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공원사랑마라톤(2019/09/13)-FULL 210

HoonzK 2019. 9. 19. 20:46

지난 8월 4일 풀코스를 5시간 가까이 걸려 달린 후 40일만에 풀코스 도전에 나섰다. 그동안 가장 먼 거리를 달린 것이 26킬로미터였다. 30킬로미터 가까이 달릴 때까지는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남은 12킬로미터는 지옥 속에서 허덕이겠다 싶었다. 마음을 달래어 대회가 아니라 3만원을 내고 장거리 달리기 훈련을 나온 것이라고 암시했다. 지출없이 보상은 없다는 생각으로.


 달리는 동안 러닝 코치가 생겼다. 수원샛별마라톤클럽 회장 명홍진님(샛별홍진님). 나는 샛별홍진님에게 풀코스를 완주한 지 한 달이 넘은 만큼 4시간 20분에서 30분 사이로 가야겠다고 했고 샛별홍진님은 추석 연휴 기간 풀코스를 나흘 연속 달리는 만큼 나와 같은 페이스로 가야겠다고 했다. 첫 1킬로미터는 6분이 걸렸다. 전날은 출발이 오전 7시였지만 오늘은 추석이라 출발이 정오였다. 12시부터 16시 30분 사이 가장 더울 때 달리고 있었다. 비가 내려 선선했던 전날 날씨와는 딴판이었다.


 두번째 1킬로미터에 대하여 샛별홍진님이 문제가 있다고 했다. 너무 빠르다고 했다. 6분 페이스 이내로 들어간 것은 잘못이라고. 초반에 욕심을 내면 후반에 애를 먹을 거라고 했다. 후반에 속도를 올려 승부를 걸어야 하는 것이 마라톤의 진수인데 다들 초반에 일단 벌어놓자는 마음으로 속도를 올린다고 했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욕심을 없애는데 자기도 오래 걸렸다고 했다.


 나는 지난 해 7, 8월에 7번이나 풀코스를 달린 일, 지난 해 추석에 3시간 26분대로 달린 일을 꺼내어 놓았고, 함께 뛰던 서상덕님도 내가 이렇게 늦게 달릴 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했는데 샛별홍진님은 고개를 저었다. 단 하루 전에 잘 달렸다고 하더라도 아무 소용없는 일이니 현재에 집중하라고. 지난번 잘 달리고 못 달리니 하는 기억을 모조리 지우라고 했다. 급수대가 나오면 천천히 걸으며 물을 다 마시고 난 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달리라고 했다. 뜻하지 않게 걷게 되었다. 출발점과 5.27킬로미터 반환점을 네 차례 오가며 물이나 음료수를 마실 때마다 걷게 되었는데 뛰는 시늉이라도 내면 샛별홍진님은 그러지 말라고 했다. 풀코스 마라톤을 달리면 4리터 이상의 수분이 빠져나가는데 그만큼의 수분을 보충하려면 천천히 걸으며 물을 마셔야 한다고 했다. 달리면서 급하게 물을 마시다간 턱없이 부족한 수분 때문에 갈수록 고생한다고 했다.


 우리같이 체격이 큰 사람은 사실 서브 330으로만 달려도 서브3를 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호리호리하고 키작은 사람의 서브3와 절대 비교를 해서는 안된다는 말도 했다. 케냐 마라톤여행도 다녀온 이 분은 세계 6대 마라톤 가운데 네 군데를 이미 다녀왔다고 했다. 보스턴, 뉴욕, 도쿄, 베를린. 2020년까지 시카고와 런던에 다녀오면 6대 마라톤을 모두 완주하게 된다고 했다. 90세까지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달릴 계획인데 그러려면 앞으로도 30년 이상 더 달려야 하니 15억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라톤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서승우박사, 특전사님, 100회 동호님은 자신들만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었다. 훨씬 일찍 출발한 근규형님과 바깥술님은 벌써 완주 직전이었다. 근규형님은 바람막이를 입고 있었고, 바깥술님은 긴 바지를 입고 있었다. 두 분이 위 아래를 데우는 방식이 대조적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바깥술님은 반바지를 미처 가져오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달렸다고 했다. 다리가 좀처럼 나아가질 않아 애먹었다고.)


 함께 달리던 서상덕님은 출발할 때부터 얼음물을 손에 쥐고 있었는데 4회전이 아닌 2회전을 계획하고 있었다. 세 사람이 동반주를 하게 되니 2회전이던 계획을 4회전으로 바꾸고 반환점에서 얼음물을 내려놓았다. 샛별홍진님의 마라톤 강의를 내내 들으며 두 바퀴를 돌았다. 2시간 10분이 걸렸다. 그렇다고 4시간 20분에 풀코스를 달리는 일이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장딴지에는 테이프를 길게 붙여 햄스트링 부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있었다. 지난번 풀코스처럼 후반 하프를 2시간 40분이 넘게 걸리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3회전 나갈 때 자전거도로가 아닌 산책로를 선택하면서 샛별홍진님, 서상덕님과는 멀어졌다. 내가 조금 빨리 달리고 있었다. 0~5킬로미터를 30분으로 달렸던 것과 달리 21.1~26.1킬로미터를 29분으로 달렸다. (그래도 서브 4에 미치지 못하는 페이스)


 세번째 만나는 반환점에서 물과 콜라를 마시고 잠시 걸었다. 홍진님은 뒤에 있어 보이지 않으니 뛴다고 해서 지적할 사람은 없었는데 습관처럼 걸었다. 그러는 사이 서상덕님이 내 앞으로 치고 나갔다. 40일 동안 가장 길게 달린 것이 26킬로미터. 이제 그 거리를 넘어서고 있었다. 무슨 수로 후반을 견디어낼까? 31.6킬로미터를 달리고 마지막 4회전에 나설 때 완전히 다른 마라톤을 하겠구나 싶었다. 부상은 완치된 게 아니고, 체중 증가는 여전하고, 9월 가장 더운 시간대 노천구간을 달리고, 풀코스가 아니더라도 아무 대회도 달린 적 없이 40일을 보내었고..... 점점 두려워졌다. 이때 가장 힘이 되는 일은 살빼러 나왔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서상덕님은 내 앞에서 꾸준히 잘 달리고 있었고, 홍진님은 전날 풀코스를 달렸고,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에도 또 달려야 하니 속도를 늦추고 있었다. 4회전에 들어가 34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화장실에 다녀왔다. 목표가 생겼다. 4시간 20분 이내로 들어가는 것. 첫 하프를 2시간 10분에 달렸으니 후반 하프도 그 페이스로 달리는 것. 오랜만에 처지지 않는 것.


 홍진님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반환해 오며 만났을 때 추월해 주세요라고 했다. 35킬로미터 이후 누구에게라도 추월당했으면 그 마라톤은 망친 것이라고 홍진님이 말했지만 추월을 당하더라도 받아들이기로 각오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37킬로미터를 넘게 달리고 있었다. 잘 버티고 견디어 내고 있었다. 3킬로미터 남았을 때 4시간 1분이 넘고 있었다. 킬로미터당 6분 페이스를 지킨다면 4시간 19분대로 골인할 수 있었다. 종아리에 붙어 있던 테이프가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아 다리 놀림은 제법 활기차게 하고 있었다. 노천 구간의 뙤약볕을 잊어버리고 오로지 달리기에만 집중했다. 오랜만에 인상을 쓰고 있었다.


 4:16:26.71


 마지막 3킬로미터를 15분에 달렸는데 6분 페이스로 근근히 달리던 내가 어떻게 5분 페이스로까지 달리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번 기록은 지난 해 추석의 기록보다 정확히 50분이 늦었다. 체중이 1킬로그램 불어날 때마다 풀코스 기록이 10분이 늦어지는 것이니 그때보다 5킬로그램은 쪘나 보다. 그래도 직전 마라톤의 기록보다 31분은 빨라졌으니 나아지고 있다. 다음 풀코스에서는 4시간 싱글(4시간 00분 00초~4시간 9분 59초 사이의 기록)을 목표로 한다. 그때까지 물리치료를 잘 받으면서 버티기로 한다. 한 순간도 다리의 통증을 느끼지 않는 마라톤을 언제쯤 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금요일에도 대회를 하는가?

앞으로의 계획인가?



오후 5시 30분이 다 되어 가면서 추석 당일 있었던 공원사랑마라톤대회는 파장이다.






처음 출력된 이름이 강훈삭이라 바꾸어 달라고 했다.





4시간 20분 이내로 달릴 수 있을 줄 몰랐다. 지난번 대회에서 첫 하프를 2시간에 달리고도 4시간 47분대로 완주했기에, 이번에는 첫 하프가 2시간 10분이라 5시간에 더 가까워질 줄 알았는데....




완주 후 배를 먹다가 불려와서 사진을 찍었다.

4연풀에 나선 특전사님, 그리고 초반에 동반주한 서상덕님, 맨 오른편으로는 서상우 박사.



숨 고르기도 힘들었는데.....


그래도 엄지를 치켜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