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엔 한숨도 못 잤다. 책 읽다 음악 듣다 불을 껐다 켰다 누웠다 일어났다..... JTBC마라톤 기록은 신경쓸 필요가 없어서 긴장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이유를 알 길이 없었다. 그래도 4시간은 자야 풀코스 달리기 전 최소 수면을 확보하는 것 아닌가? 대문을 나서기까지 매우 굼뜨게 움직여서 늦고 있었다. 집에서 밥먹고 나올 여유가 없었다. 들르려고 했던 분식점이 모두 문을 닫았다. 여느 때 새벽 5시면 불을 환하게 비추고 있던 곳이었는데...... 결국 잠실종합운동장역에 와서야 삼각김밥 한 개를 사서 먹었다. 6시 57분. 풀코스 출발이 1시간 남짓 남아 있었다. 바깥술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야, 역이라고? 그럼 전마협 부스로 와서 커피 한 잔 해.
역을 빠져나가는데 신나는 리듬과 함께 영어가 들렸다.
Hey, boy. Look, I'm gonna make this simple for you.
잠이 부족해 몽롱한 상태인데도 영어가 또렷하게 들렸다.
You got two choices.
YES or YES.
아! 트와이스의 노래 'YES or YES'였다. 2억 뷰가 넘는 뮤직비디오로 유명한.
YES or YES
Ah 둘 중에 하나만 골라
YES or YES
Ah ah 하나만 선택해 어서
YES or YES
다른 선택은 없단다. 두 가지 선택 가운데 둘 다 YES라는 것.
There's no letters N & O
지워버릴래. 오늘부로.
평소에 무심코 들었던 노래 가사가 각인되었다. 이 노래는 달리는 도중에 나를 찾아오게 된다.
바깥술님을 만났다. 커피 한 잔 해. 그리고 이것도. 아스피린과 진통제였다. 물품보관소로 걸어가는 동안 덕소병민님을 만났다. 그 분은 내 얼굴만 알고 있었다며 이름을 물어보았다. 전날 결혼식에 다녀와서 아주 천천히 뛸 거라고 했다. 2주 후에도 풀코스를 달린다고 했다. 2015년 101번째 풀코스를 달릴 때 동반주했던 대회인 손기정평화마라톤.
화장실 앞에서 줄 서는 게 싫어서 꽤 멀지만 한강시민공원 화장실까지 걸어갔다. 시간이 많이 걸려 여유가 없어졌지만 적어도 화장실 앞에서 차례를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화장실 안에서 배번을 달고 화장실 앞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테이핑도 했다. 물품보관소로 가면서 바깥술님이 준 약을 다 먹었다. 배번에 따라 짐을 맡기고 나니 출발까지 10분 정도의 여유밖에 없었다. 잠실대로로 갔다. 10킬로미터 참가자들은 여의도에서 달리기 때문에 잠실종합운동장 앞에 모인 주자들은 조금 줄었지만 풀코스 주자들이 들어차 있어서 앞으로 나아가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몇 십 미터 정도 밀고 들어갔다가 포기하고 B그룹과 C그룹 사이에 그냥 머물렀다. 8시 정각 휠체어 마라톤 참가자들이 출발하고 바로 엘리트 주자가 출발했다. 그리고 마스터즈 주자가 출발했다. 마스터즈 주자들이 출발할 때가 되어서야 폭죽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방사상으로 하늘을 갈랐다. 자기 그룹을 지키지 않으면 실격된다는 규정이 이 대회에는 없었다. A그룹부터 D그룹까지 다들 뒤섞여서 출발했다. 잠을 못 자고 힘들어 할 때는 아예 뛰지 않고 대회장에 나와 응원만 하고 돌아가는 내 모습을 상상했는데 뛰고 있었다. 일주일 전 춘천보다는 기온이 조금 높았다. 달리면 달릴수록 기온은 올라가겠지만 그것보다도 걱정인 것은 휴식이 부족한 내가 마라톤 후반을 견디어낼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풀코스를 4주 연속 달리고 있었다.
첫 1킬로미터가 6분 6초가 걸렸다. 춘천마라톤보다 30초나 늦었다. 특별히 바라는 기록은 없고 서브4로 완주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 3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에게 따라붙으면서 2킬로미터까지의 기록이 11분 20초 이내가 되기를 기다렸다. 표지판을 찾을 수 없었다. 시계는 이미 14분. 너무 많은 주자들이 표지판까지 가렸던 것이다. 그럼 3킬로미터 기록이 17분이 되기를 바래야 했다. 3킬로미터 표지판은 찾았다. 16분 36초가 지나 있었다. 첫 1킬로미터를 달리고 난 후 나머지 2킬로미터를 10분 30초만에 달린 것으로 계산되었다. 5분 15초의 페이스라면 5분 17초로 달려야 달성하는 3시간 39분대가 가능해졌다. 3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면서 5킬로미터는 26분 04초, 10킬로미터는 52분 10초가 되기를 기대했다. 건국에이스 병준님을 만나 처음으로 형이라고 부르며 인사했고, 용왕산마라톤클럽의 홍순진 고문님으로부터 3시간 39분대로 달려보라는 격려를 받았다. 5킬로미터는 26분 37초가 걸렸다. 1킬로미터는 춘천마라톤 때보다 늦었지만 5킬로미터는 1분 쯤 빨라졌다.
5킬로미터 이후 만나는 강동역 부근에서 헬스지노님의 페이스메이커 풍선이 내 머리를 퍽퍽 때렸다. 그 타격을 피하여 지그재그로 달리다가 앞으로 치고 나갔다. 칠마태현님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강동역에서 한국체육대학교로 이어지는 대로에서는 비좁던 주로에 여유가 생겼다. 아이언맨 복장에 대형장갑을 끼고 캡틴 아메리카 방패까지 들고 달리는 기민님 옆에서 달리기도 했다. 카메라맨을 만나면 최대한 반응해서 자신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라고 했다. 9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은수님과 만났다. 그 분 앞에서 3초 전력질주하여 반가움을 표시했다.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수서인터체인지까지 쭉 이어진 마라토너들의 행렬은 강렬한 에너지 덩어리처럼 느껴졌다. 마라토너들이 결성한 에너지원이 움직이는 길을 만들었고 다들 그 길에 올라타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수서역에 오니 화장실 다녀오느라 12분이나 날린 2년 전의 기억이 생생했다. 응원나온 동호회 회원들의 함성이 수서역 일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응원 소리가 잦아 들었을 때 엘리트 주자들이 나타났고, 17킬로미터를 지나 세곡삼거리를 넘어섰을 때 우리나라 선수 1위 주자도 모습을 드러내었다. 카메라맨을 태운 오토바이가 우리나라 선수와 함께 지나가고 있었다. 촬영하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 선수 1등인가 보죠? 앞에서 뛰던 샛별홍진님에게 슬며시 다가가 물었다. 샛별홍진님이 깜짝 놀랐다. 오늘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빨리 뛰어? 바깥술이 에너지를 뺏어온 거야? 바깥술님은 서브 330 한다고 앞으로 가 버렸는데 에너지를 뺏어오긴요? 저 앞에 있는 게 3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 처음엔 3시간 50분 페메인줄 알았어요. 저도 모르겠네요. 오늘 왜 이러는지.
샛별홍진님도 추월하고 3시간 40분 페메와는 50미터 이내로까지 접근했다. 이미 3시간 39분대의 페이스에 들어섰는데 그를 못 잡는 것은 내가 늦게 출발했기 때문인 듯 했다. 페메보다 늦게 골인한다고 해도 3시간 39분대가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붙어서 달리는 것도 문제가 있었다. 급수대 혼잡으로 수분 섭취가 어려울 수도 있었다.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멀어지지만 말자고 마음먹었다. 건너편에서 국내 여자부 1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회 책자에 올라 있는 김도연 선수를 보고 응원하면서 힘을 받아야지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부 1위는 이숙정 선수였다. 지난 전국체전 1만미터 결승전에서 3위하는 것을 직접 본 일이 있었던 선수였다. 이후에도 김도연 선수를 볼 수 없었다. 참가자 등록만 되어 있고 출전하지 않은 것은 지난 춘천마라톤과 똑같았다. 전국체전 풀코스에 참가하지 않고 1만미터만 참가한 것이 메이저대회 풀코스 때문 아니었나?
국내 남자 선수들이 지나가고 난 뒤 마스터즈 고수들이 나타났다. 여기서는 2시간 50분대 주자들이 빨라 보이지 않았다. 3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뛰는 주자들이 꽤 많았다. 찬일님이 3시간 페메를 따르고 있었다. 3시간 10분 페메까지는 보았는데 3시간 20분 페메는 보지 못했다. 시흥사거리 쪽 중앙을 가르는 도로가 시야를 차단하고 있었다. 3시간 20분 페메와 달리고 있을 로운리맨님을 만날 수 없다는 뜻이었다. 3시간 39분 59초의 20킬로미터 기준 기록인 1시간 44분 21초보다 빠른 1시간 43분 40초로 20킬로미터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만나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시흥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서 보니 3시간 20분 페메 그룹이 등을 보이고 세곡동사거리를 향하여 달리고 있었다. 저기 어딘가 로운리맨님이 있을텐데. 지난 춘천마라톤 이후 달리다가 또 보지 못하네. 핑크 마라톤화를 신고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3시간 30분 페메는 마주 볼 수 있었다. 노원희규님, 이로운님 등을 보았다. 이로운님의 이름을 부르며 응원했다. 이로운님은 나를 보지는 못했지만 답은 해 주었다. 바깥술님은 힘든 표정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손을 흔드는데 간단하게 파이팅만 해주었다. 이 모습은 몹시 생경했다. 바깥술님이라면 3시간 40분 페메에게 바짝 따라붙은 나를 보고 샛별홍진님처럼 '오늘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빨라?'라고 했을텐데...... 조금 시무룩해졌다.
여수대교사거리에서 탄천IC교차로로 나아가며 건너편 이동식 화장실에 주목했다. 25킬로미터 이후 저 화장실에 들르고 말겠어. 탄천IC교차로에서 반환했다. 곧 25킬로미터 지점. 거기서 수원만우님을 만났다. 이동식 화장실 문을 두드렸더니 사람 소리가 들렸다. 계획 차질인데. 다른 곳으로 가려는데 화장실 문이 덜컥 열렸다. 타이밍 굿.
화장실에 들렀다 온 25킬로미터에서 30킬로미터까지의 구간 기록이 26분 45초로 가장 나빴다. 이 바람에 골인 예상 기록이 3시간 40분대가 되었다. 25분 31초까지 나왔던 5킬로미터 구간 기록이 1분 이상 늦어졌다. 3시간 40분 페메와는 200미터 이상 멀어지기까지 했다. 피곤한 상태에서 분전하긴 했는데 피곤함에 피곤함이 더해져 만회할 길이 없어 보였다. 현상 유지만 하는데도 더 많은 힘이 필요했다. 이 와중에 건너편 4시간 20분 페메 앞에서 달리고 있는 希洙형님을 발견하고 소리쳐 불렀는데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나중에 골인하는 모습을 보며 세 번이나 불렀을 때도 역시 나를 보지 못했다. 알고 보니 이어폰으로 노래만 듣고 달리고 있었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잘 왔는데 내가 바라던 일이 가능할까? 내 상태가 매우 위험해 보이는 상황에서 물었다. 3시간 39분대는 가능한가? 2006년 첫 춘천마라톤을 달릴 때 손목에 두른 페이스 밴드는 3시간 39분대였다. (3시간 42분대로 골인했지만) 첫 중앙서울마라톤에서는 3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를 악착같이 따라가 3시간 39분 48초로 골인했었다. 2011년 춘천마라톤부터는 매년 3시간 39분이 목표였다. 올해 부상으로 시달리면서도 339를 열망했던 동아마라톤, 그 이후 악착같이 이루려고 했던 3시간 39분대. 내심 춘천마라톤에서 3시간 39분대로 골인하고 싶었는데 결국 못 이룬 3시간 39분대...... 춘천마라톤 완주기 댓글에 JTBC 서울마라톤에서는 서브 340이 가능하다고 로운리맨님은 댓글을 달아주시기도 했는데.... 내게 다시 물었다. 오늘 3시간 39분대 완주가 가능하니?
힘들면 보기를 줄게. 넌 고르기만 해.
고민할 필요도 없게 해줄게.
뭘 고를지 몰라 준비해봤어.
둘 중에 하나만 골라 YES or YES.
네 마음을 몰라 준비해봤어.
하나만 선택해 어서 YES or YES.
무한 긍정했다. 의심하지 않았다. 내 몸 상태로 봐서 안 되는 거였다. 점점 힘들어졌다. 그러나 오로지 된다는 생각만 했다. 4주 연속 풀코스를 달리면서 피로가 누적되고 있었지만 몸은 단련되고 있다고 믿었다. 100킬로미터 마라톤을 할 때는 어차피 밤새도록 잠을 못 자고 달리지 않았던가? 2017년 영동포도마라톤에서는 이틀 동안 잠을 못 자고 달리기도 했다. 무섭게 고단하고 가혹할 정도로 지쳤는데 힘을 끌어내고 있었다. 그 결과 25~30킬로미터 구간보다 30~35킬로미터 구간이 36초 빠르고, 30~35킬로미터 구간보다 35~40킬로미터 구간이 10초 빨랐다. 한없이 떨어질 수도 있었던 페이스를 된다고 믿고 밀고 나갔다. 나도 모르게 앞으로 숙여지는 자세를 바로 세운다고 애도 썼다. 일주일 전보다 제법 더워진 날씨였지만 그 정도는 견딜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잠을 잘 자고 나왔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오른쪽 햄스트링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기 위하여 왼쪽 다리와 발에 많이 의존했는데 골인한 후에는 잠깐이지만 왼쪽 종아리에 경련이 일어나기도 했고, 왼쪽 엄지발가락에는 피물집이 잡혔다. 30킬로미터 지점 급수대에서 파워젤을 먹고 가는데 이로운님이 걷고 있었다. 힘들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지난 해 햄스트링 부상중에도 3시간 29분대로 골인했던 이 키큰 친구는 무너진 몸을 회복하지 못하고 4시간을 넘겨서 골인하게 되었다. 세곡삼거리에서 위례터널 윗쪽으로 들어갔다 나오면서 거리를 맞추게 되는데 33킬로미터 직전 걷고 있는 사람 한 명을 또 보았다. 바깥술님이었다. 잠시 어깨동무를 하고 뜁시다 하는데 바깥술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힘들다니 아프다니, 그런 표현을 하지 못할 정도로 고통을 받고 있고 있었다. 말하는 것도 짜증나고 귀찮다는 표정을 보이니 더 이상 말을 붙이지 못했다. 3시간 20분대를 노리던 이 분은 발뒷꿈치 통증 때문에 걷다 뛰다를 반복하다 3시간 59분 55초로 골인했다. 아프면 이렇게 되기 마련이었다. 햄스트링이 다 낫지 않은 나는? 일주일 전보다 견딜만해졌다. 이게 바깥술님이 주신 진통제 덕분이 아닐까 싶었다.
조금은 더워진 날씨, 덕지덕지 붙은 듯한 피로 속에서 허덕인다는 느낌이 없지 않은데 3시간 40분 페메와 다시 가까워지고 있었다. 풍선이 떨어져나간 페메를 포함하여 페메 두 사람에게 바짝 붙고 있었다. 35킬로미터 지점이 나왔다. 이전 구간보다 조금은 빨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3시간 39분대 페이스를 회복하지 못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힘을 낼 수밖에 없는 구간이 나왔다. 수서역의 응원 터널. 레몬을 비롯한 간식도 주고 하이파이브도 보내고 사진도 찍어주면서 달림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구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에너지를 실어보내는 응원의 목소리가 좋았다. 젊은 친구들이 지르는 함성 덕분에 35킬로미터 넘게 달리면서 주로에 흩뿌렸던 에너지가 모두 돌아와 내 몸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 응원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구간을 JTBC 서울마라톤에서 찾으라면 이 수서역 구간이 될 것이었다. 35킬로미터에서 40킬로미터 구간 기록이 다시 25분대로 회복되었다. 매우 피곤함이 느껴져 10킬로미터에서 20킬로미터까지 보여주었던 킬로미터당 5분 5초의 페이스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잃어버렸던 시간을 찾아올 정도는 되었다. 이 사이에 3시간 40분 페메 두 분을 추월했다. (지쳐서 페이스를 지킬 수 없게 된 분들이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일주일 전에는 아예 따라가지 못했던 남원모철님, 의계님도 따라잡았다. 39킬로미터 직전 오르막은 오르막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눈에 띄게 빨라진 것은 아니라서 후반 스퍼트하는 주자들 몇 명에게 잡히기도 했으나 점점 3시간 39분대 골인이 가시화되었다.
40킬로미터 지점은 3시간 28분 45초로 통과했다. 3시간 59분 59초로 골인하려면 3시간 28분 43초로 통과해야 하니 고작 2초가 모자란 것이었다. 일주일 전 마지막 2.195킬로미터를 10분 30초로 달렸던 것을 떠올리면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급수대에서 물컵을 몇 차례 놓치면서 밸런스를 잃어버렸다. 물도 마시고 파워에이드도 마셔야 하는 내 나름대로의 고집 때문이었다. 일단 1킬로미터 남았을 때 3시간 35분만 넘지 말자. 마지막 1킬로미터에서 5분의 여유만 얻는다면 3시간 39분 59초는 무난할 것이니. 그렇게 믿었는데 3시간 35분을 넘고 말았다. 바리케이드에 바짝 붙어선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는데 그 함성이 샤워터널을 만들어내는 느낌이었다. 응원의 함성으로 샤워하는 기분이 되어 속도를 올렸다. 곧 잠실종합운동장 트랙이 나왔다. 트랙으로 들어서서 보니 3시간 40분 페메는 골인 직전이었다. 아직 300미터는 더 달려야 했다. 스피드 업. 마지막 1킬로미터는 4분 30초로 달릴 수 있었다.
3:39:33
9를 사이에 두고 33이 둘러싼 기록이었다.
3시간 39분대로 골인이 가능하냐고 물었었다.
나는 아래 보기 중에서 둘 중 하나를 제대로 골랐던 것이다.
YES or YES.
2006년에 첫 풀코스를 달린 대회로 올해까지 총 6회 달린 것으로 나온다. 같은 기간 춘천마라톤을 14번, 동아마라톤을 10번 달린 것과 비교하면 좀 적은 횟수이다.
한 때는 4년마다 달리는 대회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올해 기록이 이 대회에서 두번째로 빠른 기록이었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기념품이다. 민소매 싱글렛이 아닌 것이 너무 반갑다.
이전과 다른 게 거의 없다. 공인코스로 굳혀진 듯.
10킬로미터는 다른 지역에서 달렸기 때문에 만나는 일이 없었다.
이렇게 박스에 포장되어 배송되었다.
출발하는 날짜와 시각이 아예 붙어 있다.
잠실종합운동장역 CU 편의점에서 사먹은 삼각김밥이 아침이었다.
땀에 젖어서 악착같이 달리고 있다.
운동장으로 들어서기 직전, 42킬로미터 가까이 달렸을 때 카메라맨을 발견하고 V자를 날렸다.
싱글 기록을 달성한 특전사님과 함께.....
잠실새내역으로 걸어가면서 후미 주자들을 응원했다. 4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가 달리고 있었다.
메달은 마음에 든다.
피물집이 생긴 엄지발가락을 옷핀으로 찔러 피를 짜내었다.
아이언맨 복장을 하고 달리는 기민님. 초반에 이 분 옆에서 잠깐 동반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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