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지인들을 놀라게 한 진주마라톤대회였다.
진주마라톤대회 참가를 꿈꾸지 않은 적이 한 해라도 있었던가? 어느새 30회째인데 이번에야 가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틀 연속 풀코스를 달리고 난 후 오른쪽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겨 풀코스는 무리였다. 날씨도 추워져 굳이 지방까지 가서 달려야 하나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 수요일과 목요일 연달아 훈련을 해보았지만 조깅보다 못한 수준으로 달렸고, 달리고 난 후에는 다리 상태가 악화되었다. 손기정평화마라톤에 참가했던 허수아비님 답방으로 선택하기도 한 대회라 못 뛰게 되더라도 얼굴을 보러 가야 했다. 허수아비님과 일정을 조율하여 울산으로 내려갔다. 진주로 바로 갈 경우 도착한 후 장장 6시간을 대기해야 했지만 울산으로 가서 허수아비님의 자가용으로 이동하면 차 안에서 2시간 쯤 휴식을 취할 수 있겠다는 판단도 했다.
몹시 추워 몸이 사정없이 움츠러 드는 전날 밤 11시 50분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했다. 경남고속 울산행. 동서울터미널을 출발하여 암사대교를 건너가는데 몇 시간 후 추위에 고생할 달림이들이 떠올랐다. 로운리맨님, 바깥술님, 아세탈님은 나보다 더 추운 상황에서 최강전에 참가하여 이 아래를 달리겠군. 그것도 2회전. 진주는 서울보다 5도 이상 기온이 높을테니 선택을 잘 한거야. 일단 잠이나 조금 자자. 경남고속 버스는 와이파이 인터넷 이용이 가능했지만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잠을 청했다. 좌석 곳곳에서 스마트폰 액정이 번쩍거렸지만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다행히 1시간 쯤 잤다. 휴게소 화장실에 들렀다 온 다음에는 아무리 애써도 잠이 오지 않았다. 편하게 생각했다. 1시간 수면이라도 깊이 잤다면 더 이상 자지 않아도 되겠지. 울산에는 새벽 4시가 되기 전에 도착했다. 신복동 로터리, 공업탑에서 승객들이 대거 내리면서 종착지인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리는 승객은 다섯 명도 되지 않았다. 전날 밤 일찍 밥을 먹어 배가 고팠다. 이 공복 상태를 유지하고 무언가 먹더라도 가볍게 먹어야 했는데 망설임없이 원조 울산돼지국밥집으로 향했다. 자주는 못 가지만 울산에 오면 반드시 가는 국밥집이었다. 시장통처럼 번잡한 식당으로 들어가 돼지국밥을 먹었다. 허기도 졌겠다 훌훌 마시듯이 먹었다. 제대로 씹지 않고 먹었지만 돼지고기는 뱃 속에서 바로 소화될 것이라 믿었다. 마라톤 대회 출발까지는 5시간이 넘게 남았으니 충분히 소화가 될 것이고 출발 직전 화장실에 다녀오면 돼지국밥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5시 20분에 허수아비님의 자가용에 올라탔다. 선물을 주고 받고 부상 때문에 걱정이라는 등 몇 마디 나누다가 바로 골아 떨어졌다. 허수아비님이 대회장에서 멀리 떨어진 화장실을 찾는다고 중앙선을 침범해 차를 돌리고, 화장실 안에 차를 세우기도 했다. 화장실 안에 차를 세우셨어요 물으니 화장실이 바로 붙어 있어서 그렇지 화장실 안은 아니라고 답했다. 심지어 큰 유리문을 통해 진양호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 안에 주차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다 꿈이었다. 내가 두 시간 동안 코까지 골면서 자더라고 했다. 수면 부족으로 애먹을 일은 없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 때문에 허수아비님은 덩달아 졸렸었다고 했다. 대회장이 가까운 노을공원 주차장에 일찍 도착해서도 좀더 쉬었다. 8시 30분이 넘어서야 차에서 나왔는데 허수아비님은 내가 자신보다 먼저 골인할 것같다며 자동차 키를 주었다.
참가자로 가득 들어차기 시작한 대회장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물품보관봉투와 방풍비닐을 챙겨나오다가 주JS님을 만났다. 너무 놀라신 것같았다. 서울에서 열리는 코리아마스터즈 마라톤최강전에 갈 줄 알았는데 먼 남쪽 땅까지 온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을 만난 것처럼 반가운데 핫팩까지 챙겨주셨다. 전날 밤 내려와 사우나에서 잤다는 광배님과도 만났다. 서울은 영하 10도 이하라는데 우리는 훨씬 따뜻한 곳에 와 있으니 운이 좋다는 말을 주고 받았다. 그래도 영하의 날씨라 긴팔과 긴바지를 입어야 했다.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긴팔 티셔츠 두 장을 겹쳐 입었고, 반바지 위에 훈련할 때 입는 우븐 트레이닝 긴바지도 덧입었다. 햄스트링 쪽에는 길게 테이핑을 해서 통증에 대비했다. 화장실에는 가지 못했다. 왔다갔다 하다가 시간을 잃어버려 화장실 대변기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바지 주머니에 휴지를 넣고 출발했다.
단 1킬로미터를 달리고 서브 4로 완주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1킬로미터가 지난 1일 보다 1분 더 밀렸다. 풀코스를 이틀 연속 달릴 때보다 더 늦었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맡은 필희님을 따라가고는 있었지만 찌뻑거리는 모양새였다. 조깅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통증 때문에 오른 다리를 들어 올릴 수 없었다. 아주 천천히 달리면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삼계교를 건너 가화강을 따라 달리면서 정확히 3시간 59분대의 페이스를 맞추고 있는 게 신기했다. 경서대로를 잠깐 달리다가 1049 지방도로, 일명 호반로를 만나면서 맞바람이 몰아치는데 몹시 추웠다. 목에 두른 버프를 끌어올려 입을 막았다가 숨이 차면 내리기를 거듭했다. 버프를 올리고 숨을 쉬면 마늘 냄새가 심했다. 돼지국밥 취식의 흔적이 입에 잔뜩 남아 있었다.
발 아래 내려다 보이는 진양호는 잔잔해 보였지만 유심히 보면 물결 구름이 만만치 않았다. 물가는 얼어 있었다. 4년 전의 추억, 진양호 주로를 따라 자라는 푸른 대나무를 다시 볼 수 있어 좋았다. 대나무 보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며 달리는데 4시간 페메와 대화를 나눈 것도 잠시, 50미터 정도 뒤로 처지고 있었다. 5킬로미터 지점에서 시계를 보니 28분 15초. 그래도 서브 4 페이스였다. 4시간 페메를 따라 달리는 사람은 스무명 쯤 되었다. 그들과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조금 늦게 출발한 나로서는 몇 십 미터 떨어진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혹은 몇 백 미터 쯤 떨어진다고 해도 후반에 속도를 내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근거없는 자신감이었다. 이후 나는 10킬로미터나 하프만 달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고, 앰뷸런스를 잡아타야겠다는 태도도 보이고, 4년 전 진주남강마라톤의 4시간 18분보다 밀릴 수 있겠다는 걱정에도 사로잡히고, 어떻게든 달려내어야겠지만 일주일 후 있을 한강시민마라톤은 포기해야 할까 하는 우려까지 하게 된다. 풀코스를 190번 넘게 달렸으니 완주가, 그것도 원하는 기록으로 완주가 가능하다고 자신하다니, 정말 근거없는 자신감이었다.
6킬로미터 지점에서 만난 830미터 길이의 진수대교는 장대했다. 남강댐 건설로 형성된 진양호 때문에 도로가 물에 잠기자 17미터의 높이로 건설한 다리였다. 양쪽으로 진양호가 펼쳐지는데 이곳에 와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천천히 달리면서 하늘을 모두 담은 듯한 진양호를 꼼꼼하게 살폈다. 눈은 즐겁지만 몸은 괴로웠다. 겨울의 물바람, 고추바람이 뺨을 치며 달려들었고, 오른쪽 다리가 몸에 간신히 붙어 끌려가고 있었다. 그 고됨을 경치 감상으로 이기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진수대교를 건넌 후에는 진양호가 보이지 않는 도로를 따라 달리기도 했다. 이 때도 어떻게든 청죽(靑竹) 보기를 즐겼다. 10킬로미터는 56분 35초로 통과했다. 서브 4 기준인 56분 40초에는 잘 부합되었다. 그 이후 꾸준히 뒷 주자들에게 추월당하였다. 누가 치고 나가도 자극을 받지 못했다. 아니, 자극을 받아서 속도를 올려서는 안되었다. 아직 달려야 할 거리가 아득했다. 대평교, 대관교. 다리를 아직 두 개 더 건너갔다 와야 했다. 멋진 풍광을 보는 댓가로 맞바람을 끈질기게 맞아야 했다.
풀코스 주자 가운데에는 몇 킬로미터를 달리지도 않고 벌써 레이스를 접어버린 분도 있었다. 먼 곳까지 와서 서브 4도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자, 과감하게 출전을 포기하는 게 현명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도무지 지워지지 않았다. 서브 330도 아닌 서브 4도 못 하면서 진주마라톤대회에 참가했구나 하는 자책감마저 들었다. 앞에서 달리던 광배님은 건물이 나올 때마다 주로를 이탈하여 그곳으로 갔다 오곤 했다. 딱 봐도 화장실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화장실에 가긴 가야 하는데 하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되었다. 배는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제대로 된 화장실만 찾는다면 바로 들어가 근심을 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급하면 대숲에 숨어 일을 봐도 상관없었다. 주머니에는 충분한 양의 휴지가 있었다. 14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일단 소변부터 보았다. 내촌리, 당촌리, 하촌리, 상촌리를 지나 대평교를 건너 왼편으로 진주 청동기문화박물관이 보였다.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겠다 싶었다. 견딜만 했다. 더 나아갔다. 4시간 페메에 이미 3백 미터 이상 떨어졌는데 화장실에 들렀다간 그 거리가 더 벌어질 수도 있었다. 혹시 모르니까 4시간 페메와 더 이상 멀어져서는 안되었다. 참는 데까지 참기로 했다. 16킬로미터 표지판을 지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풀코스 선두 주자들이 오고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맨살을 드러낸 민소매와 반바지를 착용했다는 것. 트레이닝 복을 입고 터덜거리는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움직인다는 것. 3시간 59분대로 달릴 때 17킬로미터를 가야 만나는 마스터즈 선두권 주자를 너무 빨리 만났다. 이 대회에는 3시간 페이스메이커도 있었는데 이 페메 앞에 벌써 스무 명이 넘는 주자가 있었다. 서브 3 주자가 스무 명이 넘는다는 것이었다. 18킬로미터를 넘었을 때는 내 머리 속에 앰뷸런스만 가득 차 있었다. 더 심한 부상으로 더 오랫동안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미래를 맞기 전에 서둘러 레이스를 접어야 한다는.... 굼뜨기 짝이 없는 나와는 전혀 다른 주자 한 명이 달려오고 있었다. 스쳐 지나갈 무렵에야 서로 알아보았다. 법규님이었다. 딱 봐도 하프 1시간 34분대의 속도, 싱글(3시간 00분 00초~3시간 09분 59초)의 속도였다. 아주 짧게 인사를 나누었다. 진주마라톤대회 참가로 주JS님을 놀라게 한 데 이어 너무 늦게 달려 법규님을 놀라게 했다. 법규님은 질주를 계속하여 생애 최고 기록인 3시간 9분 26초로 골인했다. 곧 3시간 30분 페메 그룹을 만났다. 아프지만 않았다면 저들과 함께 할 수 있을텐데 하는 비애감이 들었다. 과감하게 접어야 해. 이대로는 풀코스를 뛰어낼 수 없어. 앰뷸런스는 어디 있을까. 3시간 45분 페메를 맡고 있는 헬스지노님을 마주 보았다. 좀처럼 아는 체 하지 않는 헬스지노님마저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지나갔다. 정말 건달이 맞는가 확인하는 것같았다. 4시간 페메와는 5백 미터 이상 떨어졌다. 4시간 페메는 반환점을 1시간 57분대에 돌게 되기 때문에 나와의 거리는 더 떨어졌다. 앰뷸런스가 오고 있었는데 세우지 못했다. 그래도 하프까지는 뛰고 앰뷸런스를 타야지 싶었다.
20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화장실에 들렀다 온 광배님이 따라붙었다. 화장실에 들르다 보니 1킬로미터를 14분에 달리는 일까지 있었다고 했다. 뒤에 계신 줄 알았던 허수아비님이 앞에서 나타났다. 반환점을 두 시간 이내로 돌아 서브 4 페이스로 달리다 자신의 뒤에 있는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신 것같았다. 부상 때문에 늦게 달리더라도 서브 4는 무난할 것이라고 장담했던 내가 1킬로미터나 뒤에 있다니.....
수곡 자매마을 반환점이 앞에 보였다. 광배님이 물었다. 2시간 넘었나요? 아! 방금 2시간 땡입니다. 하프를 달리기도 전에 2시간을 넘겨 버렸다. 광배님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3시간 45분 페메를 따라잡아 보겠다고 했다. 나는 오르막을 따라올라가 반환점 통제 요원이 들으라는 듯이 아이구 힘드네 소리치며 반환했다. 스마트칩 인식되는 기계음이 매우 요란했다. 반환했다는 기록이 확실하게 인식되고 있었다. 2시간 1분 29초. 달려온 만큼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4시간 3분으로 골인하게 되어 있었다. 다리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점점 커져서 4시간 10분, 4시간 14분, 자칫 2014년 3월 2일 진주남강마라톤대회에서 세운 4시간 18분 51초를 깨는 게 꿈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반환한 순간 빨라졌다. 킬로미터당 소요 시간을 계산하면 반환한 후 어떤 구간에서도 전반 하프의 어느 구간보다 느린 일이 없었다. 평균 5분 20초의 페이스를 보였고, 빠를 때는 5분, 늦어도 5분 30초를 지켜내었다.
오른쪽 다리는 여전히 왼쪽 다리에 끌려가는 꼴이었고, 뱃속에서는 부글거리는 소리가 연달아 났지만 반환하기 전 나를 추월해 갔던 분들을 전부 따라잡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주JS님을 놀라게 했다. 주JS님은 요즘 내 기록과 자신의 페이스로 환산했을 때 나를 18킬로미터 지점에서 만날 것이라고 분석했는데 너무 늦게 오고 있어서 놀랐다고 했다. 여러분들을 놀라게 하고 있는 진주마라톤대회 참가가 아닐 수 없었다.
골인할 때까지 150명 쯤 따라잡았다. 25킬로미터를 넘었을 때 허수아비님 앞으로 나아갔다. 파란 유니폼, 빨간 유니폼, 알록달록한 유니폼, 청년 주자, 장년 주자, 나이를 알 수 없는 주자, 부산, 울산, 마산 마라톤 클럽 주자들을 꾸준히 따라잡았다. 하프 이후 30킬로미터까지는 힘들지 않았다. 30킬로미터 지점의 오르막은 그야 말로 숨막히는 30킬로미터였다. Throttled Thirty Kilometer Killer. (내가 지은 이름) 이 오르막에서 많은 분들이 걸었다. 고개를 숙이지 않고 꾸준히 달려서 넘었다. 덕분에 몇 분을 더 제쳤다. 30.2킬로미터까지는 2시간 52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미 서브 4 기준에 든 것이 아닌가 싶었다. 32.2킬로미터는 3시간 2분으로 지났다. 남은 10킬로미터를 58분에? 서브 4의 10킬로미터는 56분 40초인데..... 그럼 나는 이미 3시간 59분 이내의 페이스를 회복했다. 하지만 내 앞에 4시간 페메가 없었다. 구불구불한 호반로에 숨었을까 싶어 전방을 수시로 살피는데 아직도 2백 미터 쯤 앞에 있는 4시간 페메를 찾아 내었다. 휠체어 주자도 보였다. 아픈 아들을 휠체어에 태우고 밀고 달리는 아버지는 춘천마라톤과 JTBC 마라톤에서도 만나 응원한 일이 있었다.
이제 화장실에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골인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근심을 풀기로 마음먹고 참았다. 내가 가장 두려워한 것은 햄스트링 통증이었다. 이렇게 달리다가 어느 순간 극심한 통증으로 주저앉는다면 대책이 없었다. 이제 10킬로미터도 남지 않았는데 그 거리를 버티어 내지 못한다면...... 결코 몸 자세를 바꾸지 않아야 했다. 속도는 올릴지라도 천편일률적인 몸동작은 그대로 유지했다. 슬로우. 슬로우. 몸에 심한 변화를 줄 경우 바로 움직이지 못할 수도 있었다. 4시간 페메와의 거리를 좁히면서도 급수대는 빠지지 않고 이용했다. 급수대에서 흘러내린 물이 고드름이 되어 주렁주렁 달린 것으로 보아 아직 영하의 날씨였다. 조금 덥다는 생각이 들어 팔소매를 걷었다가도 나도 모르게 내리고 있었다. 긴바지가 답답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것으로 보아 기온이 별로 오르지 않고 있었다. 갈 때보다는 올 때 바람을 자주 마주하지 않는다는 게 다행이었다. 좀처럼 줄어들지 않던 페메와의 거리가 불쑥 줄어들었다. 진수대교를 건너갈 때 마침내 4시간 페메 그룹에 들어갔다. 6킬로미터가 남았다. 이제는 킬로미터당 6분 페이스로 가도 3시간 59분대였다. 페메와 함께 달리면서 숨을 좀 돌릴까 하다가 그대로 속도를 유지했다. 38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광배님을 따라잡았다. 아니, 3시간 45분 페메 잡기로 한 분이 왜 여기에? 화장실 다녀온 게 수분 손실이 많아 이 꼴이 났다고 했다. 추월하면서 광배님에게 그래도 서브 4는 하자고 했다. 이름을 새긴 유니폼 주자를 만날 때마다 그 이름을 읽었는데 모두 전반에 나를 제치고 나간 분들이었다. 꾸준히 잽을 날리는 오르막을 이겨내며 달릴 거리를 줄였다. 남은 거리 2킬로미터, 1킬로미터..... 오른 다리는 마비된 듯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끝까지 잘 따라온 다리였다. 오른발로 바닥을 튕기듯이 밀고 나가지 못하고 한쪽으로 기울어진 자세로 이렇게까지 달렸다. 골인 지점을 얼마 남기지 않고도 몇 명을 더 제쳤다. 반환한 이후에는 추월하면 추월했지 추월당하지 않으면서 레이스를 마쳤다. 물병, 완주기록증, 완주메달, 간식을 챙기고 맡긴 물품을 찾아서 화장실로 직행했다. 화장실에 10분 이상 앉아 있었다. 화장실에 앉아서 옷도 갈아 입었다.
3:55:12.64
화장실에서 나와 주로에 오니 막 주JS님이 골인하고 있었다. 숨을 돌린 JS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내 최고 기록부터 완주 횟수까지 정확히 알고 있어 놀랐다. 200회 완주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혹시 내년 동아마라톤에 맞추는 게 아니냐고 묻기까지 했다. 요즘 다들 하는 200회라 내세울 것이 없어 그냥 조용히 넘어가려고 한다고 했다. 나보다 십여 초 늦게 골인한 이영호님은 이번 진주마라톤대회에서 우리나라 8번째로 풀코스 1천회를 달성하셨고, 손모철님도 9백회를 달성하셨지만 사회자는 아무 멘트도 하지 않았다. 요즘은 그런 분위기라 나 역시 조용히 넘어가겠다고 했다. 주JS님은 내가 200회 완주하는 날 축하 문구라도 달고 같은 대회에 참가하고 싶어 했다.
지인들 놀라게 하기는 몇 차례 더 있었다. 내가 이미 부상중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바깥술님은 내가 어떻게든 완주는 했겠지만 서브 4로 완주할 줄은 몰랐다며 축하 전화를 해 왔다. 로운리맨님은 내 모바일 기록증을 보내면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물었다.
허수아비님과 가볍게 간식을 먹고 계획에도 없던 중국집에 갔다. 허수아비님이 검색해 놓은 식당에는 미처 가지 못했다. 너무 촉박하게 서울행 버스표를 끊어 놓아 여유가 없었다. 음식물 섭취를 서브 3 속도로 했다.
언뜻 보면 42195 같다. 이번 대회 41195는 있었지만 풀코스 거리인 42195 배번은 없었다.
동서울에서 울산으로 가는 심야버스표.... 강남에서 가는 것보다 몇 천 원 저렴했는데 나는 일찍 결제를 해서 3천원을 추가로 더 할인받았다.
간신히 서브 4, 간섭포라.... 12월에 이런 기록으로 뛰어본 것은 5년만이다.
포기할 수도 있었던 대회였지만 끝까지 달려 완주기록증을 받았다.
종목별 시상 안내
경기종목 | 부별 | 시상내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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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km일반부 | 남,여일반부(2개부) | 1~5위 : 부상, 상장 |
5km학생부 | 남,여학생부(2개부) | 1~3위 : 문화상품권 |
10km일반부 | 남(청년/장년), 여(3개부) | 1~5위: 시상금, 상패, 상장 |
10km학생부 | 남,여학생부(2개부) | 1~5위: 문화상품권, 상패, 상장 |
하프 | 남(청년/장년),여(3개부) | 1~5위: 시상금, 상패, 상장 |
풀코스 | 남(청년/장년),여(3개부) | 1~5위: 시상금, 상패, 상장 |
단체상 | 1~10위: 시상금, 상장 |
시상금 안내
경기종목 | 등위별 시상금액(각부별 구분 | 비고 | ||
---|---|---|---|---|
5km일반부 | 1위 | 부상 | 남,여(2개부) | 6위~15위 부상 (5km부문제외) |
2위 | 부상 | |||
3위 | 부상 | |||
4위 | 부상 | |||
5위 | 부상 | |||
5km학생부 | 1위 | 70.000원 | 남,여(2개부) 문화상품권지급 | |
2위 | 50,000원 | |||
3위 | 30,000원 | |||
10km일반부 | 1위 | 200,000원 | 남자부(청년,장년), 여자부(3개부) | |
2위 | 150,000원 | |||
3위 | 100,000원 | |||
4위 | 70,000원 | |||
5위 | 50,000원 | |||
10km학생부 | 1위 | 100,000원 | 남,여(2개부) 문화상품권 지급 | |
2위 | 70,000원 | |||
3위 | 50,000원 | |||
4위 | 30,000원 | |||
5위 | 20,000원 | |||
하프 | 1위 | 250,000원 | 남(청년,장년) 여자(3개부) | |
2위 | 200,000원 | |||
3위 | 150,000원 | |||
4위 | 100,000원 | |||
5위 | 70,000원 | |||
풀코스 | 1위 | 300,000원 | 남(청년,장년) 여자(3개부) | |
2위 | 250,000원 | |||
3위 | 200,000원 | |||
4위 | 150,000원 | |||
5위 | 100,000원 | |||
단체상 | 1위 | 1.000,000원 | 참가신청인원 30명 이상 단체팀 (5km 참가신청자 제외) | |
2위 | 700,000원 | |||
3위 | 500,000원 | |||
4위 | 300,000원 | |||
5위 | 200,000원 | |||
6~10위 | 100,000원 |
- 제30회 진주마라톤대회 서브3 (풀코스) 달성자는 다음 대회 무료 참가권을 드립니다.
- 제29회 진주마라톤대회 서브3 (풀코스) 달성자 중 이번 대회에 참가의사가 있으신 분들은 홈페이지 참가신청 후 대회사무국으로 필히 연락바랍니다.(무료참가권 조치)
- 대회 입상자 중 대회당일 신분증 미소지자 및 대회일 기준 2년 이내 대한육상연맹에 등록된 선수중 엘리트 선수는 시상하지 않음.
-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자만이 시상을 하며, 국적을 갖지 못한 선수는 시상권에 들 경우 특별상(상장 및 부상)을 지급함.
- 각 부문 참가인원이 30명 미만일 경우 기존상금에서 50% 지급한다.
(순위는1위~5위까지 시상한다) - 단체상은 참가인원 중 5km 부문을 제외한 총인원이 30명 이상만 해당함.
- 시상 순위는 건타임에 따름(6위~15위는 넷타임)
- 시상금 및 단체참가 특전은 변경될수있습니다.
단체 참가팀 특전
- 25명이상 신청한 동호회는 천막지급
- 25명이상 참가팀은 홈페이지에 팀소개
* 시상금 및 단체참가 특전은 변경될수있습니다.
허수아비님 덕분에 편하게 대회장을 오갈 수 있었다.
진양호를 끼고 달리는 대회라고 할 수 있다. 진주남강마라톤대회와 다른 점이라면 도심을 전혀 달리지 않는다는 것과 남강댐 위를 달리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다리 세 개를 건너갔다 오면 풀코스를 완주하게 된다. 진수대교, 대평교, 대관교.... 사실 삼계교까지 치면 다리 4개...
호반로의 특성상 오르막 내리막이 자주 나오는데 춘천호반마라톤의 의암호를 감아돌 때 만큼의 업다운은 아니었다.
30회이기에 30이라는 숫자를 메달에 크게 새겼다. 어떻게 30회나 되었는지 놀랍기만 하다.
새벽 4시에 먹은 돼지국밥......
개인적으로는 13년째 들르는 식당이다.
허수아비님이 골인하고 있다.
풀코스 100회 완주를 축하하는 행사가 진행중인데 나보다 15초 늦은 기록으로 골인한 분은 1천회 완주하시고도 주변에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요즘 몇 백 회 완주, 이런 것은 조용히 넘어가야 한다. 나 역시 이제 풀코스 횟수는 별 의미가 없다.
주최측에서 제공한 먹거리. 국밥과 두부김치.
허수아비님과 급히 먹은 탕수육....
간짜장..... 역시 남쪽이라 간짜장에 계란이 나오는군.
짜장 소스는 많이 나왔다. 주문을 받고 짜장 소스를 볶고, 면을 일일이 뽑으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탕수육 클리어. 이 순간 허수아비님은 차에 시동을 걸고 계셨다.
진주고속버스터미널을 찾아서....
15시 28분.... 1.27킬로미터 남았고.... 내가 탈 버스는 15시 40분에 떠날테고....
진주 남강
주JS님이 주신 핫팩.... 다음에 쓰려고 잘 갖고 왔다.
※ 허수아비님이 주신 선물은 별도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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