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생활이다

눈내린 날에도 달리다: 설상주(2017/01/20)

HoonzK 2017. 1. 21. 01:39

설상주했다.

우중주(雨中走)가 술이 아니듯이 설상주(雪上走)도 술이 아니다.

눈 위를 달렸다.

 

간만에 눈이 제법 내려 쌓였다.

운동하는 날이니 눈이 내려도 피해 갈 수 없었다.

일부러 쌓인 눈을 밟고 달리기로 마음먹었다.

한신대학원에서 4.19 국립민주묘지를 거쳐 덕성여대까지 나아간 뒤 우이천 산책로를 따라 쭉 내려갔다.

모처럼 북서울꿈의숲에 들른 후 오패산을 빗겨서 미아역쪽으로 빠져나온 다음 집으로 돌아왔다.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담벼락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2.5킬로미터 남짓 달려 우이동 솔밭에 왔다. 자생 소나무 1천 그루를 볼 수 있는 곳.

 

새벽에 내린 눈은 나뭇가지에 오래 붙어 있는 성질이 아니어서 풍광은 다소 아쉽다.

눈을 무거운 듯 이고 있는 그림을 원했는데......

 

우이동 솔밭근린공원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았다. 775미터.....

 

소나무 천지다.

 

 

눈 속에 파묻힌 소나무

 

산책로가 여러 군데가 있지만 최대한 바깥쪽으로 돈다.

이쪽 산책로는 이용하지 않았다.

 

 솔밭 맞은 편에 덕성여자대학교가 있다.

 

덕성여자대학교 정문 바로 앞에서 우이천이 시작된다. 사진에서 왼쪽은 도봉구, 오른쪽은 강북구.

 

 

진입로는 제설작업이 되어 있다.

 

우이천 산책로에서 설상주(雪上走)를 시작한다. 도봉구쪽 산책로를 선택했다.

 

왼편 화장실에 들르기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찍고.....

 

건너편에 강북중학교가 보인다. 오래 전에는 쌍문중학교였는데......

 

 

둘리 벽화가 시작되는 지점까지 왔으니 6킬로미터 가까이 달렸다.

 

오리도 있고.....

 

오리뿐만 아니라 원앙을 볼 수 있다.

 

잠시 뒤로 돌아 북한산쪽을 보고 난 뒤 강북구쪽으로 건너간다.

 

1인용 제설차가 다 있었네. 강북구쪽 라인은 열심히 눈을 치우고 있다.

이러면 설상주가 되질 않는데......

 

참 편리한 제설차네.....

 

눈내리지 않았을 때와 똑같은 달리기라면 바라는 바가 아니다.

 

 

1인용 제설차 몇 대가 부지런히 왔다갔다 하며 산책로의 눈을 치우고 있다.

지난 해에는 거대한 제설차를 투입하는 바람에 바닥 포장까지 망가져 봄에 새로 포장을 하는 일까지 있었는데......

 

강북구쪽을 달리다 보니 재미가 없어 도봉구쪽으로 다시 건너왔다.

 

눈썰매 타는 어린이...... 할아버지가 끌어주고 있다.

 

지나가면서 '와! 재미있겠다'라는 말을 해 주었다.

아이: 아저씨가 뭐래?

할아버지: 재미있겠대.

 

아세탈님이 선물한 protein recovery: high 5 분말에 우유을 탄 패트병. 달콤한 게 참 좋다.

 

 

눈이 얼마나 쌓였나 가늠해 보려고 병을 꽂아 보았다.

 

눈 위를 달리다 보니 신발이 눈 투성이가 되네. 이따금 다져진 눈을 밟기도 하지만 대부분 눈을 헤치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도봉구쪽에는 제설차가 없었는데 강북구쪽보다 햇볕이 잘 들어 이렇게 녹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제설 작업을 하지 않는가 보다.

이런 생각이......

 

질퍽질퍽하니 아예 눈이 쌓인 쪽을 달리게 된다.

 

젖은 구간은 금방 끝난다.

 

조금 더 나아가니 눈이 쌓여 있는 구간이 계속 이어졌다. 설상주 지속.....

 

두루미들인가?

 

흰 눈과 조화되어 보기 좋았다.

 

다들 모여 있네.

 

 

여기서 선택을 했다.

우이천 위의 제방에서 설상주를 할 것인가?

월계2교를 건너면서 횡단보도에 파란 불이 들어오면 건너가고 빨간 불이면 우이천을 따라 달리기로 했는데 파란불이 들어와 북서울꿈의숲 방향으로 달렸다.

 

 

북서울꿈의숲으로 왔다.

 

산책로에는 눈이 별로 없다.

 

산책로를 벗어나면 눈이 쌓여 있다.

 

설원이 펼쳐져 있다. 영화 <러브레터>의 여주인공처럼 'おげんきですか?'라고 외쳐야 할까?

 

흰 눈 위로 어지럽게 나 있는 발자국......

 

 

내 발은 잘 견디어 내고 있다.

 

눈썰매타느라 즐겁네...... 동선을 알 수 있는 자국이 보인다.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장소.

오르막 훈련이다.

 

 

 

역광으로 찍은 전망대

 

 

거울에 비친 모습을 한번 더 담고.....

 

눈길 오르막을 달린다. 미끄러우니 쉽지 않다. 발도 많이 빠지고.

 

전망대 돌아보고......

 

이것도 전망대다.

 

 

내가 사는 동네가 보이는 전망대.

 

북한산과 북한산 아래 강북구가 내려다 보인다.

 

맑았으면 멋진 조망을 볼 수 있었을텐데.....

 

 

메고 달리던 배낭을 풀어 놓고......

 

아식스 상표가 눈에 새겨졌네.

 

이 전망대에 오면 꼭 해야 하는 통과의례가 있다. 팔굽혀펴기.

발로 눈을 밀어내고 팔굽혀펴기를 했다.

 

산길을 달리다.

 

오동교를 건너며 발 아래 오현로를 가로지르고.

 

이 길로 내려가면 강북문화정보도서관에 갈 수 있다. 이미 7권을 대출했기 때문에 더 빌릴 수 없으니 이번엔 그냥 통과한다.

 

이 길을 따라 내려왔다. 뒤로 돌아 한 장 촬영했다.

 

주택가이지만 눈밭은 계속 되고.

 

데크를 따라 올라가야 오패산에 이르게 된다.

 

오패산에서 빠져나와 잠시 주택가를 지난다.

 

다시 데크를 따라 달려서 미아역 방향으로 나아간다. 제설작업이 잘 되어 있어 더 이상 설상주가 아니다.

 

미아문화정보도서관에 도착했다. 미아동주민센터 5층에 있다.

 

북한산이 보인다.

 

이 자동문이 열리지 않아 들어갈 수가 없었다. 결국 4층으로 내려가 안쪽 계단을 이용했다.

 

신일중고등학교 운동장이 보인다. 학생들이 신나게 놀고 있다.

 

 

미아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하시는 분을 만나 불고기 버거세트를 먹으려는데 그 분은 전화 연락을 받고 급히 가셨다.

결국 혼버거했다.

이것을 몇 분만에 다 먹어치우고 집까지 달려왔다.

먹고도 편하게 2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었다. 별로 배가 차지 않았나 보다.

 

 

※ 1월 22일 일요일 새벽에도 눈이 내린다고 하는데 상관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하프 마라톤을 달려야 겠다.

뚝섬유원지역에서 구리까지 갔다 오는 코스로. 진정한 설상주(雪上走)가 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