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8일 여수마라톤 대회가 현장 접수가 된다고 했다.
지난 해 11월 6일 중앙서울마라톤대회부터 지난 주까지 9주 연속 매주 일요일이면 마라톤 대회에 참석했기에 이번 주 빠지는 것이 엄청나게 큰 일탈 행위처럼 느껴졌다.
이번 주 정말 대회를 거를 것인가?
서울에서 여수 대회장을 오가는 셔틀버스도 만석이 아니었다.
여수의 풍광을 감상하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까 했다.
풀코스는 하프를 두 번 왕복하는 것이니 하프만 달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먼 데까지 가서 하프만 달리는 것도 좀 그랬다.
여수에 가시는 로운리맨님은 내가 오기를 바랬지만..... 결국....
대회 당일 새벽 1시에 식사를 했다. 바로 잘 수 없으니 새벽 3시까지 책을 읽었다.
그때라도 택시 잡아타고 잠실종합운동장 앞으로 가서 셔틀버스에 올라탔으면 어땠을까?
몸을 그렇게 망쳐 놓고 지방까지 가서 달린다고?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푹 자면 되겠지?
하지만 하프를 위해..... 그냥 누워 버렸다.
올해는 여수마라톤과 나는 인연이 없는 거야.
지난 해에는 미리 신청해 놓고 가지 못했는데 올해도 역시.....
내년 달리게 되면 여수마라톤은 2012, 2015, 2018.... 3년 터울로 참가하는 대회가 될 수도 있겠다.
헬스지노님과 함께 찍은 사진을 로운리맨님으로부터 카톡으로 받아본 뒤 '동반주로 SUB 325 하세요'라는 응원만 보내었다.
그리고 1시간 쯤 더 잤다.
더 이상 늦출 수 없었다.
수유문화정보도서관에 들러 책 다섯 권을 반납한 다음 여의도로 갔다.
나는 내 개인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다. 나 스스로 하프 대회를 만들어 출전하기로 한다.
전철을 타고 가 여의나루역에서 내렸다. 이미 12시 반이 넘었다. 로운리맨님이 여수마라톤 골인 지점을 향하여 한창 질주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음료수와 보조 배터리, 카드 등을 넣어야 하니 이 배낭을 매고 달리기로 한다. 스마트폰은 손에 들고 달리면서 사진을 찍을 것이다.
이 가운데 왼쪽 음료수만 배낭 주머니에 꽂고 달린다. 자가 급수는 필수다.
2004년 여름 혼자 하프 거리를 달리면서 물 한 방울 준비하지 않았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갈아 입을 옷이나 책, 노트 등은 여의나루역 물품보관함을 이용한다.
2시간에 1천원이고, 그 다음부터는 매 시간마다 200원씩 올라간다.
3시간 이내로 돌아온다면 1200원만 내면 된다.
여의도 이벤트광장이다. 요즘 대회는 바라보는 쪽에서 왼쪽으로 달린다. 하지만 오늘 나는 옛추억을 되살려 오른쪽으로 달리기로 한다.
생애 첫 10킬로미터와 하프를 모두 그 방향으로 달려갔다 왔으니.....
화장실에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찍는다. 좌우가 바뀌어 있다.
63빌딩을 바라보며 한강대교, 동작대교, 반포대교, 동호대교 방향으로 출발한다.
요즘 대회가 열리는 방향과는 정반대이다.
63빌딩..... 한동안은 마라톤 대회가 이쪽 아래 수변광장이었다.
63빌딩 계단 오르기 대회에 나갔던 게 기억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막이었던 이색적인 대회였다.
60층까지 오른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허무한 대회.
달리는 동안 벽에 붙어 있던 사진이 몇 층에 있었을까요 하는 퀴즈까지 내는 대회.
여의도 이벤트광장에서 1킬로미터를 달려 왔다.
달리다가 멈추어 사진찍고 하다 보니 달리기 리듬이 자꾸 끊어진다.
한강대교. 2킬로미터 남짓 달리다 보면 만나는......
5킬로미터 지점. 동작대교가 보인다. 10킬로미터 대회에 참가하면 동작대교까지 갔다 오곤 했는데 5킬로미터 지점이 생각보다 빨리 나오네.
그 때 거리 산정이 잘못되었을까? 그 때는 양철판에 거리를 새겨 기둥을 박아 놓았었는데......
파란색이 특징인 동작대교. 여기까지는 달리는 것같지도 않게 편안하게 왔다.
달리는 동안 몇 차례 멈추었어도 땀은 많이 나고 있었다.
반포천교를 건너면서 아세탈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고.....
동작대교 아래를 지나기 직전...... 저 멀리 남산타워가 보이고......
10킬로미터를 달려왔다. 주황색 철제 구조물이 특징인 동호대교가 보인다. 동호대교쪽에서 반환할 것이다.
문제는 여의도 이벤트광장이 0킬로미터였을까 하는 것이었다.
동호대교를 지난다.
잠시 뒤를 돌아다 보고..... 흙길을 뛰어 왔다는 사실..... 일부러 포장 도로를 피했다. 자전거에 치이기는 싫으니까.
동호대교 맞지? 내가 초창기 하프 대회에 참가했을 때에는 반환점이 늘 동호대교쪽이었기 때문에 생생하게 기억난다.
반환하기 전 오르막이었기 때문에 더 기억이 잘 난다.
여기에서 50미터만 더 갔다가 반환하면 하프를 달리는 게 맞는데 미심쩍은 기분이 든다.
내가 출발했던 여의도이벤트광장에 0킬로미터 표지판이 있었던가?
결국 성수대교가 보이는 지점까지 나아간다. 21.0975킬로미터가 22킬로미터가 된다고 해서 문제될 것 있는가?
어차피 나는 훈련 나온 것이고 기록증이 나오는 하프 달리기도 아닌데.....
이제 동호대교쪽으로 돌아가야 해.
11킬로미터 지점 표지판까지 나아가는 것은 잊지 않고.....
성수대교 바라보며 아세탈 에너지 드링크 마셔서 힘을 내고.....
성수대교, 정말 튼튼해 보이는 다리이다. 1994년 다리 붕괴 이후 정말 단단하게 잘 지었다.
끊어진 채로 내버려 두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도 있다. 반성하는 의미에서.....
구름이 계속 끼어 있다. 밤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도 있으니.....
동호대교는 물에 비치고..... 달리는 게 그리 편하지는 않다. 젤카야노22에 츄리닝 바지, 바람막이, 배낭, 스마트폰까지 빠른 달리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적지 않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쪽은 달리기 코스였다. 이제는 차도가 되어 버렸다.
차도가 되어 버린 주로 때문에 반포대교 아래의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려야 한다.
아! 그래서 이쪽 방향으로는 대회를 개최하지 않는구나.
반포대교 아래.
갈대밭 사이를 달려 동작대교 방향으로 나아간다. 16킬로미터를 달린 것이다.
혼자서 달리는 하프는 결코 쉽지 않다. 슬슬 지겨워진다.
대회에 출전했다면 이 정도에서 속된 말로 '밟는다'고 하여 스피드를 올리면 되는데.... 갑자기 오늘은 그럴 필요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동작대교다. 이제 5킬로미터 남았네. 스피드를 올려보아야 해.
동작대교 아래 화장실. 요즘 화장실은 바닥에서 조금 이격되어 지어지다 보니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귀찮아서 그냥 진행한다.
화장실터이다. 2012년 여름 하프를 달리다가 5분이나 들어가 앉아 있었던 화장실이었는데 사라졌네.
반포구조대가 위치한 곳이라 헬기장도 있다.
저 멀리 63빌딩이 빨리 오라고 한다.
건너편에 남산도 보이고 강에는 보트도 있고.....
질주 구간이다. 비가 와도 상관없는 고가 아래 구간. 자전거가 다니지 않는 코스이니 질주하기에 딱 좋다.
스피드를 올리기 전에 사진을 찍었다.
너무 빨리 달리다 보니 신발끈이 풀렸다.
신발끈을 다시 묶고 출발하면서 스마트톤을 보니 로운리맨님으로부터 카톡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3시간 53분으로 같이 들어왔습니다. 비는 안 왔구요. ('오늘 헬스지노님과 동반주로 서브 325하세요. 비가 내리지 않나 모르겠네요'라는 내 문자에 대한 답장.)
'3시간 23분이 아니고요?' (문자 받은 지 24분이 지나서야 답장)
'목욕탕 갔다 왔습니다. 제가 퍼졌습니다.'(이 문자는 내가 운동을 마친 후 받음)
한강철교를 지나는 전철, 그 뒤로 63빌딩.....
골인 직전 자전거 부대 가운데 한 사람이 파이팅을 외쳐 주어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바람이 달리는 방향으로 불어오니 도착하기 직전 담배 연기를 실컷 마셨다.
여의도 이벤트광장이 0킬로미터 지점이 맞았다.
결국 오늘은 22킬로미터를 달린 셈이다.
아세탈 에너지 드링크는 반 정도 남았네.....
츄리닝 바지에 소금기가 배여 있다. 겨울치고는 기온이 높다 보니 땀을 꽤 흘린 것이다.
운동을 마치고 여의나루역으로 가는데 어르신 한 분이 내 것보다 5배 쯤 무거워 보이는 배낭을 매고 달리고 계셨다.
갈아입을 옷까지 배낭에 넣고 달리는 듯.
머리에 모자도 쓰지 않고.....
파이팅을 외쳤다.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가시다 오른팔을 들어 답해주셨다.
그러고 보면 오늘 주로에서 만난 달림이들이 최소 열 명은 되었다. 혹시 아는 사람인가 하면서 그냥 지나갔지만.....
1200원을 캐시비카드로 결제하고 물품을 찾는다.
여의나루역 부근 CU에서 백종원 도시락을 찾으니 다 팔리고 없었다.
근처 엄니식당에 가서 부추비빔밥과 우렁된장을 먹으려고 했는데 문을 닫았다.
결국 전철을 타고 이동했다.
충무로역에서 가까운 GS25 편의점에 들렀다.
새로 나온 도시락 순살 닭볶음탕을 먹었다. 칠성사이다를 덤으로 준다. 3800원.
먹을만하다.
혼자서 22킬로미터를 달린다는 일은 쉽지 않네.
일단 너무 심심하다.
자가 급수를 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이번 주에는 밤늦게 어지간히 먹어대었다.
라면을 끓여 먹은 것도 여러 차례.
그동안 빠졌던 살이 도로 붙고 있으니 반성해야 한다.
턱선과 옆구리살을 보면 안다.
오늘 달리기는 반성의 서막이다.
내일도 달릴 것이다. 다른 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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