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을 하기에는 너무 더운 날씨였다. 하프가 출발하는 9시에 이미 더위에 짓눌리는 느낌이었다. 5킬로미터와 10킬로미터 사이에 급수대 하나만이라도 더 있었다면 견딜만 했을텐데 입이 바짝 마르고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 때문에 몹시 힘들었다. 견디다 못한 달림이들은 주로 통제하는 노원마라톤클럽 회원의 개인 생수를 얻어 마시기까지 했다.
지난 5월 4일 풀코스를 달린 후 몇 차례 대회에 출전해 주었어야 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너무 거르다 보니 살이 쪘다. 운동을 별로 하지 않았던 만큼 햄스트링 부상에서 거의 회복할 줄 알았는데 더 악화되었다. 처음 통증이 생겼던 지난 해와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대회 전날에는 전국소년체전 때문에 익산에 다녀왔고, 대회 당일에는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잤다. 내 마음 속에는 풀코스도 아니고 하프코스인데 뭐가 걱정이야 하는 안이함이 있었다. 거기에 어느 대회보다 대회장이 가까우니 서둘 필요가 없는 여유까지 있었다. 창동역에서 내려 도보로 이동하는 시간까지 쳐도 30분이 채 걸리지 않으니 따지고 보면 우이천에서 열리는 강북마라톤 대회장보다 더 가까웠다. 대회가 열리는 창동교는 수시로 들르는 곳이니 사실 우리 동네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배번과 기념품이 현장배부라고 해도 소규모 대회라 늦게 가도 상관없었다. 그래도 도착은 8시가 되기 전이었다. 希洙형님에게 어디쯤 오셨느냐고 전화를 거는데 은수님은 이미 마라톤 복장으로 골인 아치 근처에 있었다. 노원구청장이 고향 후배라 이 대회는 꼭 나와야 한다고 했던가?
부상으로 거의 두 달 가까이 마라톤 대회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노원희규님과의 대화는 대회 준비로 끊어졌다.
하프 참가자 상기님에게는 꼭 입상하라고 말씀드렸더니 서브 130만 하면 된다고 했다. 10킬로미터 종목에 참가하는 설아님을 만나 악수하면서는 꼭 1등을 하라고 했다. 물품은 늦게 맡겼는데도 전혀 붐비지 않았다.
출발할 때 맨 앞에 있었는데 그 이유는 하나였다. 이 대회는 기록증을 발급하기는 하는데 건타임으로 그 기록을 측정하기 때문에 늦게 출발해서 기록을 손해볼 수는 없어서였다. 내 목표 기록은 당초 1시간 40분대였지만 점점 밀려서 2시간 이내로만 뛰면 좋겠다는 것으로 하향 조정되었다. 체중 증가, 햄스트링 통증, 피로 누적, 오랜만에 하프 출전(6개월하고도 보름만에), 높은 기온의 영향을 받으면서 욕심을 부릴 순 없었다. 1킬로미터는 다행히 5분 27초가 걸렸다. 2시간 이내 완주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 뜨거운 햇살이 꽉 들어찬 의정부 방향의 주로에 거리 표지판은 거의 없었다. 바닥에 노란 페인트로 노원 1, 노원 2.... 이런 식으로 거리 표식이 되어 있었는데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찾아내기 힘들었다. 거리 표지판은 각 종목 반환점을 빼고는 거의 없었다.
햄스트링이 화끈거리는 느낌을 이겨내며 4킬로미터쯤 달렸을 때 은수님은 400미터 쯤, 希洙형님은 200미터 쯤 앞에 있었다. 이 거리는 더 벌어지지 않고 서서히 좁혀졌다. 5킬로미터는 26분 20초가 걸렸다. 그렇다면 10킬로미터는 52분 40초가 예상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지. 풀코스 뛸 때보다 느려진 것을 어쩔 수 있겠는가? 그래도 5킬로미터에서 10킬로미터까지는 분발했다. 갈증에 시달리면서도 6킬로미터 지점에서 은수님을 제쳤고, 8킬로미터 지점에서는 충배님을 제쳤다. 10킬로미터를 넘기 전에 希洙형님도 제쳤다. 10킬로미터는 51분대였다. 동오역 근처에서의 반환은 정확히 54분이었다. 달려온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1시간 48분으로 골인할 수 있었다. 출발할 때만 해도 안될 것 같았는데 서브 150을 할 수 있겠구나. 그럼 된 것이지. 요즘 어떤 상황이든 1시간 49분대로는 골인했던 希洙형님이 후반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궁금했다.
오랜만에 만난 급수대에서는 바나나 두 조각을 먹었다. 충분한 물도 마셨다. 16.1킬로미터 지점까지는 물을 마실 수 없기 때문에 단단히 각오해야 했다. 올 때보다 갈 때가 더워지고 피로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노릇인데 후반을 더 잘 달릴 수 있을까? 속도를 내려고 하면 아픈 햄스트링이 뜨거워졌다. 자세 바로잡기로 버티어 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다리로만 달린다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었다. 내가 달리는 코스도 생소했다. 건너편쪽은 의정부에서 돌아올 때 자주 달렸던 곳이지만 이쪽은 매우 낯설었다. 의정부 경전철 고가가 선사하는 그림자는 잠깐이었지만 악착같이 그늘의 혜택을 받으려 애썼다. 아직도 9킬로미터, 8킬로미터나 남았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했지만 조금 다르게 이겨내어 보려고 했다. 더위 속에서 21.0975킬로미터를 뛰어내면 살이 조금이라도 빠질 것이고, 전혀 못하고 있는 인터벌 훈련을 조금이라도 하고 있으니 오랜만에 제대로 된 운동을 하지 않는가 하면서..... 많은 주자들을 제치지는 못해도, 꾸준히 제치고는 있었다. 10킬로미터 종목 주자가 반환한 5킬로미터 이후에는 단 한 사람에게도 추월당하지는 않았다.
5킬로미터 남았을 때 생수 두 컵으로 타들어가는 목을 적시면서 시계를 보았다. 1시간 22분대. 이 정도 페이스라면 1시간 40분대는 무난했다. 다리 통증으로 인상을 쓰는 일이 잦았지만 그래도 남은 5킬로미터는 26분대에서 27분대 사이로 달려낼 수 있을 것같았다. (결과적으로 24분대가 되었지만)
2.5킬로미터 남았을 때 노원희규님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진행요원 한 분이 함께 달리면서 물컵을 건네주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앞쪽에서 질주하는 학선님이 보였다. 제치고 또 제치고...... 그 분이 제친 주자를 내가 제치고 또 제치고...... 학선님까지 제칠 수는 없었다.
1:46:15
돌아올 때가 갈 때보다 1분 45초가 빨랐다는 사실이 고무적이었다. 더 더워졌고, 더 아파졌고, 더 피곤해졌지만 어쨌든 후반에 페이스를 끌어올리기는 했으니......
기록증을 받은 뒤 묵밥을 받아 아치 근처 벤치에 앉아서 希洙형님을 기다렸다. 형님은 아쉽게도 1시간 51분 56초로 골인했다. 은수님은 내가 보내주는 열렬한 응원에 일체 반응하지 않았다. 나중에 들으니 너무 덥고 힘들어서 주변에 전혀 신경쓸 수가 없었다고 했다.
아치 아래 맨 앞에서 출발한다. 은수님 바로 뒤에서..... 주황색 티셔츠 착용자.....
사진 맨 앞에 있다.
은수님 뒤쪽에 얼굴이 보인다.
마라톤의 범국민적 스포츠 정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한다.
하프(남여) 1~3등 = 상장 상품
이 코스는 중랑천 건너편을 주로 달린 경험이 있다.
창동교 아래 대회장이 있다. 너무나 익숙한 공간이다.
노원희규님이 보인다.
중랑천 둔덕 위에서.... 이 길은 집에서 출발하여 우이천 중랑천을 거쳐 노원역으로 갈 때 꼭 들르는 코스이다.
(希洙형님이 찍어주심)
완주 후 제공된 묵밥
떡도 있고.....
골인하면 기록을 스티커로 붙여준다.
기록증 발급처에 가서 이름을 말하면 배번과 배번에 붙은 기록을 보고 기록증을 출력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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