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공원사랑마라톤(2019/06/15)-FULL 207

HoonzK 2019. 6. 20. 21:15

  1년 전이었던 2018년 6월 16일 내 기록은 3시간 27분 03초였다. 믿기 힘들지만. 1년 후는 3시간 54분 59초 03이다. 이 기록은 2016년 6월 15일 기록과 큰 차이가 없다. 부상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달리기 지수가 3년 전으로 회귀했다. 여름에는 겨우 서브 4 턱걸이로 달리거나 4시간이 넘어 4시간 싱글도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2016년 10월 이전으로.


 일주일 전 4시간 10분도 훌쩍 넘겨버린 주자는 공원사랑마라톤 대회에서나마 제대로 달려보고자 애쓴다. 151번 버스와 160번 버스를 연달아 타고 34개의 버스 정류장을 이동하여 신도림역에 도착한 것이 새벽 5시 30분경. 만원버스라 이동하는 동안 거의 서 있었다. 그저 눈만 감고 있었다. 마음같아서야 일요일 뛰고 싶었지만 일요일 뛰지 못할 이유가 적어도 두 가지는 생겼다. 강북구청장배 마라톤 대회 사진 촬영을 하러 나가야 하고, 새벽 1시부터 U20 월드컵 결승을 봐야 했다.


 마라톤힐링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하이톤의 여자 목소리가 두 번 들렸다. 접수 담당 여사님과 달물영희님. 어서오세요. 어쩐 일이야? 공식적인 인사와 비공식적인 인사.


 아무리 6시 출발이고, 그늘 구간을 70% 이상 뛴다고 해도 각오는 단단히 해야 했다. 하프를 2회 왕복하여 풀코스를 채우는 것이지만 1회전과 2회전은 너무 다를 것이라는 것. 온도, 피로도에서 큰 차이가 날 것이니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 30킬로미터 지점과 36킬로미터 지점에서 그만 뛰고 싶다는 마음이 틀림없이 생길 것이니 그 때 잘 넘어가야 한다는 것. 그래야 최소한 서브 4라도 한다는 것.


 달물영희님을 비롯한 네 명의 주자가 선두 그룹을 구성하여 1킬로미터 지점까지 갔다. 5분 50초가 걸렸다. 이렇게 달렸다간 4시간을 훌쩍 넘어갈 공산이 컸다. 내가 앞으로 나섰다. 다음 1킬로미터는 5분 25초가 걸렸다. 2킬로미터 남짓 달린 후 만나는 무인 급수대에서 물을 따라마셨다. 왜? 주최측에서 5킬로미터 지점에 아직 급수대가 설치되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 미리 수분 섭취를 하라고 당부했기 때문에. 물을 마시는 사이 뒤로 밀렸다. 그렇지만 이내 다시 1위로 나섰다. 4킬로미터 지점을 지났을 때 뒤에서 요란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급수대를 설치하기 위하여 이동하는 오토바이였다. 5킬로미터를 지나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5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27분 전후였으니 서브 4 턱걸이의 28분 20초에서 조금 여유가 있었다. 이 페이스에서 더 올리지도 더 떨어뜨리지도 않고 유지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늘을 달려도, 바람이 조금씩 불어도 더웠다. 여름 더위는 어디에 있든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었다. 산책나온 사람들이 파이팅을 외쳐 줄 때는 큰 소리로 감사하다고 답했다.


 7킬로미터를 지나기 전에 징검다리 데크를 건너가서야 뒤의 주자들과의 거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달물영희님이 백여 미터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나는 내 페이스를 지켰다. 10킬로미터를 55분대로 통과했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느낌이 없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반환점에서 콜라를 따라 마시느라 시간을 조금 잃었지만 아직 여유가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보니 조금 늦게 출발한 건국에이스 병준님이 오고 있었다. 징검다리 데크를 건넌 후에야 7시 출발한 주자들을 만났는데 전주에서 온 류성룡님이 보였다. 남수님은 시각장애인 이흥의님의 달리기를 도와주고 있었다. 황의계님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노천구간으로 나가기 전에 환만님이 나를 제치고 나왔다. 초반에는 선두그룹에도 끼지 못했던 주자인데 힘이 넘쳐 보였다. 점점 잘 뛰시네요. 그렇게 응원을 보내며 동요하지 않고 내 페이스를 지켰다. 1시간 58분이 되기 전에 1회전을 마쳤다. 바로 따라오는 달물영희님을 위하여 콜라 한 잔을 더 따라놓고 2회전에 나섰다. 콜라 따라 놓았으니 드세요.


 무인급수대는 또 이용하였다. 갈증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의도였다. 23킬로미터를 넘어서는 화장실에도 들렀다. 소변욕을 미리 차단하자는 의도였다. 이 과정에서 달물영희님에게 추월당했지만 25킬로미터를 넘기 전에 함께 달릴 수 있게 되었다. 15킬로미터를 넘어 신발 안으로 들어간 돌 알갱이는 발바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빠져나간 것 같았다. (빠져나가긴커녕 양말을 찢어놓았고, 발바닥이 마비되어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저녁 때 양말을 벗을 때가 되어서야 알았다. 발바닥에 상처는 없었는데 이물질이 보이자 발이 아프기 시작했다.) 달물영희님과는 31.6킬로미터 반환점까지 함께 갔다. 영희님은 서브4는 해야 하는데 장담할 수 없으니 내가 앞에서 이끌어 달라고 했다. 우리와 거리를 벌렸던 환만님과는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주치는 주자들과는 인사를 했다. 달린 거리가 늘어날수록 그분들의 반응은 점점 줄어들었다. 아예 답을 하지 않는 주자도 있었다. 10킬로미터 남았을 때 영희님에게 이제부터 6분 페이스로 가도 서브 4를 한다고 알려드렸다. 그때부터는 페이스를 10초에서 15초 정도 올렸다. 온도도 오르고, 피로도 심해지면 이전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더 많이 써야 했다. 후반에 페이스를 끌어올린다는 것은 곱절의 에너지를 쓴다고 봐도 좋았다.


 5킬로미터가 남았을 때 환만님을 제쳤다. 4킬로미터 남았을 때 외벽 공사를 하는 차량이 주로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안전통제요원이 경광등을 흔들며 내게 멈추라고 했다. 속도를 늦출 수가 없었다. 후진하는 차량의 앞쪽으로 파고 들며 빠져나갔다. 차량 운전자가 몹시 화가 나서 내게 이 말 저 말을 던졌는데 무시했다. 어쩔 수 없었다. 위험했지만.... 그 순간에 속도를 늦춘다면 걷게 될 수도 있었다. 걷고 싶은 마음을 내내 달래어 35킬로미터를 넘게 달렸고, 오랜만에 후반 스퍼트를 하는데 멈출 수는 없었다.


 3킬로미터 남았을 때 3시간 39분이었다. 7분 페이스로 가도 서브 4였다. 무인 급수대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남은 3킬로미터를 15분대로 달렸다.


 3:54:59.03


 골인하고 나니 몹시 힘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의자에 털썩 주저앉고 싶었지만 일부러 앉지 않고 왔다갔다 하며 몸을 풀었다. 더울 때 힘들게 달렸던 일이 떠올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고개를 젓고 있었다. 지난 해보다 몇 킬로그램 무거워진 몸으로 어찌 더위를 이겨낼 수 있을까? 많이 달리고 빨리 달리면서 훈련을 해야 살이 빠질텐데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 그저 대회에 나와 악착같이 뛰는 것으로 살을 뺄 수밖에 없으니.......  이 생각 저 생각 하고 있으니 달물영희님이 3시간 58분대로 골인하고 있었다.


 천왕역, 이촌역에도 들러야 하니 여유가 없었다. 그러고 보면 지난 해 6월 16일 토요일에도 마라톤을 뛰고 천왕역, 이촌역에 들렀는데 똑같은 일정을 따라가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30분 쯤 늦게 달려 훨씬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양말이 찢어질 정도였나? 돌 알갱이 하나로....


돌 알갱이와 25킬로미터를 달리면서 양말 바닥이 이 지경이 되었다.



서브 4도 쉽지 않다.


신도림역 오페라하우스 야외무대에서 U20 월드컵 결승전 거리 응원이 있다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