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16회 새벽강변 국제마라톤대회(2019/06/02)-FULL 205

HoonzK 2019. 6. 3. 22:52

  마라톤에서는 속칭 알바라는 것이 있는데 정규 코스를 벗어나 더 달리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 알바를 하게 된 것이 이번 새벽강변 국제마라톤대회였다. 20킬로미터를 달리고 도림천 갈림길에서 주자들이 모두 도림천 쪽으로 좌회전하고 있었다. 저 사람들 잘못 가는 것 아니야? 안양천을 타고 더 내려가야 하는데. 아! 라바 콘 세 개가 안양천 쪽을 막고 있구나. 잠시 속도를 늦추고 안양천쪽을 내다 보는데 단 한 명의 주자도 보이지 않았다. 의심이 많은 나로서는 그래도 도림천쪽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직진할까 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공원사랑마라톤대회가 열리고 있는데 도의상으로도 그쪽 주로는 들어가서는 안되는 거였다. 하지만 인천연형님과 고운인선님이 모두 도림천쪽으로 갔고,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가 여러 주자들을 이끌고 가면서 주로가 바뀌었다고 확신했다. 내내 뙤약볕을 맞으며 달려야 했던 주자들을 배려하고자 그늘이 있는 도림천 주로로 조정했구나. 와! 고마운 주최측.


 그런데 만에 하나 이 주로가 잘못 된 것이라면 어떻게 하나? 도림천에 들어선 지 1킬로미터가 넘으면서 만약 돌아가야 한다면 2킬로미터 이상 더 달려야 하는데..... 21킬로미터 표지판이 있어야 할 자리에 표지판이 없어서 의심했다. 반신반의하면서 속도를 늦추어야 했다. 속도를 늦추면서도 발은 도림천을 따라 더 나아가고 있었다. 얼마나 더 달렸을까? 가까워진 레이스패트롤이 전화를 갖고 있었다. 주최측에 도림천 진입 여부를 물어봐 달라고 부탁했다. 통화하는 레이스패트롤의 표정만 보고도 길을 잘못 들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단 금방 제친 인천연형님에게 안양천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만나는 주자들을 모두 돌려보내며 달렸다. 이대로라면 45킬로미터 이상을 달리게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일단 달리면서 안양천에 진입하면서 제쳤던 개띠충배님과 로운리맨님의 후배 원희님을 모두 되돌아 뛰게 했다. 신정교 아래까지 가는데 아득하게 멀었다. 갈림길에 닿기가 무섭게 만난 분이 希洙형님이었다.


 아니, 왜 거기서 와?
 잘못 갔어요. 3시간 45분 페메가 다 그리로 이끌고 가는 바람에 알바를 했지요.


 1시간 51분 정도에 지날 수 있었던 하프 지점을 2시간 8분이 넘어 통과하게 되었다. 나머지 하프를 1시간 51분에 달릴 수 있다면 서브4는 하겠다 싶었는데 더운 날씨에 그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것이 쉬워 보이지 않았다. 7시에 출발했지만 이제 9시를 넘어섰다. 여름에는 몇 분 단위로 체감온도가 다르다. 45킬로미터 이상을 달려야 한다는 사실, 햄스트링이 완치된 것이 아닌 마당에 후반의 스피드를 어떻게 낼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21킬로미터 지점에서 페이스를 체크해 보았다.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알바를 하면서 늦어졌다는 반발심리로 악착같이 속도를 올린 모양이었다. 그 이후 몸이 둔해졌다. 오버페이스의 징후였다.


 풀코스 선두 주자들을 만나 응원을 보내고 25.6킬로미터 2차 반환점까지 꾸준히 달리면서 만나는 분들에게 푸념을 늘어놓기 바빴다. 3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가 가고, 근규형님, 로운리맨님을 내리 만나고..... 내 뒤에 있어야 할 분들이 이미 반환점을 돌아오고 있었다. 칩이 인식되는 25.6킬로미터 지점까지 가지 않고 나 스스로 24킬로미터 지점에서 반환해 버리면 알바한 거리를 상쇄할 수 있겠다는 계산을 했지만 결국 앞으로 나아가고만 있었다. 그러면서 13킬로미터 지점에서 제쳤던 은수님, 14킬로미터 지점에서 제쳤던 강환님을 만났다. 풀코스 400회에 도전하는 달물영희님과 함께 동반주하는 바깥술님에게 내 알바 사실을 털어 놓았더니 '거 봐. 평소에 좀 잘하라고. 나를 버리고 가니까 그 꼴 나잖아'라고 약을 올렸다. 명홍진님은 어디 갔다 이제 오느냐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4시간 페메 헬스지노님이 이끄는 주자들을 보고 눈 앞이 깜깜해졌다. 너무 앞서 있었다. 미친 듯이 속도를 올리지 않으면 따라잡을 수 없어 보였다. 생각과 실제의 괴리가 너무 커서 좌절했다. 서브 4를 달성하느라 몸에 너무 고통을 줄 경우 햄스트링이 더 낫질 않을 수도 있었다. 접어야 할 때 접는 게 현명했다.


 이번 대회는 그냥 없었던 것으로 칠까? 어차피 다음 주에도 풀코스를 달리는데 오늘 그냥 접어 버리는 것도 괜찮겠는데. 45킬로미터 기록을 내 풀코스 기록으로 인정할 순 없는 노릇이잖아. 거의 한 달만에 풀코스이고, 그동안 햄스트링 통증이 심해지면서 훈련을 제대로 못해 살도 제법 쪘다고. 그만 달려야겠어. 30.2킬로미터 표지판을 만나면 그만 달리도록 하지.


 30.2킬로미터 표지판을 만나기가 무섭게 걷기 시작했다. 더운 날씨에 33킬로미터 이상 달렸으면 운동을 꽤나 했다. 굳이 앞으로 12킬로미터를 달릴 필요는 없어 보였다.  둔덕에 있는 화장실에 들른 후 천천히 주로를 내려다 보며 걸었다. 아예 배번을 떼어낼까 하다가 돌아가는 길에 급수대를 이용해야 하니 그냥 붙여 두었다. 둔덕 길을 걸으면서 아래 주로를 내려다 보며 명홍진님에게도 인사를 드리고, 원희님에게는 오늘 포기했다고 외쳤다. 참여자였다가 관찰자가 되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중얼거리며 터덜터덜 걸었다. 둔덕 길이 끊어지면서 다시 주로로 내려가 안양천 길을 설렁설렁 걷게 되었는데 개띠충배님이 나를 추월해 가며 갑시다라고 했다. 잠깐 뛰는 시늉을 했다가 인천연형님을 만나 본격적으로 걸었다. 希洙형님도 만났다. 기념 사진을 찍으면서 여유를 부렸고 걷다 뛰다를 반복했다. 배번은 달고 있더라도 칩을 언제 뜯어낼까 하는 게 관심사였는데 오랜만에 4시간 59분으로 들어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냥 가기로 했다. 10킬로미터 이상을 내내 걸어간다는 것도 지겨운 일이어서 希洙형님이 틀어주는 노래를 들으며 슬금슬금 뛰었다. 형님은 노래 두 곡을 듣고 간주가 나오는 사이 잠시 걷는 식으로 가면 된다고 했다.


 4시간 20분 페메가 두 명의 주자를 이끌고 달리는데 그 가운데 한 분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덕소병민님이었다. 101번째 풀코스를 달릴 때 잡담러닝을 했던 분으로 그 때 인상이 강렬해서 뜸하게 만나도 기억할 수 있었다. 잠시 함께 동반주했다. 그리고 뒤에 오는 형님들 핑계를 대고 걸었다. 시도때도 없이 생각만 나면 수시로 걸었다. 잠깐 걸을 뿐 꾸준히 달리는 希洙형님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인천연형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걸었다. 너무 걸으면 다시 뛰기가 힘들어지니 뛰자고 연형님이 말씀하시면 그때서야 뛰었다. 뛰기 시작하면 내가 앞서서 달리게 되었다. 연형님은 햄스트링 부상이 잡히니 이제는 족저근막염 때문에 고생한다고 했다.


 한강을 왼편에 끼고 달리다가도 화들짝 놀라 행동을 바꾸었다. 내가 왜 이러는 거야? 이제 걸어야 하는데 왜 뛰고 있담? 급수대에서 생수, 콜라, 파워에이드를 열심히 섭취했다. 2킬로미터 남았다는 표지판을 만나서야 제대로 된 마라톤을 했다. 4시간 18분이 넘어설 무렵이어서 매우 늦었지만 4시간 29분대로는 들어가자고 마음먹었다. 걸으면서 추월당했던 주자들을 다시 추월했다. 길을 잘못 들어 고생했던 3시간 45분 페메도 제쳤다. (이 분은 4시간 29분으로 골인하게 된다.) 아무리 페이스를 잃고, 전의도 상실했지만 남은 2킬로미터를 12분이나 걸리지는 않겠지 하며 발놀림을 빠르게 하였다. 1킬로미터를 5분 10초만에 나아갔다. 마지막 1킬로미터도 5분 10초만에 나아갔다. 100미터도 남기지 않고 충배님을 제친 후 希洙형님을 바짝 쫓아 골인하였다.


 04:28:20.61


 오늘 빚을 어디서 갚는담? 천상 다음 주 뚝섬에서 제대로 달려야겠는데..... 정말 그 때는 아무리 속도를 올려도 햄스트링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어난 살도 좀 덜어내고..... 올해 한번도 하지 못한 3시간 30분대에 들어갔으면...... (바램만 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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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7시 출발이라 잠이 부족해서 혼났다. 지하철이 운행되지 않는 시간대에 움직여야 해서 버스를 환승하여 여의나루역에 왔다. 초반에는 달물CS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달렸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가 왜 이렇게 앞에 있을까 의아해하면서. 잠시 후 만난 바깥술님이 앞에 있는 페메는 3시간 45분 페메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그렇다면 달물영희님과 서브 4로 달리겠다고 해 놓고 너무 빠른 것 아니냐고 물었다. 서브 4 맞지. 3시간 00초도 서브 4 맞잖아. 그건 지난 해 서브 330 해 놓고 간신히 서브 4 했다고 한 누구 스타일인데요. 서브 330도 서브 4 맞잖아. 그렇다면.....


 어느새 그분들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6킬로미터 지점에서 은수님에게 접근했다. 다시 떨어졌다. 11킬로미터 지점에서 다시 접근했다. 11.1킬로미터 거리표지판을 보고 이제 31.1킬로미터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더니 앞에서 달리던 주자가 웃으며 돌아보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요. 몇 십 미터 앞에는 동아마라톤 기념 싱글렛을 입은 주자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달리고 있었다. 원희님이었다. 꾸준히 따라가면서 보니 그 앞쪽으로 인천연형님, 고운인선님이 있었다. 그분들 앞으로는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도 있었다. 지난 주에 비하면 다리 상태가 호전되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안양천에 들어선 후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도 모르면서..... 적어도 그때까지는 알 수 없었다. 뒷일을......




고운인선님이 출발 직전 찍어주셨다. 뒤에서 고운장영님이 V자를 날리고 계신 줄 몰랐다.



요즘 배번에 이름이 매우 크네. 달리다가 보고 이름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도림천변을 달리다 돌아와 신정교 아래에서 希洙형님을 만났다.

이미 늦은 것.... 사진이나 찍고 가라고 해서.....

하나도 힘들지 않은 것처럼 V자를 날렸다.


연형님과 걷다 뛰다를 반복하다 사진을 찍었다.



한참 걸어가다가 希洙형님을 만난 덕분에 한참 바빠야 할 주로에서 여유를 챙겼다.

연형님도 나와 마찬가지로 멘탈이 붕괴되어 달리는 게 배로 힘들다고 했다.


도착해서도 사진을 찍었다.



45킬로미터 이상 이동했네.... 3킬로미터 정도는 걸었다고 봤을 때 42.195킬로미터만 딱 맞추어 뛰었다고 봐도 되겠다.


소금기가 배인 티셔츠


불볕더위로군.


새벽에 편의점에서 사 먹은 유부초밥


엄니식당에 오다. 希洙형님, 용왕산기수님과....




 제육볶음


 부추비빔밥



로운리맨님의 후배 원희님과.....

로운리맨님이 사 준 콜라를 들고.... 힘들게 마라톤을 마쳤지만 많이 먹어서 바로 뚱뚱해졌다.








충분한 급수대 설치는 매우 고마웠다. 여름에는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



주최측에서 사과문을 올렸다.



제 목풀코스 코스운영 미숙에 사과드립니다

작성자


사무국 - 2019-06-03 오전 4:20:08


제16회 새벽강변마라톤 참가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번 풀코스 운영에 코스운영 잘못이 있었습니다

풀코스 한강코스에서 안양천코스중 도림천과 나누어 지는곳에

1. 안내요원 배치를 못했으며

2. 페이스메이커가 정 코스가 아닌 도림천으로 안내  하였고

3. 라바콘 위치가 잘못되어 있었습니다

 

위와 같이 잘못되어 풀코스 참가자 일부가 도림천방향으로 잘못된 코스가 있었습니다

 

풀코스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앞으로는 실수하지 않도록 더욱더 준비하겠습니다



※ 새벽강변 국제마라톤대회는 제1회 대회 때에도 참가했었지만 내게는 그다지 좋은 추억이 없다.

생애 100번째 10킬로미터 완주를 2011년 이 대회에서 했었는데 잠 한숨 못 자고 나가 엄청난 폭우를 맞으며 갖은 고생을 했다.

2015년에는 달리는 도중 폭우 때문에 풀코스가 하프로 축소되면서 파행운영되었다.

2016년 풀코스 때에는 화장실에 들어가 앉아 10분 이상 시간을 날렸고, 2017년에는 집안 일로 아예 참가하지도 못했다.

올해는 급기야 훨씬 더 긴 거리를 달려야 했다.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를 맡았던 분도 사과의 글을 올렸다.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를 담당했던 안종천입니다.
먼저 지난 새벽 강변 마라톤 대회에서의 주로 이탈에 대해서 당시 함께 이탈을 해서 손해와 고생을 하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사전에 올바른 코스 인지를 하고있었습니다만 현장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조건들이 충분히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대회측에서도 차후대회때는 방지를 할 수 있도록 신경써주시길 당부드립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페이스메이커로서 상황판단을 빠르게 하지 못하고 조치를 늦은 탓은 제게 있었습니다. 서른아홉살 나이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저역시 일찍이부터 마라톤을 좋아하는 달림이 중의 한 사람이고 이날 까지 16년째 풀코스를 129회 뛰었습니다.


대회경험이 부족했던것도 아닌데 이 날은 갑작스럽게 당황을 해서인지 마치 홀린듯이 잘못된 방향으로 빨려들어가게 된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이번일로 고생하시고 심려 끼쳤던 분들께 사과 드립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차후에는 실수하지않고 주자들을 안정되게 이끌 수 있도록 더 뛰고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