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의 우이천처럼 도림천 역시 곳곳이 공사중이었다. 대림1교쪽은 공사 규모가 커서 지날 때마다 위협을 느꼈다. 주로가 비좁은 소로인데다 중장비를 피해 ㄷ자 달리기를 수시로 해야 해서 달리기 리듬은 번번이 끊어졌다. 1시간 일찍 나와 달렸다면 공사를 달리기 초반에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42.195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단 한 사람의 주자와도 보조를 맞추지 못했다. 페이스가 빠른지 늦은지 자신 스스로 일일이 체크하는 것은 몹시 피곤한 일이었다. 주로에 주자들이 매우 많아 나와 비슷한 기량의 주자를 따라간다면 얼마나 편할까? 서브 3 주자가 이곳에 오면 서브 3를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혼자서 페이스를 맞춘다는 것이 어려워서일 것이다. 30명 모자르게 나온 주자 가운데 마지막 출발 시간대인 8시에 출발한 주자는 몇 명 되지 않았다. 노원희규님이 나와 함께 출발하여 서로 페이스를 맞추어 줄 수 있기를 바랬는데 노원희규님은 추위 앞에서는 기량 발휘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부터 독주가 되어 버렸다. 첫 1킬로미터는 4분 45초가 걸렸다. 후반에 해야 할 스퍼트를 초반에 하는 일은 3주째 이어지고 있었다. 5킬로미터를 23분 30초에 달렸다. 3시간 17분대 골인이 예상되었다. 자제했다. 다음 5킬로미터는 철저히 속도를 늦추어 10킬로미터를 48분에 통과했다. 12월 최고 기록인 3시간 26분 27초를 깨뜨리고 싶어 나온 대회였다. 첫번째 하프는 1시간 43분을 넘기지 말아야 했고, 두번째 하프는 그 페이스를 유지해야 12월 기록을 깰 수 있었다. 기록 경신에 대한 강박 관념이 없이 달렸던 지난 해의 경우 매월 기록을 경신했었는데 기록 경신에 대한 욕심이 생기니 스트레스가 심했다. 6일 전 고단했던 후반 레이스가 자꾸만 떠올라 섣불리 승부를 걸 수 없다는 것은 부담이었다. 후반은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초반 레이스를 밀고 가는 방법을 채택한다면 어떻게 될까? 무심코 달리면 킬로미터당 5분까지 밀렸다.
체중 관리가 되지 않는데 싸늘한 날씨를 빌어 살집을 무시하는 레이스를 언제까지나 이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밤마다 발동하는 식탐 때문에 나날이 시험받고 있었다.
보라매 마라톤클럽이 단체 훈련을 하고 있었다. 만날 때마다 보라매 파이팅을 외쳐 응원을 하고 응원도 받았다. 또한 배번을 달고 있는 주자를 만나면 그냥 보내는 법이 없었다. 손을 들어 파이팅을 외쳤다. 완주를 마치기까지 100번 이상 인사를 나누었다. 공원사랑마라톤만이 가지는 특징이 인사 주고 받기일 수 있었다. 주로에서 만나는 주자들 가운데 모르는 분이 거의 없기도 하거니와 모르는 분이라고 해도 인사를 주고 받는 게 공원사랑마라톤의 특징이니까. 요즘 공원사랑마라톤에서 아쉬운 점은 두 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70대의 용석님과 1천회의 은기님. 두 분 다 부상 치료 때문에 달리기를 멈추고 있었다.
정확히 11.1킬로미터를 달렸을 때 53분이 걸렸다. 출발점을 다시 만날 때까지 킬로미터당 5분 페이스로만 가도 1시간 43분이 예상되었다. 그렇다면 3시간 26분의 페이스가 잘 맞추어질 수 있었다. 12.1킬로미터에서 13.1킬로미터까지 달렸을 때 페이스를 체크했다. 5분이었다. 나머지 구간에서는 5분 안쪽으로 들어갔다. 12.1~13.1킬로미터 지점은 2회전할 때 만나는 32.2~33.2킬로미터 지점과 일치하는데 그 때도 5분 페이스였다. 경험으로 볼 때 가장 기록이 늦게 나오는 구간이었다. 유독 어둠 속을 달리면서 페이스가 흐트러지는 구간이라 그랬을까? 8시에 함께 출발한 희규님, 아이언민님, 의계님과는 점점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기록에 올라오지 않는 레이스를 펼치는 근규님, 꽁꽁 싸매고 달려서 알아보기 힘들었던 Wan-sik님, 서브 4 페이스를 꾸준히 이어가는 달물영희님, 인천다모아 윤동님, 80대 노익장 장재연님, 해병대정의님, 용구님 등 나를 제외한 28명의 주자와 만날 때마다 인사했다. 인사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달린 거리가 늘어나니 인사를 많이 하면 할수록 좋았다.
페이스는 꾸준했다. 1회전을 1시간 42분 정도에 마쳤다. 그 페이스를 쭉 이어나갔다. 10킬로미터 남았을 때 기록을 보았다. 2시간 35분 22초. 직전 풀코스 32.2킬로미터 기록보다 20여초 밀리는 기록이었다. 그때는 후반 10킬로미터를 간신히 49분대로 맞추었는데 오늘은? 48분 20초대까지 끌어올렸다. 2회전할 때는 나보다 1시간 일찍 출발한 주자를 십 수 명 제쳤다. 후반으로 갈수록 인사를 드려도 답을 하지 않는 주자들이 늘어났다. 마지막 10킬로미터를 51분으로 달려도 12월 기록 경신이 가능했지만 웬만하면 서브 325의 기록으로 골인하고 싶었다. 공원사랑마라톤 2회전 코스의 최고 기록은 지난 3월 4일 로운리맨님이 3시간 19분대 주자가 되었을 때 세운 3시간 25분 04초. 조금 더 밀고 나가 이 기록을 깨뜨리겠다고 각오했다. 밀고 나가기는 하지만 몸은 좀더 가벼워져야겠다 싶었다. 불어난 체중을 무시하는 파워 러닝. 언제까지 이런 달리기를 할 수는 없었다. 앞으로는 식단 관리를 잘하자고 다짐하며 달려나갔다. 킬로미터당 4분 50초를 넘지 않았다. 마지막 1킬로미터는 4분 30초로 달리면서 3시간 23분대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3:23:49.63
12월 첫날 12월 기록을 경신했으니 뒤에 따라올 풀코스를 부담없이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지방 원정을 가서 기록 경신에 도전한다고 애쓸 일은 없어졌다.
12월 최고 기록을 2분 38초 단축하면서 7, 8월을 제외한 모든 달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1월 3:25:44 (종전 3:26:32)
2월 3:21:07 (종전 3:28:09)-3:23:24로 경신하고 12일 뒤
3월 3:18:51 (종전 3:23:09)
4월 3:26:29 (종전 3:28:24)
5월 3:29:04 (종전 3:32:14)
6월 3:27:03 (종전 3:29:32)
7월 경신 못함 (최고 기록 3:34:48)
8월 경신 못함 (최고 기록 3:24:57)
9월 3:26:39 (종전 3:39:04)-3:32:25로 경신하고 8일 뒤
10월 3:23:04 (종전 3:26:11)
11월 3:24:29 (종전 3:27:38)
12월 3:23:49 (종전 3:26:27)
※ 7월 월드컵 밤샘 시청과 8월 폭염 경보 때문에 기록을 경신하지 못했는데, 그게 아니더라도 기록을 경신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2017년 세운 7월과 8월의 기록은 너무 빠른 기록이었다.
순위를 확인하고 1등 상장을 받았다.
생애 여섯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낡은 타사재팬 마라톤화를 신고 달렸다. 다음부터는 신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꺼운 양말을 신었지만 신발이 낡아서인지 발바닥이 아플 때가 있었다.
1년 동안 괴롭히던 통증이 최근에야 사라졌는데 버려야 할 신발을 고집하면 고통이 다시 찾아올 기미가 있었다.
아에드의 파워는 계속된다.
※ 접수 담당 여사님은 참가자 명단에 이름을 적으면서 내 이름을 잊어버렸다고 했다. 주로 로운리맨님의 절친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로운리맨님의 경우 이름이 외자라 외우기가 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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