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지는 않았다.
초등학교 축구부원들의 참가를 도왔다.
23명의 참가 신청을 했다. 청소년은 무료였지만 무조건 5킬로미터 종목에 참가해야 했다. 보험까지 가입해야 해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느라 애먹기도 했다.
참가신청부터 택배를 받는 일, 대회장에 기념품과 배번을 챙겨 가야 하는 일도 내가 했다. 마라톤대회에 생전 처음 나온 선수들도 있어서 현장에서는 마라톤 배번도 달아주어야 했다. 자기가 알아서 단 선수들은 가슴쪽으로 너무 올려 달아서 어색한 꼴을 한 선수가 한 둘이 아니라 고쳐 달아 주었다. 비뚤어지게 단 선수도 많았다. 당일 20명이 참가했다. 선수들의 아버지 두 분도 도왔다.
중학교 1학년인 지난해 주장이 22분 30초로 달렸고, 올해 주장이 바짝 따라붙어 22분 31초로 달렸다. 24분 26초, 24분 46초, 24분 48초, 24분 52초, 24분 54초로 이어졌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사이의 오르막을 감당해야 하는 코스였을텐데 대단한 능력을 보여준 꼬마들이었다. 늦게 달린 선수들은 30분이 넘었다. 젊은 아버지 한 사람은 현장 접수를 하여 5킬로미터를 달리기도 했다.
나는 주로에 나가 축구 꿈나무들의 달리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단거리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빠른 아이가 오래 달리기에는 늦게 골인하였고, 순발력이 떨어진다고 지적받던 아이가 오래달리기에서는 발군의 능력을 보였다. 지난 5월 10킬로미터를 49분대로 달려 1등이 예상되었던 어린이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앰뷸런스에 탈 수도 있었던 이 아이는 걸어서 끝까지 완주하였다. 5킬로미터 기록이 10킬로미터 기록보다 7분이 늦는 이력을 갖게 되었다.
마라톤 대회 참가를 돕는 일이 마라톤 대회에서 달리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풀코스를 달린 것같이 피곤해졌다.
이런, 다음날 실제 풀코스를 달려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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