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금요일 새벽.
화순을 떠나기 몇 시간 전 운동을 해야 했다. 이틀 뒤의 풀코스를 준비해야 하니까.
자정이 넘어 잠든 후 새벽에 눈을 뜨긴 했지만 정말 좀더 자고 싶었다. 객지 생활로 피로가 누적되어 쉬는 게 낫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좀 늦추어 서울에 도착한 후 저녁에 운동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몸을 일으켰다.
이 순간을 놓치면 오늘 운동은 결국 못하고 말 거야.
얼굴이 퉁퉁 부었네. 옆구리살도 츄리닝 바지 위로 삐져 나오고.....
(운동하기 싫을 때마다 거울 보고 호통치는 습관을 되살려서..... 야, 이 돼지**야. 정신 차려라!)
새벽 6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으니 화순이 아무리 남쪽 지방이라고 해도 피해갈 수 없었다.
숙소 주변을 달렸다. 도무지 달릴만한 조깅로 같은 것은 찾을 수가 없었다. 야트막한 야산 러닝 코스가 있다고 하지만 그건 낮에나 가능할 일이었다.
스트레칭을 하고 무작정 가보지 않은 길로 달렸다. 이 지역 자체가 야산에 숙박업소를 만들고 길도 만든 것이라 내내 오르막이었다. 가로등이 없는 암흑 천지였다. 음력 16일이라 보름달이 떠 있긴 했다. 그 달빛을 받아 달리기는 힘들고 저 멀리 무인텔의 불빛을 이정표로 삼아 달렸다.
건너편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깜짝 놀라기도 했는데 아마 그 사람도 놀란 것같았다.
이 새벽에 산책이라도 하시는지.....
오르막을 달리는데도 오금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행이네. 한숨 덜었다.
산길이 시작되는 곳까지 11분 쯤 달렸다.
반환. 내려왔다. 달리기가 좀 편해졌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 묶여 있겠지. 급히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서 비추어 보는데 이런 큰 개 한 마리가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묶여 있지 않은 개. 나를 물어뜯을 것처럼. 가! 가라고! 빠르게 달려서 개의 영역에서 벗어나니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쭈욱 내려가서 817번 지방도로를 만났다. 좌회전. 화순읍 방향으로 달렸다.
차를 마주보면서 달리는데 갓길이 없었다. 검정색 츄리닝을 입고 있으니 내 안전을 도모할 길이 없었다.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서 나의 소재를 운전자에게 끊임없이 알렸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는 자주 나타나지만 내 뒤쪽에서는 차가 거의 오지 않았다.
아예 차도를 건너가 달렸다. 바로 뒤에서 차가 나타난다면 달리기를 멈추고 길도 아닌 수풀로 몸을 던져 넣으리라 마음먹고.
지방도로 쪽에는 식당과 모텔이 이어지고 거기마다 개를 몇 마리씩 키우고 있었다.
차가 지나갈 때는 조용하던 개들이 내 발걸음 소리를 듣고 사정없이 짖어대었다. 한 마리가 짖으면 또 다른 개가 따라 짖으니 꼭두새벽에 동네 주민들을 모두 깨우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마스크 대용으로 두른 버프는 내 입김으로 얼어 붙으면서 딱딱한 판자처럼 변했다.
꽤나 추운 날씨였다.
1시간 동안 달렸다.
꽁꽁 얼어붙은 공기 속을 빠져 달렸지만 땀은 났다.
여명이 밝아오면서 서리가 내린 수풀이 눈에 들어왔다.
도곡온천 건너편의 도곡천 둑방을 따라 달리다 돌아왔다.
100% 충전시켜 가지고 나갔던 스마트폰은 1%까지 떨어져 날이 밝았을 때는 오히려 사진을 별로 찍지 못했다. 허긴, 달리는 내내 플래시까지 가동했으니.
스마트폰이 꽁꽁 얼어붙어 카메라가 작동되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다.
서리가 내린 잡초 사진이 괜찮게 찍혔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남아 있지 않았다.
숙소 주차장에서 나이 만큼 팔굽혀펴기를 하였다.
실내로 들어오면서 내 모습을 거울로 보니 검은 비니가 허옇게 변해 있었다. 김도 모락모락 나고.....
추웠지만 우려했던 오금 통증은 없었다. 땀은 잘 뺐다. 붓기도 빠진 느낌이고.
이틀 후에 있을 풀코스 준비를 마쳤다.
대회 당일 영하 10도까지 떨어진다고 하는데 츄리닝 바지를 입고 달릴 수밖에 없겠다.
운동하러 나가기 전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찍고......
안티푸라민 S로션으로 오금쪽을 마사지해 주고......
6층 복도를 빠져나가......
사자상의 왼쪽 발등에 다리를 올려 놓고 스트레칭을 하였다.
무인텔이 있는 지역.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건물은 계속지어지고 있다.
보름달이 넘어가기 직전이다.
무인텔의 다양한 방 소개.
중봉산 위의 달. 그 앞으로 숙소가 환하다.
광주, 화순 이정표.
이 곳 버스정류장까지 달려간 뒤 돌아간다.
도곡천
전날 저녁 식사를 한 곳
24시간 편의점. 저 멀리 맞은편에 내가 묵었던 곳.
새벽부터 야구 꿈나무들이 나와 운동하고 있네.
아침 식사 한 컷.
※여기서 밝힙니다. 참가 신청하고 결제까지 마친 마라톤 대회. (모두 풀코스)
2017/02/12 제14회 동계풀코스 마라톤대회 (지난 해 부상중에도 SUB-4 했는데 올해는 좀 편하게)
2017/02/19 2017 챌린지레이스 (기념품만 받고 출전하지 않을 수도)
2017/03/01 2017 머니투데이방송 3.1절 마라톤대회 (지난 해 31킬로미터만 달린 것을 만회해야)
2017/03/19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8회 동아마라톤 (3시간 44분 기록을 꼭 깨뜨리길)
4월까지는 3시간 30분대로 달렸으면 좋겠고, 5월은 3시간 40분대, 6월부터 9월까지는 3시간 50분대, 10월부터는 다시 3시간 30분대로 달릴 수 있기를.....
'달리기는 생활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요마라톤, 단독으로 하프 조금 더(2017/01/22) (0) | 2017.01.23 |
---|---|
눈내린 날에도 달리다: 설상주(2017/01/20) (0) | 2017.01.21 |
화순 공설운동장 트랙훈련(2017/01/11) (0) | 2017.01.12 |
한강시민공원 하프 조금 더(2017/01/08) (0) | 2017.01.08 |
알라딘 중고서점 찾아 달리기(2017/01/04) (0) | 2017.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