는 크리스마스이기도 했다. 맨살을 드러낸 반바지를 입고 있었지만 긴바지를 입어도 상관없을 기온이었다. 풀코스에서 맨살을 드러낸 반바지 착용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강 방향으로 달릴 때마다 맞바람이 치니 보온을 위해서 긴바지를 입어도 될 뻔 했다. 비록 영하의 날씨이긴 했지만 직전 풀코스에서도 반바지를 입었으니 반바지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긴팔티셔츠 두 장에 장갑을 끼면 반바지라도 괜찮았다.
초반의 기세가 조금 꺽였지만 3시간 20분대는 가능한 속도로 내달리고 있었다. 6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눈이 번쩍 뜨였다. 希洙형님이 산책을 나와 스마트폰으로 내 모습을 찍어주고 있었다. 이틀 전 병원에 다녀왔고 전날에는 출근도 못했던 분이 아침 일찍 주로에 나와 있어 반갑기도 했지만 걱정도 되었다. 나흘 전에는 풀코스를 달리다 10킬로미터를 남기고 기권하기까지 하셨는데.......
나의 분전은 딱 10킬로미터까지였다. 49분대로 밀고 나갔고, 그 이후부터는 눈에 띄게 속도가 줄었다. 나와 마주볼 때마다 로운리맨님은 내 페이스가 좋다며 서브 330 달성을 외쳤지만 달린 거리가 늘어날수록 5분 10초에서 20초 사이로 속도가 조정이 되었다. 15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시간을 더 잃었다. 1회전이 끝나갈 무렵 10킬로미터 주자들과 뒤섞였다. 민첩하고 생기넘치는 청춘들이 있었다. 이들은 산타모자라든지 산타 복장이라든지 루돌프 사슴 머리띠라든지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복장을 하고 있어 무채색 일색이었던 주로가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크리스마스 마라톤을 하나의 이벤트로 즐기는 분위기였다. 크리스마스라면 당연히 이렇게 달려야 한다고 내게 알려주는 것 같았다. 1회전을 마치고 다시 5킬로미터 지점으로 돌아오는 동안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져 고독의 질주를 거듭하게 되었지만 잠시나마 즐거울 수 있었다.
1회전은 1시간 47분이었다. 후반의 기세가 좋은 네거티브 스플릿(negative splits)을 한다면 3시간 29분대가 가능하겠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는 날이었다. 내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속도를 늦추어야 했다. 그래도 얼렁뚱땅 달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그런대로 도전과 성취를 이룰 수 있는 목표를 3시간 39분대로 정했다. 27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은식님이 내 앞으로 나왔다. 내게 다리가 아프냐고 물었다. 사실 완치가 아니라서 버티고 있다고 대답했다. 적당히 타협하면서 달리고 있어요. 지난 주 병원에 세 번이나 다녀 왔다든지 집안 일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든지 하는 이야기는 일체 하지 않았다. 그런 구질구질한 스토리까지 탈탈 털어낼만한 여유가 없었다. 은식님은 대화가 불가능한 거리만큼 내 앞으로 나아가 버렸다. 은식님과의 거리 차이는 50미터 이내에서 유지되었다. 마지막 1킬로미터가 남았을 때까지도. 그렇다고 은식님을 페이스메이커 삼아 줄곧 따라 달린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 스스로 5분 17초 전후의 페이스를 지키려고 애썼다. 5분 17초 페이스가 넘어가도 내게는 핑계거리가 충분했다. 그동안 아팠으니까. 그래서 훈련도 못했으니까. 이 대회는 훈련의 일환으로 참가한 대회였으니까. 3시간 39분대를 목표로 하고 있어도 샛별홍진님은 나를 볼 때마다 오늘 웬일이냐, 날 잡았냐, 그동안 당신보다 빨리 달리던 사람들 앞으로 다 죽었네라며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1년간 너무나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칠마남수님도 볼 때마다 한마디씩 하였다. 나와 자주 통화하는 성하형은 아팠던 건달 동생이 329는 어렵겠지만 339는 할 거라고 하루 전날 예언한 바 있었다.
12킬로미터가 남았을 때 나 자신에게 물었다. 55분 내로 남은 거리를 달릴 수 있겠느냐고. 오늘은 불가능했다. 왜 그렇게 물었을까? 마주볼 때마다 서브 330을 하라고 소리친 로운리맨님의 응원이 현실화될 수 있는가 따져본 것이었다. 서브 330은 물건너갔고 서브 340은? 10킬로미터가 남았을 때 52분대로 달리면 339가 되고, 53분대로 달리면 339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1킬로미터 구간 기록이 5분 이내가 나올 때도 있었지만 거리 표지판만으로 기록을 계산하는 나로서는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페이스로 달렸는데 5분 20초가 나오기도 했으니.
5킬로미터를 남기고 YJ님을 추월했다. 나름대로 선전한다고 생각했는데 3킬로미터를 남기고 재빠른 발걸음이 따라붙고 있었다. 토끼모자 여자주자였다. 달리다가 건너편에 보이는 골인점으로 향했던 일이 기억나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알바를 했다고 했다. 31킬로미터만 달리고 그만 뛰려고 다리를 건넌 줄 알았는데 길을 잘못 들었던 것이다. 워낙 기량이 좋은 주자라 바로 앞에 있던 은식님도 따라잡았다. 이 분은 3시간 38분대로 골인하게 되는데 3시간 20분대 초반 기록도 여유있는 페이스였기에 아쉬웠으리라. 2킬로미터를 남기고 3시간 29분이었다. 11분의 여유가 생겼다. 킬로미터당 5분 30초로 달려도 3시간 39분대가 가능하게 되었다. 1킬로미터 남았을 때 벌써 골인했을 줄 알았던 인천연형님이 힘들게 발을 옮기고 있었다. 잘 나가다가 쥐가 나고 말았다고 했다. 내 페이스는 5분 15초 전후에서 5분 전후로 당겨졌다. 오른쪽 다리에 느껴지는 묵직한 통증이 햄스트링에 가해지고 있었다. 그래도 밀고 나갔다. 100미터 남았을 때 은식님마저 제쳤다.
3:38:59.34
339가 아니라 338이니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단 1초 차이로 338이라니. JTBC 서울마라톤 기록보다 빠른 것이니 올해 25번의 풀코스 가운데 두번째로 빠른 기록이었다. '아파도 339', '아프니까 339라도'는 올해 나 자신의 꾸준한 목표였는데......
요즘 들어 후반에 강한 모습을 보일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최근 장거리 훈련이나 인터벌 훈련을 해본 일이 전혀 없으니. 사실 기록이 338이 나온 것은 체중 감량 효과가 주효한 덕분이다. 11월 말부터 몰아닥친 스트레스 때문에 2킬로그램 쯤 살이 빠졌다. 달리는 동안 옆구리살이 몸을 주저 앉힌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 급수대에서는 될 수 있는대로 장갑을 벗지 않았다. 바나나를 먹을 때를 빼고는 장갑을 끼고 있었다. 급수대를 만나면 열이면 열 장갑을 벗었던 스타일을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마라톤대회라는 명칭을 걸고 대회가 열렸다.
산타모를 완주 후에 이사님으로부터 받았다.
언제나 도움을 주는 아에드.
파워젤은 먹지 않았다. 바나나와 초코파이로 에너지를 보충했다.
신정교 아래에 마련된 대회장
로운리맨님이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완주 후 떡국 한 그릇..... 딱 한 그릇만 먹었다.
억새밭을 배경으로..... 로운리맨님이 찍어줌.
2019-12-25(수) 2019 크리스마스 마라톤대회
2019-12-25(수)
Full 코스 오전 08:00 출발
Half, 10km, 5km 오전 09:00 출발
◆ 대회명
2019 크리스마스 마라톤대회
◆ 대회개요
· 일 시 : 2019년 12월 25일(수)
· 장 소 : 안양천 신정교 일원
◆ 종목
종목 | 출발시간 | 완주제한시간 | 참가대상 |
풀코스 | 08:00 | 5시간 | 신체 건강한 남,녀 |
하프코스 | 09:00 | 3시간 | |
10km | 09:00 | 2시간 | |
5km | 09:00 | 1시간 |
출발시각 30분 전까지 집결
◆ 지급품
배번호, 양말, 완주메달, 기록증(현장배부)
◆ 먹거리
완주후 따뜻한 떡국^^
◆ 참가신청 접수
· 신청기간 : 2019년 10월 22일 ~ 12월 16일
· 신청자격 : 신체 건강한 남, 여 누구나
· 신청방법 : 홈페이지(www.marathontv.co.kr)
※ 접수는 인터넷 홈페이지 혹은 팩스로만 가능합니다.(전화 유선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 민원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잦은 전화 및 통화가 길어질
경우 다른 접수자의 민원을 처리하기가 어렵습니다.
종목 | 참가비 | 입금계좌 |
풀코스 | 30,000원 | 농협 |
하프코스 | ||
10km | ||
5km | 20,000원 |
종목 | 순위 | 구분 | 시상품 | 부상품 |
풀코스 | 1위 | 남/녀 | 상장 | 준비중 |
2위 | 남/녀 | |||
3위 | 남/녀 | |||
하프 | 1위 | 남/녀 | ||
2위 | 남/녀 | |||
3위 | 남/녀 | |||
10km | 1위 | 남/녀 | ||
2위 | 남/녀 | |||
3위 | 남/녀 | |||
* 종목별 남/녀 15인 이하시 시상없음(5km 시상제외) |
- 대회당일 | |||||||||||
집결 : 대회 당일 참가 선수들은 필히 출발시각 30분 전까지 대회장으로 집결해 주시기 바랍니다. | |||||||||||
기록측정 : 공식기록은 기록칩으로 측정합니다. 각 종목별 순위는 골인점 통과순위(건타임)로 결정 합니다. | |||||||||||
기록칩 부착 : 기록측정을 위해 풀, 하프, 10km, 5km 참가자들은 배부 받은 칩을 반드시 부착하여야 합니다. 만약 칩을 부착하지 않거나 출발선, 골인선 및 반환점 등에 설치된 센서 매트를 밟지 않을 경우 기록이 측정되지 않아 실격처리 됩니다. | |||||||||||
기록칩 반납 : 칩은 골인 직후 완주메달과 교환하면서 필히 반납하셔야 합니다. | |||||||||||
탈의실, 물품보관소 운영 : 당일 탈의실 및 물품보관소를 운영합니다.(귀중품은 본인이 보관하십시오) | |||||||||||
차량 도난 사고 발생 등 범죄 발생시, 주최 측은 책임지지 않습니다.(범죄사고 발생시 경찰에 신고하세요) | |||||||||||
- 주로운영 | |||||||||||
음료공급 : 음료수 공급대는 매 2.5km 마다 설치됩니다. | |||||||||||
구간표시 : 구간표시대는 매 1km 마다 설치됩니다. | |||||||||||
주로간식제공 : 주로의 간식은 풀코스 반환점과 하프코스 반환점,10k반환점에 설치됩니다. | |||||||||||
참가자격 양도금지 : 참가가 확정이 된 뒤에는 참가자격 양도 및 대리 참가가 절대 불가능합니다. | |||||||||||
대리참가 금지 : 대리 참가자는 바로 실격처리 되며, 기록증이 발급되지 않습니다. | |||||||||||
부상, 사고 처리 : 본 대회 참가자들에게는 보험이 가입됩니다. 하지만 반드시 본인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여 종목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주최 측에서는 본인의 지병, 음주 후유증 등 개인의 건강상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대회 도중 발생한 부상에 대해서는 응급조치 외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 |||||||||||
완주시 지급품 : 완주시 지급품은 완주메달과 기록증, 양말을 드립니다. | |||||||||||
대회중지 : 천재지변이나 자연재해 발생(신종플루, 구제역 등 전염병, 환경 오염 사고, 대형 사고 등)으로 인한 대회를 개최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시, 대회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수 있습니다. *천재지변 및 자연재해라 함은 폭설 폭우 등 기상적인 요인, 신종플루 구제역 등 인간 및 동물의 전염병, 지진 해일 등의 각종 재해, 폭발이나 환경오염, 폭동 등 대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사안을 통틀어 지칭합니다. | |||||||||||
| |||||||||||
번호표 부착 의무 : 모든 참가선수는 대회본부가 발급한 공식 번호표를 상의 배 부분에 부착하고 임해야 합니다. | |||||||||||
배번호는 임의로 제작, 변조할 수 없으며 배번호를 부착하지 않거나 변조 훼손된 것을 부착할 경우 실격 처리합니다. | |||||||||||
완주기록증은(풀,하프,10km,5km) 현장배부 해드립니다 |
希洙형님이 찍어준 사진......
공원사랑마라톤대회 때와 기념품도 똑같다. 메달은 혹시나 했는데 메달도 똑같았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기록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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