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26일: 1시간 59분 16초
2015년 9월 5일: 1시간 54분 49초
2015년 9월 12일: 1시간 48분 11초
2015년 10월 18일: 1시간 42분 04초
2015년 11월 1일: 1시간 41분 40초
2015년 11월 15일: 1시간 40분 38초
그렇다면 2015년 12월 6일은?
서울은 영하로 떨어졌지만 이곳 양산은 다르다. 쌀쌀하기는 했지만 장갑을 끼지 않고 달려도 되었다. 안쪽에 입었던 민소매 티셔츠는 도로 벗었고, 긴팔도 팔을 걷어부쳤다. 달리기를 마치는 시각까지도 흐렸기 때문에 달리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간밤엔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몸을 일으켜야 했다. 6시 30분.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전날 구입한 편의점 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먹었으니 이제 잘 수 없다.
8시경 모텔에서 나와 허수아비님과 허수아비님의 장남과 함께 양산종합운동장으로 갔다. 물품 맡기고 스트레칭하고 나니 출발 시간이 가까워졌다.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와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부터 1시간 40분 페메를 따라갈 수는 없으니 차차 스피드를 올리겠다는 계산이었다. 화장실 다녀온 후 허수아비님 계신 곳을 놓쳤다. 두리번거리다가 그냥 출발하였다.
내 생애 최초의 양산마라톤. 1시간 40분 이내로 들어가 보자는 각오를 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처음부터 힘을 쓰고 있었다. 첫 1킬로미터를 5분 25초에 통과했다. 올해 10킬로미터 부문을 제외하면 가장 빠른 페이스였다. 다음 구간은 4분 20초에 통과했다. 너무 빨라진 것 아닌가? 100미터 쯤 앞에 있던 1시간 40분 페메가 50미터 이내로 가까워지니 오늘 무언가 되겠구나 했다. 물론 무리하면 안 된다는 마음도 있었다. 오버페이스하면 어떡하지? 하프야 두 번쯤 오버페이스해도 된다. 빨리 달렸다는 생각을 하니 다음 구간에서 스피드가 떨어졌다. 나도 모르게 속도를 늦추고 있었다. 허수아비님과 정명진 과장님은 같이 달리실까? 햄스트링 부상이 있으면 안 되는데. 1천 5백명이 넘는 하프 주자가 달리는데 1차선 도로 하나만 달리게 하다니 이건 아니잖아. 자꾸 부딪치네. 이런 생각 저런 생각. 급수대에서 물 한 잔 재빨리 마시고 5킬로미터 표지판. 24분 10초가 조금 넘었다.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소변이 마려웠다. 출발 10분 전 소변을 보고 왔는데 또 가야 하나? 내 앞에는 노상방뇨하는 주자들이 간간이 있었다. 일단 참고 달리기로 했다.
오르막이 이따금 나왔다. 산 허리를 잘라 도로를 내어서 그러나? 내 계산과 틀리네. 걸어가고 싶은 마음 직전까지의 오르막만 나온 것은 다행이지만 그래도 오르막은 부담스러웠다. 돌아올 때는 계속 내리막이라면 상관없겠지. 그런데 그것도 아닌 것같았다. 반환하기 전까지 내리막도 자주 만나니 이건 돌아올 때 오르막을 감당해야 한다는 말이다. 고가를 피하기 위하여 ㄷ자로 우회하는 구간에서 그냥 가로지르는 여성 주자를 보았다. 왜 저렇게 뛴담? 쫓아가서 배번을 확인한 후 나중에 입상자 명단에 있으면 주최측에 고자질이라도 하고 싶네. 6킬로미터를 넘으면서 차량은 완전히 통제된다. 운영요원과 실갱이를 벌이는 운전자를 보기도 했다. 거센 경상도 사투리의 전투였다. 그 사람은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차를 몰고 나왔을까?
거리 표지판이 나오면 곱하기 5를 해서 내 페이스를 계산했다. 9킬로미터를 지날 때 9X5=45. 44분 10초이니 45분을 넘지 않아 다행이군. 이런 식으로. 10킬로미터 통과 기록이 48분 초반이길 바랬지만 거의 49분이 되기 직전이었다. 반환점을 50분 22초에 통과했다. 후반에 조금만 스퍼트하면 1시간 39분대 골인이 가능하겠다.
반환한 후에는 눈을 크게 뜨고 허수아비님을 찾았다. 노란 풍선을 달고 있는 페메와 함께 달리는 허수아비님을 만나 손을 흔들며 반겼다. 저 페메가 1시간 45분인가? 저 정도 페이스라면 1시간 50분일리 없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페메의 도발이었다)
12킬로미터 전후 조금 긴 오르막이 나왔다. 12킬로미터를 58분대 중반으로 통과, 1시간 40분 페메에게서 300미터 이상 떨어졌지만 아직 포기하기에는 일렀다. 문제는 달리는 동안 페메의 풍선이 아예 보이지 않으면 전의를 상실해서 기록에 도전하지 않게 된다는 것. 쉬지 않고 부지런히 따라가도 페메를 잡을까 말까인데 14킬로미터 지점에서 소변을 본다. 소변을 참자, 참자하는 것도 스트레스. 남은 7킬로미터에서 적어도 소변 때문에 스트레스는 받지 말자는 심산이었다. 15킬로미터 통과. 이제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어야 하는데 초반에 빨리 달린 탓인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너무 뚱뚱해. 어제는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밥가득 채운 돼지국밥에, 롯데리아 불고기버거 세트에, 자장면 탕수육까지...... 하프마라톤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 옆구리가 밀려 나온다 나와.
눈앞에 1시간 40분 페메가 보였다. 하지만 나는 ㄷ자 코스를 들어갔다 나와야 하니 400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ㄷ자 코스를 극복하고 나면 이제 5킬로미터가 남았다. 삼성중공업 장WH님이 나를 제치고 나갔다. 1시간 18분 경과. 목표로 했던 1시간 39분대로 골인하려면 남은 5킬로미터를 22분 이내로 달려야 했다. 킬로미터당 4분 20초로 밀고 가야한다는 부담감. 현재 달리는 페이스로 볼 때 5킬로미터가 24분대를 넘고 있는데 후반에 끌어올린다는 것. 어려워 보였다. 어쨌든 발은 부지런히 놀린다. 수많은 주자들을 제치고는 있었다. 3킬로미터 남았을 때 삼성중공업 장WH를 제쳤다. 그런데 그게 그의 승부욕을 자극한 모양이었다. 이 친구 아예 날아가 버린다. 금새 50미터 이상 차이를 내며 따라올테면 따라와보라는 시위를 하고 있었다. 다시 추월하긴 글렀지만 그 사람이 기준이 되어준 덕분에 스피드를 끌어 올렸다. 양산교를 건넌 후 2킬로미터 남았을 때 1시간 31분 쯤 지났기를 바랬다. 그러나 1시간 32분에 가까워졌다. 가만 있자. 내가 남은 2킬로미터를 8분 여만에 달릴 수 있나? 일단 달리고 보자. 마지막 1킬로미터. 1시간 35분 50초쯤 지난다. 언뜻 완주 기록이 1시간 40분 1초, 2초, 3초 언저리가 될 수도 있겠구나. 아까워서 이를 어쩌나? 소변 본다고 잃어버린 시간 때문에 이 꼴이 나는구나. 3분만에 1킬로미터를 주파하던 시절이 언제였더라? 고등학교 시절. 아 옛날이여. 그래도 포기하지는 말자. 출발선을 지나기 전에 미리 시간 측정을 개시하는 습관이 있으니 거기서 몇 초 벌 수도 있다. 에라 모르겠다. 미친듯이 달렸다. 양산종합운동장 트랙을 들어서기 전 감아도는 길이 왜 이렇게 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계는 계속 본다. 1시간 39분 30초를 넘었을 때 트랙에 들어섰다. 트랙을 돈다. 골인 직전 촬영 포즈 멋있게. 그럴 여유가 없다. 1시간 40분 벽을 다시 깬다는 기대감으로 막판에 죽자살자 달려 1시간 39분 58초 38에 골인했던 2010년 4월 11일 포천 38선하프마라톤 대회가 떠올랐다. 그때처럼 이를 악물고 골인 지점을 통과했다. 참! 시계 버튼 눌러야지. 1시간 40분 00초 47. 출발 전 미리 누르고 도착 후 늦게 누르는 습관이 있으니 1시간 39분대 진입에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주메달과 간식을 받고 허수아비님을 기다렸다. 5킬로미터를 달린 허수아비님의 장남과 마라톤 각 종목 우승권 기록에 대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얼마 기다리지 않았다. 허수아비님은 올해 최고 기록으로 골인하셨다.
먹거리 부스에는 장사진. 양산마라톤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기는 힘들어 보였다. 허수아비님의 배려로 사시는 동네의 금화횟집에 가서 모듬회를 실컷 먹으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마라톤 대회 와서 이렇게 대접을 잘 받은 일이 있을까? 나는 VIP였다.
허수아비님의 자가용을 타고 구포역으로 가는 동안 기록 문자를 받았다.
1:39:46.10
지난 해에 비하여 과체중이고, 코스도 오르막이 더러 있어 쉽지 않았지만, 달리기에 좋은 날씨와 악착같은 컨디션 조절과 강한 동기부여로 1시간 40분 벽을 깨뜨렸다. 양산 경치는 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기록만 생각하고 달렸는데 그건 좀 너무했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구입한 버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역시 인터넷으로만 보고 구입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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