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마라톤 대회는 10킬로미터 종목 참가로 시작되었다. LG 블루투스 스피커 때문에 2018 HAPPY NEW RUN 서울 4대문 10K 대회에 참가하였다. 기념품 때문에 나간 대회이니 기록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츄리닝 바지에 바람막이 걸치고 스마트폰을 들고 달리면서 청계천 주변의 사진이나 찍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날씨는 매우 춥다고 하지만 티셔츠 위에 자켓을 걸칠 것이라 추위는 신경쓰이지 않았다.
여유를 부리다가 늦게 나갔다. 서울신문사 앞 서울마당에 가서 달릴 준비를 하는데 츄리닝 바지는 입었지만 웃도리는 긴팔 티셔츠 두 장만 걸쳤고 스마트폰은 지하 주차장에 마련된 물품보관소에 맡겨 버렸다. 신발은 최근에 신기 시작한 아식스 타사질4였다. 그래도 마라톤 대회 구색은 맞춘 것이었다. 이봉주, 주한호주대사 등이 참가한 식전 행사를 일일이 챙기다 보니 출발선으로 갔을 때에는 내 앞에 이미 1천 명 이상이 포진해 있었다. 2018년이라 2018명의 참가 신청을 받았다고 하는데 군데군데 한복을 착용한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한복을 입고 완주하면 쌀 5킬로그램을 지급한다고 공지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도포에 갓을 쓴 주자, 기생옷을 입은 주자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출발 총성이 울린 후에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내 앞에 있는 1천여 명이 움직이기 전에는 꼼짝할 수 없었다. 상관없지. 오늘 10킬로미터 기록 세울 것도 아니고. 전날 오후 10킬로미터 남짓 달리기도 해서 피로감이 남아 있고....... 출발한 후에도 지지부진한 속도로 나아갔다. 첫 1킬로미터는 5분 47초가 걸렸다. 왼편에 청계천을 끼고 차분하게 달렸다. 추월할 때에는 주자들과 부딪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달렸다. 흥인지문이 바라보이는 청계6가에서 다리를 건넜다. 3킬로미터 기록은 15분 40초 54였다. 지난 12월 17일 풀코스 달릴 때 3킬로미터까지의 기록이 14분 초반이었는데 10킬로미터만 달리면서 너무 심했다. 달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었다는 것이 핑계가 될까? 첫 1킬로미터는 매우 느렸지만 이후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청계천을 감아돌아 광화문 방향으로 달리다 보니 조금 전에 달렸던 주로가 건너편에 있었다. 그 주로는 여전히 주자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5킬로미터 기록이 24분 45초가 나왔다. 당초 조깅하듯이 55분에 달리려고 했는데 이 페이스라면 50분 이내 완주가 가능해졌다. 이쪽 저쪽에 젊고 예쁜 처자들이 많은데 지나치면서 얼핏 보는 게 전부였다. 풀코스 달릴 때에는 거의 볼 수 없는 청춘 남녀 커플이 곳곳에서 서로를 챙겨주며 달리고 있었다. 동대문 마라톤클럽의 두경님에게 인사드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광교사거리를 지나 안국동 사거리를 향하여 달리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등을 툭툭 쳤다. 바이저 버프를 보고 금방 알아보았다는 효준님이었다. 이런 이벤트성 대회에는 빠지지 않는 분이다. 6킬로미터는 29분 33초 21에 지났다. 안국동 사거리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틀면서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찾아갈 때 달리던 코스와 일치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7킬로미터 지점 세종대로에서 아는 사람을 또 한 명 만났다. 종목을 다양하게 선택하여 달리는 광희님이었다. 응원만 보내고 앞으로 나아갔다. 조깅하듯이 달리려던 계획과는 다르게 맹렬히 달리고 있었다. 발바닥 통증이 나은 것이 아니었지만 스피드를 올리면 올렸지 늦추지 않았다. 10킬로미터만 달린다는 것이 여유를 가져다 준 셈이었다. 마지막 4킬로미터를 16분 38초에 달렸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킬로미터당 4분 9초 페이스로 달린 것이니 나름대로 스피드 훈련을 제법했다. 한국은행을 오른편에 끼고 숭례문을 볼 수 있게 되면 9킬로미터를 달린 것인데 남은 1킬로미터 지점에서 젊은 친구 두 명이 나를 추월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었으니 쏜살같이 앞으로 내달리는 저 친구들을 따라잡기는 힘들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5백여 미터쯤 꾸준히 쫓아가서 골인 아치가 보였을 때 전력질주했다. 나를 추월했던 두 주자를 모두 멀찌감치 떨구었다. 이러려고 10킬로미터 대회에 나온 것은 아니지만 기념품과 완주메달을 받아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데 여름에 달리기를 한 것처럼 땀으로 흠뻑 젖었다. 여의도에 가서 10킬로미터를 더 달려 주어야 하는데 갈아입을 옷이 없으면 안 되니 긴장했다. 바깥 쪽에 입은 티셔츠는 한번 더 착용해야 하니 안 쪽에 입은 티셔츠와 봉투를 구분하여 담았다. 지하철을 타러 가기 전에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사골 떡국을 먹었다. 줄이 너무 길어 꽤 기다려야 했다. 1735명의 완주자 가운데 196등으로 골인했는데 떡국을 기다리는 사람은 5백 명이 넘었다.
46분 11초 92
지난 10월 하프 최고 기록을 경신할 때 후반 10킬로미터를 41분대에 달린 것에 비하면 아주 굼뜨게 달린 것이지만.....
2014년 1월 1일 풀코스, 2015년 1월 1일 풀코스, 2016년 1월 1일 하프코스, 2017년 1월 1일 풀코스, 2018년 1월 1일 10킬로미터 코스.
1월 1일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날이 되고 있다. 언젠가 일출을 보기 위하여 동해안까지 갔던 일도 있었지만 이제는 달리기로 한 해를 시작한다.
이 대회가 생애 126번째 10킬로미터 완주일 것이다.
경품 추첨이 진행되기 직전 빠져나왔다. 그런 것을 기다리느니 서둘러 여의도에 가서 지인들을 응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쌍도끼 모양의 코스도
출발 및 골인 아치
완주 후 제공된 사골 떡국.... 엄청 기다려서 먹었다.
희망을 적으라는데..... 적긴 적었다. (아래쪽에 있습니다.)
아주 작은 글씨로 '건강'과 '잘 살자'를 적었다.
2015년 1월 10킬로미터를 41분 14초에 달린 것에 비하면 매우 느린 것이지만 자주 나가는 종목이 아니니.....
1등은 33분대인데..... 1등 상품은 서울신문하프마라톤 무료 참가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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