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에는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다 못해 거의 다 바닥에 떨어져 옐로우 카페트를 방불케 했는데 올해는 푸른 잎파리가 아직 은행나무에 달린 채였다. 운치는 없어졌지만 달릴 때 방해는 덜 받게 되었다. 지난 해 달릴 때마다 발을 붙들던 은행나뭇잎 주로는 피하게 된 것이다. 10킬로미터 종목을 참가 신청했다. 내리 풀코스만 달리고 있어 중간에 한번쯤 짧은 거리를 달리는 게 나을 듯 싶었다. 기념품으로 아산쌀 5킬로그램이 지급되고 아산에서 파견 근무중인 아세탈님을 만날 수도 있어 2년 연속 참가 신청했다.
간밤에 꿈을 많이 꾸긴 했으나 잠을 잤다는 느낌이 들었다. 버스 안에서도 1시간 가량 잤다. 지난 JTBC 서울마라톤 때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달리는 동안 수면욕이 느껴지지 않는 마라톤, 늘 이러면 좋을텐데. 지난 해보다 한 시간 늦은 10시 출발이라 여유가 있었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7시 직전 버스를 타도 되었다. 아세탈님이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이른 8시 30분경에 픽업하러 나왔다. 동양고속 버스터미널에서 2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충청남도 경제진흥원에 주차하고 1킬로미터 넘게 걸어서 대회장으로 갔다.
출발까지 1시간 넘게 남아 있었다. 대회장에는 수시로 내 이름이 불렸는데 이쪽 지역에는 나와 이름이 같은 국회의원이 있었다. 아산시마라톤협회장은 강근식이라 사회자가 그 이름을 거명할 때마다 느낌이 묘했다. 이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부르며 경품을 뽑아주면 아주 재미있겠구나 싶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프 주자가 출발하는 10시에 나는 곡교천변에 있었다. 부랴부랴 출발선으로 갔는데 10킬로미터 참가자가 1400명이라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출발 신호가 있은 후 1분이 넘어서야 아치를 지날 수 있었다. 속도가 제각각인 사람들이라 섞여 있다 보니 레이스 운용에 애를 먹었다.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앞의 주자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부딪힐 뻔 하기도 했다. 첫 1킬로미터가 6분이나 걸렸다. 10킬로미터를 1시간 이내에 달리는 것은 문제가 없어보였지만 내심 한 달 전의 48분 55초보다는 빨리 들어오고 싶다는 계획에는 차질이 생겼다. 힘을 써야 했다. 1킬로미터 이후에도 주로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분발한 결과 두번째 1킬로미터는 4분 30초로 달렸다. 2킬로미터 10분 30초 페이스라면 52분 30초의 기록을 예상할 수 있었다. 9월말 아산이순신마라톤에서 기록한 시간과 비슷해지는 것.
쌀쌀한 기온이 느껴졌지만 내 복장은 여름과 똑같았다. 나처럼 반팔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긴팔 티셔츠를 입었다고 해도 전혀 어색할 게 없는 날씨였다. 내 뒤에서 치고 나오는 주자는 매우 요란했는데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몰고 있었다. 'Enriching Veterans' Lives'라고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외국인 에디 부쓰님이었다. 주변의 주자들은 앞이 막히면 그를 위하여 길을 열어주라고 외쳤다. 마라톤을 하기에 참으로 비좁은 곡교천 산책로를 따라 페이스를 올리지는 못해도 떨어지지는 않게 애를 썼다. 그 결과 부쓰님을 내내 따라갈 수 있었다. 4분 30초까지 나왔던 스피드는 4분 45초 전후로 조율되었다. 더 욕심을 낼 수 없었다. 체중이 느껴졌다. 이전까지는 통증이 달리기를 어렵게 했다면 이제부터는 체중이 달리기를 어렵게 했다. 햄스트링 완치는 아닌 것이 9킬로미터 이후 통증이 생겼다. 통증이 생기기 전까지는 무거운 몸 때문에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곡교천을 건너가 만난 4킬로미터 이후 급수대에서는 주자들이 한데 모여 물컵을 잡기가 힘들었다. 내 앞에서 달리던 부쓰님은 물컵을 잡지 못했다. 급수대에서 물 두 컵을 잡았다. 때마침 둔덕이 나와 유모차 미는 부쓰님이 속도를 줄였고 그때 따라붙어 물컵을 내밀었다. 외국인은 서툰 우리말로 감사하다고 했다. 부쓰님은 유모차를 밀고도 50분 이내에 완주했다.
왔던 길을 그대로 되밟아 가던 과거의 코스가 곡교천을 감아도는 순환코스로 바뀌면서 뒤에 오고 있을 아세탈님과 마주 보지 못했다. 5킬로미터는 24분이 훌쩍 넘었다. 그리고 숨이 거칠어졌다. 헉헉대는 소리는 7킬로미터가 되어서야 사라졌다. 7킬로미터는 34분이 넘었다. 5분 페이스로 가면 올해 최고 기록을 세울 수 없었다. 4분 30초대로 뛰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젊은 친구들이 내게 배틀을 걸어 왔는데 다 이겨낼 수 있었다.
1킬로미터 남았을 때 천변에서 은행나무길로 올라가야 했다. 거기서 10킬로미터 50분 페이스메이커를 보았다. 그 분이 현재 44분대라고 외쳤다. 나는 43분대였다. 마지막 1킬로미터를 가장 빨리 달리게 되는 구간으로 삼았다. 경미하지만 햄스트링 통증이 생겼기 때문에 타협을 하면서 달렸다. 4분 23초로 마무리지었다.
47분 28초 82
아산이순신마라톤 10킬로미터보다는 5분 10초가 빨라졌다. 광진구마라톤 하프의 후반 10킬로미터보다는 늦었지만.
아세탈님은 지난 아산이순신마라톤 때보다 14분 정도 빨리 달렸다.
대회장 먹거리는 구경도 하지 않고 터미널 근처 식당으로 가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9월, 10월, 11월. 아세탈님과는 한 달에 한 번씩 식사하는 셈.
47분 28초가 올해 세 번 달린 10킬로미터 기록 가운데 가장 좋은 기록이긴 한데....
지난 10월 9일 하프 후반 10킬로미터를 47분 06초로 달린 것보다는 늦었다.
아산시마라톤협회장이 내 이름과 비슷한 분이네.....
지난 해 9시 출발이 10시 출발이 되면서 조금 여유가 생겼다.
충남경제진흥원 주차장이 행사장에서 가까운 것으로 그려져 있지만 사실 1킬로미터가 넘었다.
아세탈님이나 나나 5킬로그램 쌀을 들고 1킬로미터 이상 걸어야 했다.
중소기업인 기살리기 마라톤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버스 노선이 변경된다는 공지가 142번 버스에 붙어 있었다.
서울에도 대회가 몇 개 있었지만 나는 아산으로 갔다.
갈 때 짐이 적지 않았다. 아세탈님에게 드릴 것도 있었고.....
은행잎이 제대로 물들려면 좀더 기다려야 했다. 지난 해에는 물들다 못해 다 떨어져 바닥을 뒤덮고 있었는데..... (지난 해 완주기 포스팅 참고하세요.)
비교적 저렴한 신발을 신고 뛰었다. 끈이 잘 풀리는 신발이다.
봉투에 배번을 적어서 짐을 맡아주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찾을 때 너무 오래 걸렸다.
아산맑은쌀을 준다고 했는데 실제로 받은 것은 온양온천삼광쌀이었다.
등급은 똑같이 '상'이니 상관하지 않았다.
쌀이 두 개인 이유는 아세탈님이 자기 것을 주셨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패트병에 담아 보관했다.
언제 확보한 어떤 쌀인지 알아보기 위하여 네임펜으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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