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에서 직장 생활하는 아세탈님도 만나고, 기념품인 곡물도 받고, 아산신정호 구경하며 운동도 하고..... 생애 처음으로 아산이순신마라톤대회에 나갔다.
오전 7시 30분 온양온천역으로 픽업하러 온 아세탈님이 뜻밖이라고 했다. 내가 10킬로미터 참가자라는 것이. 아세탈님은 지난 주에도 청양에서 10킬로미터 대회에 참가했다고 했다. 나는 그야말로 22개월만에 10킬로미터 대회 출전하는 것이었다. 아프면서도 풀코스를 고집했던 내가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나? 아세탈님은 내가 55분 이내, 몸이 풀리면 50분 이내도 들어갈 것이라고 예언했다.
아산신정호가 보이는 한적한 공터에 차를 세우고 달릴 준비를 했다. 새벽 4시 40분에 집을 나와 서울역으로 이동한 뒤 롯데리아에서 오징어버거세트를 먹고 천안아산역을 거쳐 온양온천역에 7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아세탈님을 기다리면서 화장실을 이용하고 스트레칭까지 마쳤기 때문에 여유가 많았다. 달리기 직전 소변만 보면 되는 것이었다. 8시 50분까지 아산설화예술제 때문에 설치된 천막 아래에서 아세탈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지난 5월 4일 이후 처음 만나는 것이니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구름이 낀 것인지 안개가 낀 것인지 잔뜩 흐려 일주일 전처럼 선선한 날씨가 되리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는데 출발 직전 날씨는 한여름으로 변해 버렸다. 그늘 하나 없이 뙤약볕 아래 달려야 하는 날이 되어 버렸다. 화장실이 붐벼서 소변 보기도 쉽지 않았다. 소득없이 이리갔다 저리갔다 했다. 출발 3분 전 해결했다.
유턴하는 듯한 코스를 달리기 시작했는데 경악했다. 1킬로미터가 넘도록 오르막이었다. 1킬로미터 표지판까지 6분 6초가 걸렸다. 안 그래도 초반에는 페이스가 지지부진인데 더 힘들었다. 126번의 10킬로미터 대회에 달리면서 1시간을 넘긴 적이 없었는데 오늘 넘기는 게 아닌가 싶었다.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후 몇 시간이 되지 않아 10킬로미터를 달려도 1시간을 넘긴 적이 없는데 오늘 어쩌려고? 1킬로미터 이후에도 오르막은 조금 더 이어졌다. 남산터널을 빠져나가면서 내리막을 만났는데 바로 반환했기 때문에 다시 오르막이었다. 곤색 티셔츠를 입고 햇볕 가리개를 얹은 모자를 쓴 아세탈님이 건너편에서 오는 것을 보긴 했는데 아는 체 하지 않았다. 오르막을 치고 오느라 애먹는 분에게 인사를 강요할 수는 없었다.
햄스트링 통증에 신경이 쓰여서 좀처럼 속도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3킬로미터 지점까지 16분 07초가 걸렸다. 59분대 페이스까지는 끌어올렸다. 3킬로미터 쯤 지났을 때 만난 급수대는 달리는 건너편에 있어서 그냥 무시했는데 그래서는 안되었다. 6킬로미터까지 급수대를 만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날씨는 한여름처럼 더워졌다. 불과 몇 시간 못 자고, 그것도 단속된 잠을 거듭하고 아산에 온 것인데 물까지 부족해서는..... 과거 41분 전후로 달릴 때는 물 마시는 시간도 아까워 급수대를 그냥 지나치곤 했는데 오늘은 그래서는 안되는 날씨였다. 인천송도에서 풀코스를 달릴 주자들은 얼마나 힘들까? 이곳에서 하프를 달리는 주자들도 얼마나 힘들까? 이런 날 10킬로미터만 달리는 것은 행운이라고.
그런데, 그런데 이 10킬로미터가 매우 힘들었다. 모든 코스는 그 나름대로 힘든 것이었다. 주로가 평탄하지 않을 뿐더러 길기까지 했다. GPS 시계를 찬 사람은 오늘 달린 거리가 10.6킬로미터였다고 했다. 7킬로미터 쯤 달렸나 하면 6킬로미터도 달리지 않은 데다, 끝났나 싶으면 골인 지점에서 멀어지는 쪽으로 달려갔다 와야 했다. 좌회전했다 오는 것이 힘들어 몇 킬로미터 쯤 빼어먹은 사람이 몇 명 있었다. 그 사람들을 빼면 나는 60등이었다. 나보다 빠른 여성 주자는 딱 한 명이었다. 1분 쯤 나보다 빨리 골인했다.
6킬로미터 정도 가서 물을 마셨다. 1926년 조성된 인공 호수, 아산신정호는 초반과 중반에 잠깐 보였다. 그것도 의식을 해야 보였다. 그다지 크지 않은 느티나무나 양버즘나무가 시야를 차단하고 있었다. 신정호 바로 옆에 조성된 길을 따라 달리는 게 아니라서 아산신정호를 제대로 본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7킬로미터를 넘어서 오르막을 만나는데 햄스트링이 아팠다. 속도를 올려서 7킬로미터 이후에는 여지없이 나타나는 햄스트링 통증. 오늘도 예외가 없었다. 앞에서 Park S B 유니폼을 입고 달리는 주자를 잡을 줄 알았는데 통증을 추스리면서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더구나 나는 이틀 전 지하철을 타기 위하여 급히 내려가다가 계단에서 미끄러져서 허리를 다치지 않았던가? 이틀 내내 파스를 붙이고 살았는데.
2차 반환점이 너무 나오지 않았다. 기어이 반환하고 나면 이번에는 오르막이 사람을 시험대에 올렸다. 도무지 쉬운 게 없는 게 대회였다. 마지막 1킬로미터 남았다는 표지판을 지나면서 보니 49분이 되기 직전이었다. 아세탈님이 최초 예상한 내 기록 55분 이내로 들어갈 수는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52분대로 들어갔다.
00:52:38.32
마지막 1킬로미터를 4분이 걸리지 않은 속도로 주파했다는 것인데 이해는 된다. 고맙게도 내리막이 쭉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당초 예상한 59분대에서 향상되기는 했는데 10킬로미터가 이렇게 힘들면 나흘 후 있을 하프는 어느 지경이 될지 겁이 났다. (하프를 견디기 위하여 10킬로미터를 힘들게 달린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날씨가 몹시 더웠고, 잠도 제대로 못 잤고, 지칠대로 지쳤고, 코스가 긴데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다 핑계다. 결국 내 자신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래도 대회 참가가 훈련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니 좀 나았다. 대회가 아니라면 오늘처럼 속도를 올릴 일은 없었다.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완주기록증을 받은 후 주로에 나가 아세탈님을 기다렸다. 덕분에 아산이순신마라톤대회를 달렸다는 이력을 남기게 되었다는 만족감으로.
아산신정호를 한바퀴 돌면서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코스인데 조금은 아쉽다.
어찌 보면 6킬로미터만 달려도 신정호는 보았겠네. 오르막을 덜 달려도 되었을테고....
그런데 아산까지 가서 6킬로미터만..... 좀 아닌 것 같았다.
하프코스는 거리를 채우기 위하여 방사상으로 거리를 늘리면서 달려야 한다는 것.
아산신정호만 보는 것은 10킬로미터로도 충분했다.
설화예술제 때문에 먹거리를 받으려면 배번호가 필요했다. 아세탈님과 식사를 하면서 그런 것은 필요도 없어졌지만.....
서울역 앞 롯데리아에서 새벽 5시 40분경 오징어버거 세트를 먹었다.
마라톤을 앞두고 햄버거는 좀.... 그래도 오징어니까.
천안아산역으로 가는 6시 5분 발 KTX를 탔다.
좌석 아래 충전 콘센트가 있었다.
천안아산역에서 아산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꽤 걸어야 한다.
이곳에서 무궁화호를 탄다.
온양온천역에 도착했다. 도착할 무렵 권대현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른 시각에..... 혹시 마라톤대회 나가느냐고.... 동대문마라톤 대회 하프에 참가한다고 했다. 가까운 곳이라 혹시 내가 오는지 궁금했다고....
이 신발은 대회에서 처음으로 신었다. 아직 길이 제대로 든 것 같지는 않았다.
아세탈님을 기다리면서.....
아산신정호가 보이는 곳으로 왔다. 아세탈님의 차도 보인다.
아산맑은쌀 500그램
찹쌀, 현미, 건강 19곡, 늘보리.... 각 400그램씩....
50분을 넘었던 게 언제였던가?
아무리 못 뛰어도 40분대는 뛰었던 것 같은데.....
아세탈님의 차를 타고 남산터널을 향하여.....
첫 1킬로미터를 달리면서 애먹었던 그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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