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를 달린다는 것, 그것도 한여름에 밤잠 설치고 나가 풀코스를 달린다는 것은 너무 큰 부담인데 한 달이 넘게 한번도 30킬로미터 이상 달려본 일도 없어 살을 잔뜩 찌운 마당에 용감하게 도전했다. 도전하면서도 수시로 자제하는 달리기를 해야 했다. 이제 속도를 올려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가 무섭게 한없이 소심해져서는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겼다. 30킬로미터를 넘게 달리고 나자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걷지는 않았다. 그런데 뛰는 모양새가 빨리 걷는 사람보다 늦었다. 수원만우님이 같은 클럽의 회원과 동반주를 하면서 함께 뛰면 견디기가 좀 나을테니 함께 뛰자고 했다. 적극 동의했으나 따라가지 못했다. 킬로미터당 8분 페이스가 나왔다. 이렇게 되리라고 예상했던 마라톤이었다.
7시 출발. 습기가 꽉 들어찬 도림천변을 달리면서 몇 킬로미터를 달리지 않고 흠뻑 젖었다. 남수님이 여덟 명을 이끌고 치고 나가는데 나 홀로 떨어져 달리게 되었다. 첫 1킬로미터는 5분 55초가 걸렸다. 2킬로미터까지는 11분 15초가 걸렸는데 두번째 1킬로미터가 5분 20초가 걸린 것은 초반에 못 달린 것을 회복해 보려는 보상 심리였다.
내 옆에는 이 동네 사는 사람이 있었다. 5시 15분에 운동을 나와 달리기를 끝마칠 무렵 나를 만나 잡담을 시작하면서 10킬로미터 이상을 더 달리게 되었다. 두 시간을 계획한 달리기를 나와 동반주하면서 세 시간이나 달리게 된 이 분은 공자의 78대손이었다. 七龍이라고 이름을 밝힌 이 분은 징검다리에 도착했을 때 이제 그만 뛰겠다고 했다. 헤어지기 전에 사진을 찍자고 스마트폰을 꺼내었다. 사진찍고 전화번호 알려드리고 작별인사하고..... 다시 나홀로 달리기를 했다.
그늘이 부담스러운 것은 오랜만이었다. 몹시 후덥지근한 느낌으로 몸이 나아가지 않았다. 더운 공기가 밀봉된 동굴을 달리는 느낌으로 허덕였다. 노천구간이 너무 없어 짜증이 나기는 처음이었다. 빨리 노천 구간이 나오기를 기다리고만 있었다. 비가 촉촉하게 떨어지는 날을 기다렸지만 비는 감질나게 내렸고, 가끔 햇빛이 구름 사이로 나오기도 했다. 뙤약볕이 내내 이어지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다.
7시 출발 주자 가운데 10위권이었던 나는 어느새 5위 이내로 들어왔다. 앞에서 동반주하는 아이언민님과 해병정의님까지 제치고 있었다. 1회전이 1시간 57분 쯤 걸렸는데 행여 서브 4를 할 수 있으리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4시간 20분대로 뛰어도 만족하겠다는 생각으로 너무 힘들게 나 자신을 몰아넣지는 않으려고 마음먹었다. 자제와 주의를 최대 미덕으로 삼고 있었다. 4킬로미터 정도 남기고 나서야 고삐를 풀었다. 거침없이 속도를 올렸다. 오랜만에 인터벌 훈련을 한 셈이었다. 골인하고 난 뒤 아주 녹초가 된 느낌이었다. 그래도 의자에 앉지는 않았다. 지난 해 그냥 앉았다가 다시 일어나기까지 너무 힘들었고, 쥐까지 났던 것을 잊지 않았다. 앉을 데가 없어 두리번거리는 사람처럼 이쪽 저쪽 걸어다니며 생수 두 통을 비웠다. 7월 단 한번의 마라톤 대회 참가였다. 지난 해 7월 그 혹독한 폭염 속에서 풀코스를 다섯 번이나 달린 것과는 너무 비교되는.......
우연히 만난 孔七龍님과 사진을 찍었다. 14킬로미터를 조금 넘게 달렸을 무렵이다.
여사님이 사발면 두 개를 주셨다.
서브 4는 안되는 것이었지만 4시간 싱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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