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2017 조선일보 춘천마라톤(2017/10/29)-FULL 153

HoonzK 2017. 10. 31. 16:44

 춘천마라톤. 아름답고도 도전적인 코스. 언덕과 곡선 주로가 많아 다른 메이저 마라톤대회에 비하여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는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2012년 골드 라벨 등급을 받은 적이 있지만 그 이후로는 우승 기록이 좋지 않아서인지 다시 그 등급을 받지 못했다. 2011년 2시간 7분 3초의 우승 기록 덕분에 2012년 골드 라벨 등급을 받았지만 그 이후에는 그 기록에 근접하지 못하면서 골드 등급의 기회가 없어진 듯 했다. 참가 규모면에서 매머드급인 대회가 우승자 기록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저평가되고 있다. 사실 코스 운용이 쉽지 않은 춘천마라톤에서 2시간 7분 이내의 완주는 세계적인 선수라도 불가능해 보였다.

 

 올해 들어 날씨가 선선하거나 컨디션이 좋으면 3시간 20분대로 골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2017 춘천마라톤에서도 똑같이 3시간 20분대 골인을 목표로 삼아야 했다. 당일 날씨와 컨디션에 상관없이 한발 후퇴했다. 2013년 기록인 3시간 35분 01초를 깨뜨리고 3시간 34분 59초로만 달려도 만족할 것이라고 주변 달림이들에게 밝혔다. 춘천마라톤의 코스 운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주최측이 묻는 예상 목표에는 3시간 29분 59초라고 적긴 했다. 늘 좋은 기록으로 적어 놓고 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었으니.) 몇 년 전 춘천마라톤 레이스를 마치고 만난 마스터즈가 3시간 29분 59초로 골인했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부러웠다. 정말 꿈의 기록이로군. 내 생애 3시간 20분대는 못 들어갈텐데. 더구나 춘천마라톤에서는. 점점 나이를 먹고 있어 기록 유지하기도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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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일 아침 카톡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다.


열심히 운동하신 보상 받을 날이 왔네요. 부상없이 무사 완주를 기원합니다. 화이팅!
 오전 5:29 바깥술님


지하철 타셨나요? 섭 330 무조건 하실 겁니다.
오전 6:18 로운리맨님


잘 달리고 오세요.
오전 7:46 希洙형님


지금쯤이면 행사장에 도착했겠네요. 가면서 잠은 좀 주무셨나요.
한 시간 10분 후면 출발인데 스트레칭하시고 잘 뛰고 오시길 바랍니다.
오전 7:50 허수아비님


 그다지 상황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지난 12년간의 춘마 달리기 직전의 컨디션과 비교했을 때 가장 휴식이 부족한 상태였다. 귀잠까지는 몰라도 그루잠이라도 잤으면 좋았겠지만 괭이잠만 거듭했다. (귀잠: 아주 깊이 든 잠/ 그루잠: 깨었다가 다시 든 잠/ 괭이잠: 깊이 들지 못하고 자주 깨면서 자는 잠) 잠이 겨우 들었다 싶었을 때 전화까지 걸려와 수면의 리듬을 끓었다. 지난 1년 동안 풀코스를 앞둔 전날 밤 11시가 다 되어 전화가 온 것은 처음이었다. 다른 대회도 아니고 하필이면 춘천마라톤 전날. 1시간 동안 화장실을 다섯 번이나 다녀왔다. 잠이 오지 않는데도 누워 있었다. 길게 누워 있으면 어떻게든 잠이야 오겠지 하는 심정으로. 그 심정이 처절했다. 자지 않으면 죽는다고...... 꼭 자야 한다고..... 잠깐 잤다 싶으면 꿈이란 게 죄다 화장실 가서 일보는 꿈이었다. 그래도 잠 한숨 못 잔 2주 전 경주국제마라톤 때보다는 나을 거라고 마음을 다독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오른발 발바닥 통증. 캔을 발로 밟아 찌그러뜨리다가 생긴 통증인지, 지난 주 하프 기록을 경신할 때 미드풋 착지를 너무 심하게 하여 생긴 통증인지, 평상화가 너무 닳아 생긴 통증인지 알 길이 없었다. 수요일 산행을 해서 통증을 악화시킨 것도 문제였다.


 새벽 3시 49분 기상. 간단한 식사. 4시 20분 출발. 121번 버스가 늦게 오는 바람에 청량리역쪽에서 버스 연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상봉역으로 갔다. 춘천행 첫차를 타는데 만원이었다. 바닥에 앉아 가야 하는가 하는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끝칸으로 가니 다행히 텅텅 비어 있었다. 처음에 앉았다가 자전거 부대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다음 칸으로 이동했다. 구석에 앉아 후드를 뒤집어쓰고 잠을 청하기 1시간 20분.... 늘어지게 잤으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그저 눈만 감고 수면 강요만 하고 있다가 춘천역에서 내렸다. 귀마개를 했는데도 주변 사람들의 대화가 다 들렸다. 건너편에 앉아 늘어지게 자는 사람이 부럽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2주 전보다는 낫잖아. 그 때 335를 했으니 오늘 334를 할 수는 있겠다. 그때보다는 컨디션이 낫다고 할 수 있으니. 여러번 달려 봐서 코스 공략법도 잘 알고 있으니.


 상기님을 만나 반대 방향으로 잘못 나갔다가 돌아왔는데도 7시가 되지 않아 한산했다. 근화동주민센터 화장실을 이용한 후 스트레칭하고 바깥술님, 특전사님, 맹순여사님, 은식님 등과 만났다. 짐은 8시가 되기 전에 맡겼다. 그리고는 화장실 다녀오기를 거듭했다. 어차피 달리다가 한번은 화장실에 들러야 하지만 달리기 직전 화장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B그룹 맨 후미에서 바깥술님과 함께 출발했다. B그룹을 세분해서 나누면 맨 후미그룹이 되어야 할 내 수준을 고려한 출발이었다. 로운리맨님을 만나고 온 바깥술님은 로운리맨님이 일단 처음부터 달려보겠다고 한 소식을 전했다. 서브330하라고 문자를 보내왔는데 본인도 서브330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어요. 저는 3시간 34분 59초를 하면 되니 일단 5분 10초에서 20초 사이로 가면 됩니다. 334도 킬로미터당 5분 5초의 페이스는 되어야 하니 후반에 조금 당기는 걸로 하지요. 3시간 20분대 가고도 남을 사람이 그런 소리를. 지금 발바닥도 아프고 잠도 별로 못자고 조심해야 해요. 첫 1킬로미터 기록이 5분 20초였다. 다음 1킬로미터는 5분 15초였다. 그 이후 조금씩 빨라졌다. 송암레포츠타운쪽 ㄷ자 코스에서 앞서 달리는 분들을 볼 수 있었다. 로운리맨님도 보았다. 3시간 20분대 페이스. 빠르네. 법규님은 볼 수 없었다.(나중에 알고 보니 내게 손을 흔들었단다.)  바깥술님은 거듭 말했다. 아직은 내가 발톱을 숨기고 있어. 발톱을 숨기고 있는 것 알죠? 이번에도 32킬로미터를 넘어서면 거침없이 치고 나가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혔다. 하지만 걱정이 없지 않다고 했다. 2010년부터 내리 8년째인데 춘천댐만 지나고 보면 지쳐서 맥을 못 춘다고도 했다. 잘 달리다가 자꾸 처져서 춘천마라톤 최고 기록이 3시간 38분대라고 했다. 춘천댐을 넘기 직전 오르막에서 속도를 최대한 늦추어 보세요. 그럼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어요.
 
 첫 급수대. 5킬로미터. 26분이 걸리지 않았다. 잘 가고 있었다. 옆에 있던 바깥술님이 보이지 않았다. 외롭게 달려나갔다. 삼악산, 신연교, 의암호가 보였다. 잔뜩 흐린 날씨라 서늘한 느낌이 있었다. 늘 10월 넷째 주 일요일 열리다가 올해는 처음으로 다섯째 주 일요일에 열린 덕분에 더 시원해진 날씨 속에 달릴 수 있게 되었다. 12년째 만나는 풍경. 올해 의암호는 한폭의 수묵화였다. 구름이 산자락에 걸려 있는 풍경은 내 방의 벽에 걸어 놓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10킬로미터를 50분 08초에 지났다. 10년 전 50분 03초에 지난 이후 가장 빠른 기록이었다. 그때 344였는데..... 거의 5분 페이스로 들어왔지만 아직은 3시간 29분대 가능성이 없었다. 25킬로미터 이후 춘천댐 올라갈 때 속도를 늦추어야 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더 그랬다. 334 하기로 했던 사람이 은근 슬쩍 329를 노리네. 12킬로미터 지점에서 발바닥 통증이 심해졌다. 이럴 때 방법은 한가지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더 열심히 달려 발바닥을 마비시키는 것. 10-15킬로미터 구간 기록은 24분 08초. 드디어 3시간 29분대 페이스로 들어왔다. 1킬로미터 구간 기록이 가끔 4분 40초도 나왔다. 춘천에서 이렇게 뛰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잠을 제대로 못 잔 것은 후반으로 갈수록 부담을 주겠지만 그래도 춘천마라톤이니까 피곤함을 좀 뒤로 미루어두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16킬로미터 지점. 변함없이 주유소 화장실에 들렀다. 2006년부터 내리 12년은 아니고. 한 해 거른 적이 있었다. 화장실 갈 때 누군가 뒤에서 소리를 질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바깥술님이었다. 빨리 갔다가 오라는 것이었다.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C그룹 3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 그룹이 앞으로 나아갔고, 바깥술님도 앞에 있었다. 강서중학교 오르막을 넘을 때 바깥술님과 나란히 달리게 되었지만 오르막이라는 이유로 바깥술님은 뒤로 빠졌다. 또 외로운 달리기. 그저 킬로미터마다 페이스를 체크하면서 달렸다. 모조리 5분 이내의 페이스가 나왔다. 박수 쳐주시는 어르신께는 손을 흔들어 드렸다. 넉살좋은 마스터즈는 할머니 한 분에게 엄마 나오셨어요라고 소리치기까지 했다. 급수대의 봉사 도우미들은 격려 문구를 들고 있기도 했다. 포기는 배추 셀 때나 하는 말.


 신매대교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곧 20킬로미터였다. 새벽 4시에 밥을 먹어 허기가 졌던 나는 초코파이 한 개를 남김없이 다 먹었다. 건너편에서 오는 로운리맨님과 해후했다. 무어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강한 응원의 기운이 느껴졌다. 오버페이스하지 말라는 뜻으로 손바닥을 아래쪽으로 해서 몇 차례 들었다 내렸다. 반환한 후 돌아나오면서 보니 몇 백 미터 뒤에 바깥술님이 있었다. 바깥술님은 세 개의 손가락을 보이며 로운리맨님과 3백 미터쯤 떨어져 있으니 따라붙어서 함께 달리라고 하였다.


  하프를 1시간 44분 09초에 통과했다. 지난 해보다 6분이 빨랐다. 하프를 지나고 난 후 흐렸던 날씨가 맑아졌다. 이제까지와는 또다른 하프를 달리게 생겼다. 초반에는 흐리고 서늘했지만 이럴 줄 알았다. 춘천마라톤에서는 자주 이랬다.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하는 부담이었다. 어느덧 로운리맨님과는 100미터 이내의 거리까지 좁혀졌다. 단숨에 속도를 올려 따라붙어도 되겠지만 발바닥 통증 때문에 주의했다. 지금은 마비된 상태이지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곧 춘천댐 오르막 구간도 나올텐데...... 25킬로미터 지점. 주최측에서 제공한 파워업 스포츠젤을 먹었다. 의계님, 수원샛별마라톤클럽의 명홍진 회장과 인사를 나누었다. 눈에 띄게 오르막이 느껴지면서 속도를 현저하게 떨어뜨렸다. 바로 앞에 있던 로운리맨님과 인사를 나누지도 못하고 점점 멀어졌다. 3시간 29분대 페이스로 가던 사람이 3시간 39분대로 페이스를 떨어뜨리니 수많은 주자들이 나를 제치고 나갔다. 100명이 넘고 200명이 넘어갈 때는 살짝 동요가 되기도 했지만 춘천댐 오르느라 애를 먹지 말아야 후반 레이스를 잘 이끌 수 있다는 생각에 참고 또 참았다. 나를 제친 사람 중에는 바깥술님도 있었다. 일부러 늦추었어요. 그런데 너무 늦춘 것같아요. 329로 가다가 359가 된 것같아요. 춘천댐 오르기 전까지는 조심해야 해요. 로운리맨님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바깥술님도 주자들 틈바구니로 사라졌다. 29킬로미터 춘천댐. 우로 봐를 했다. 좀처럼 돌아보지 않는 내가 춘천마라톤 춘천댐에서는 꼭 이런 행동을 한다. 이 순간을 위하여 30킬로미터 가까이 달려왔다고 할 수도 있었다. 수많은 주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오고 있었다. 이제는 잃어버린 속도를 벌충해야 했다. 춘천댐 위에서 바깥술님을 제쳤다. 바깥술님은 바로 따라 붙었다. 당초 계획대로 후반에 스퍼트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듯. 맞은편에서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이 바람을 뚫고 스퍼트해야 하는가? 맞바람은 그 때뿐이었다. 맞바람이 계속 있었어도 바람부니 시원하구나 하는 식으로 대응하려고 했다.


 30킬로미터를 2시간 28분 34초에 통과했다. 4년 전 춘천마라톤 최고 기록을 세울 때 2시간 33분 35초로 통과한 것보다 5분이 빨랐다. 춘천댐 오르는 구간에서 너무 속도를 늦추어 2시간 30분을 넘어갈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30킬로미터 이후 35킬로미터까지 바깥술님과 대화하면서 달렸다. 춘마에서 30킬로미터 이후 대화하면서 달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32킬로미터를 지날 때까지 5분 페이스로 보조를 맞추었다. 반가운 소식인데요. 방금 1킬로미터를 4분 55초에 달렸어요. 5분 페이스로 가면 서브 330에 1분이 남는데 그 1분은 마지막 195미터 달리는 데 쓰면 되겠어요. 32킬로미터를 달렸을 때 계산해 보니 3시간 29분대에 들어가려면 남은 거리를 51분 10초 정도에 달리면 되었다. 이제 속도를 내셔야 하잖아요. 그렇게 물으니 바깥술님은 쥐가 날 것같아 어렵겠다고 했다. 직선 대로 코스가 열리면서 속도를 올리는 주자가 더러 보였다. 저렇게 치고 나가야 하는데. 건달님도 밟아봐요. 안 돼요. 35킬로미터 지점까지는 참아야 해요. 지금은 25분 페이스이지만 35에서 40까지는 22분대로 뛸 거예요. 아니예요. 농담이예요. 농담. 잠도 별로 못 잤고 발바닥도 아픈데 어떻게 그렇게 뛰겠어요?

 

 그런데 35킬로미터 지점.... 튀어 나갔다. 눈에 띄게 빠른 속도였다. 수면 부족이고, 발바닥 통증이고, 햇볕이고, 초반보다 오른 기온이고..... 모두 잊어버렸다. 춘천댐에서 나를 추월해 갔던 달림이들 수백 명을 제쳐나갔다. 4분 45초, 4분 40초, 4분 30초.... 구간 기록이 점점 빨라졌다. 아득히 멀리 있었던 로운리맨님과 매우 가까워졌다. 옆에 나란히 설 수만 있다면 몇 분간 이야기라도 하며 동반주를 하고 싶었지만 그게 되지 않았다. 속도를 줄일 수가 없었다. 로운리맨님 앞으로 나가면서 로운리맨님을 부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려 파이팅을 외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39킬로미터 소양2교를 건너며 제발 40킬로미터 지점이 빨리 나와주길 바랬다. 몇 년 동안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소양강 처녀상을 유심히 보며 속도를 올렸다. 35-40킬로미터. 이 5킬로미터 구간 기록은 내 생애 풀코스 중 가장 빨랐다. 22분 53초. 치고 나가면 누군가 따라오며 재추월을 시도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 마침내 40킬로미터. 마지막 순간을 위하여 생수를 챙겨 마셨다. 3시간 29분이 무난해졌다. 갑자기 승부욕이 사그러들었다. 조금 늦추었다. 숨을 돌렸다. 춘천역이 보이는데.... 40킬로미터 이후가 지난 해만큼 빠른 것은 아니었지만 올해 풀코스 최고 기록을 세울 때의 동아마라톤보다는 현저하게 빨랐다. 바리케이드 밖에서 지인을 기다리며 생면부지의 마스터즈를 응원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다 왔습니다. 힘내세요. 멋지십니다. 아치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아치를 치웠나? 그럴 일은 없다. 내가 아직 덜 달렸을 것이다. 올해도 골인 지점이 가까워지면 골인 아치가 뒤로 달아나가는 것같은 착각을 피할 수 없었다. 마지막 대시. 주변의 달림이들을 뒤로 보내면서 치고 들어갔다. 동영상에서 내 모습은 어떻게 찍힐까 하는 상상을 했고, 지난 해와 달리 올해는 카메라맨들의 사진기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골인했다.

 

3시간 26분 11초.

 

  완주메달과 간식 봉투를 받아 공지천 인조잔디구장으로 들어선 뒤 스트레칭을 했다가 고개를 드는데 바깥술님이 보였다. 바로 들어오셨네요. 덕분에 3시간 26분대에 들어왔어요. 쥐 때문에 속도를 올리지 못한다고 하셨잖아요. 계속 따라왔어요. 로운리맨님 제칠 때에도 바로 뒤에 있었어요. 따라가고 있다고 말하려다가 말을 못했지요. (나중에 확인해 보니 내가 22분 53초로 35-40킬로미터 구간을 달릴 때 바깥술님은 23분 07초에 주파했으니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았다.) 40킬로미터까지는 정말 따라잡을 수 있을 것같았는데 40킬로미터 넘어서면서 포기해 버렸어요. 그래도 덕분에 춘마에서 처음으로 3시간 26분대로 들어왔어요. 바깥술님은 고맙다며 두 번이나 악수를 청했다. 로운리맨님은 어디 있을까요? 금방 들어올텐데. 3시간 29분대 맞추는 것같은데. 잠시 후 로운리맨님이 들어왔다. 기록은요? 3시간 29분 턱걸이요. 와! 세 사람이 부둥켜 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세 사람이 모두 3시간 20분대에 들어오다니...... 지난 동아마라톤 이후 다시......

 

  춘천마라톤 최고 기록이 3시간 20분대가 될 수 있다니.....  지방 원정 첫 3시간 20분대였다. 지난 추석 때 세운 10월 최고 기록을 다시 깨뜨리기까지 했다. 만약 발바닥 통증도 없고, 잠도 잘 잤다면 김삼행님의 예상대로 3시간 22분대에 들어갔을까? 아닐 것이다. 초반에 잘 나간다고 오버페이스하여 오히려 늦어졌을 것이다. 초반의 자제만이 후반의 질주를 보장하니까.

 

 엘리트 부문 1위했던 케냐 선수도 춘마 처음으로 2시간 7분 벽을 깨뜨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년엔 춘천마라톤이 금메달 등급을 받으려나?


 처음에 가족들은 내 춘천마라톤 최고 기록이 3시간 25분 01초였던 것으로 착각하여 3시간 26분 11초이면 선방했다고 했다. 네 살 더 늙었는데도 1분 10초 정도밖에 늦어지지 않았다면 더 잘 달린 것이라고 격려했다. 아닌데요. 8분 50초를 단축한 것인데요. 다들 조용해졌다.

 

 춘천역까지 걸어가는데 너무 멀었다. 발바닥이 매우 아팠다. 맹순여사님 기다리는 특전사님과 사진을 찍을 기회도 있었는데 특전사님은 6년만에 싱글 기록을 세웠다고 했다. 12일 연속 풀코스 완주할 때, 3시간 20분대 완주를 몇 번 할 때 예상했었다.

 

 춘천역에서 상봉행 전철을 타기 직전에는 E그룹 3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를 했다는 헬스지노님을 만났다. 막걸리통을 들고 있는데 술 냄새가 진하게 났다. 너무 힘들어서 3시간 44분으로 골인했다고 했다. 콜라 500밀리와 김밥을 먹으면서 이동했다. 마라톤 완주기를 일부 기록하면서 졸기도 했다. 바로 일주일 뒤 있을 또 하나의 메이저 대회 중앙서울마라톤에서 어떻게 달려야 하나? 일주일 동안 회복과 에너지 보충, 발바닥 부상 회복까지.... 할 일이 많다.



춘천마라톤에서 3시간 20분대에 들어가면 날아갈 것같을 것이라고 했는데......

믿을 수 없다.



이번에도 후반에 맹렬하게 달렸다. 초중반과 비교가 되지 않는 페이스로 풀코스에서 5킬로미터 구간 기록을 22분대까지 당긴 것은 처음이었다.


5시 30분 춘천행 첫차 맨 끝 칸.....

올해는 미리 표를 확보하지 못해서 전철을 이용해야 했다.

그 바람에 더 일찍 일어나야 했다.


귀마개를 썼다. (허수아비님의 선물)


집결지..... 출발 2시간 전이라 아직 한산하다.


완주 후 옷을 갈아입은 뒤 인조잔디 위에 앉아 아에드를 마시며 쉬었다.

내년 2월 센슈 국제마라톤에 가고 싶기는 하지만 힘들 것이다.



물품보관소 전경


골인 지점 풍경.



춘천역으로 천천히 걸어가는데 마스터즈의 행렬이 끝이 없었다.

강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춘천역사로 올라오면서.....



GS25 편의점에서 구입한 김밥과 콜라로 점심을 대신했다.



배번이 1260이라 26분대로 달린 것은 아니겠지?



춘천마라톤 다음날 신문


칸다, 대회 신기록을 세웠다는 기사가 떴다.

춘마에서 2시간 6분 초반을 기록하다니......











 


지난 1년간 전마협 대회 2회 이상 참가한 사람에게 지급한 양말.

나는 참가 횟수가 매우 많다고 했다.





※ 법규님은 3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 3시간 16분 50초에 골인했다고 했다. 얼마나 기량이 일취월장했는지 춘천마라톤의 생소한 코스도 전혀 어려움이 없었나 보다. 1년 전 최고 기록이 3시간 44분 11초였던 사람이, 지난 해 내 춘천마라톤 기록을 보고 자기에게는 꿈의 기록이라고 말했던 사람이, 30분 가까이 기록을 당기다니 그 기록 추이가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