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순간

양평에서 죽기전에님을 만나다(2016/12/07)

HoonzK 2016. 12. 8. 20:47

올해 3월부터 매월 한번씩 뵈었는데 지난 달에는 빠졌다.

지난 주 갈 준비를 했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하셔서 12월에 날씨가 풀리는 날 뵙기로 했었다.

 

2016. 11. 30

-오늘 날씨는 영하가 아니네요. 방문해도 되겠지요?

-오늘 장날이 되었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 어떠신지요? 괜찮으시다면 오전이든 점심 때든 오후든 상관없이 가능합니다. 하다보니 금요일까지 시간이 빡빡하게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네요. 주말은 늘 안되는 게 제 일정이라... 이번 주 토요일은 풀코스 뛰고 바로 지방 1박 2일 일정이 있어서요. 다음에 뵙도록 하지요.

-에구~ 그럼 춥든 안 춥든 월, 화 중에 무조건 뵙는 건 어떠신지요?

-요즘 뵙던 요일이 화요일이었으니 화요일 생각하면서 상황을 보도록 하지요. 오케이

-그럼 화요일 비어 놓겠습니다. 날씨랑 관계없이 방법은 다 있으니까요^^

 

2016. 12. 5(월)

-내일 뵈면 될까요?

-낼 겁나게 춥다 합니다. 낼 오셔두 되구여.. 수요일 오셔두 됩니다. 다 좋습니다.

-네. 날씨 보고 결정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아무래도 수요일이 나아 보이네요.

-그렇지요? 수요일이 좋을 듯합니다. 날도 푹 할 것같구여..

-그럼 수요일로 확정합니다.

-네..그리 알고 있겠습니다.^^

 

 

 

원래 12월부터 2월까지는 동계 기간으로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기가 어려우니 만나지 않는 기간이다.

 

12월 6일은 추웠지만 다음날은 날씨가 풀렸다. 오후 3시 경 뵈었다.

혹시나 해서 운동할 준비를 해 갔는데 바로 운동을 하자고 하셨다. 전날 했고, 다음날 할 예정이니 수요일은 쉬려고 했는데.

간단하게 30분에서 40분만 뛰자고 하시니 뛰기로 하였다.

죽기전에님 댁 마당에 들어서니 두 달밖에 안된 강아지가 있었다. 사람을 잘 따랐다. 도망 다니기 바빴던 고양이와는 너무 달랐다. 나를 언제 봤다고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존재처럼 따랐다. 내 젤 카야노 22 신발이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건드렸다. 앞발을 들어 JAKO 츄리닝 바지를 툭 치고 빠지기도 거듭하였다.

요즘도 개를 좋아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만은 만지는 것보다 그냥 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스타일로 바뀌어서 너무 가까이 오는 건 싫었다.

이 개 '하트'는 운동하러 나갈 때 자꾸 따라와서 들여 보낸다고 애먹기도 했다. 불과 몇 일 전만 해도 집밖으로는 고개도 내밀지 않았다고 했다.

동네를 몇 바퀴 달리다 무덤이 있는 산길을 따라 달렸다. 낙엽이 깔려 길을 덮여 버려서 속도를 내기 조금 힘들었다. 야산을 빗겨서 주택가로 나오자 온동네 개들이 다 짖어대었다. 민폐를 끼쳤다. 이 개가 짖으면 저 개가 따라 짖고, 저 개가 짖으면 이 개가 따라 짖고.... 속도를 바짝 올려서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는 수밖에.....

 

츄리닝을 벗어버리고 달리기까지 하는 죽기전에님.

삼년 째 어머니 병수발드느라 양평을 벗어나지는 못하지만 내년 6월 양평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리면 함께 뛰자고 하셨다.

 

-조건이 있어요. 저랑 뛰면 무조건 1시간 20분대로 가셔야 해요.

-네? 제 최고 기록이 1시간 33분인데요.

-그날 1시간 29분대 가는 거지요.

-장난 아닌데. 죽으라고요?

-웬 엄살? 저는 지금까지 하프는 무조건 1시간 20분대로 뛰었으니 못 뛰면 벌칙을 받는 것으로 합시다.

-생각해 보고요. 일단 내년 양평에서 하프를 뛰기로 하지요. 올해와 비슷하면 6월 10일 전후가 되겠네요.

 

 

삼겹살을 굽는 죽기전에님..... 야전 추위에 확실히 대비한 복장.

 

 

이렇게 달리시다가.....

 

길에다 츄리닝을 벗어놓고 달리신다. 누가 주워가면 어떡하나요 했더니 그럴 일이 없다고 하셨다.

 

 

멀리서 달려오는 강건달

 

 

버프로 얼굴을 가리기 바쁘다

 

 

젤카야노 22을 신은 지 이틀 째.....

 

 

 

죽기전에님의 새로운 식구. 하트.

 

 

 

 

 

열심히 고기 굽는 죽기전에님......

 

 

 

 

 

 

배추를 뽑고 나니 황량한 들처럼 변했다.

 

 

내가 갖고 간 복받은 부라더 복분자주....

 

 

 

 

먹음직스럽지요?

 

 

 

 

 

한쪽에 쉰 김치도 구색을 맞추고....

 

 

 

 

고기를 먹으려고 기웃거리는 하트. 주인에게 가지 않고 나에게 자꾸 와서 피한다고 어지간히 애먹었다.

 

 

 

운동 후 땀으로 젖은 옷은 바로 빨아서 널었다.

 

빨래에서 떨어진 물이 마치 그림자처럼......

 

 

젤카야노 22.....

 

 

 

 

운동을 마치고 샤워한 후 바로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해가 짧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금방 어두워지고 추워지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풀코스 3시간 20분대 들어간 기념으로 준비한 복분자술을 나누어 마시는 것도 한 순간처럼 짧게 느껴졌다.

아신역에서 헤어진 것이 오후 6시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 이제는 내년 춘삼월이 되어야 뵐 수 있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