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29.79
풀코스 103회 완주, SUB-4 76회.
올해 두번째로 좋은 기록이었다. 하반기 들어서 최고 기록이었다. 춘천마라톤 기록보다 좋았으니......
날씨가 달리기에 아주 좋을 만큼 시원하였다. 출발할 때 잠깐, 맞바람일 때 잠깐 추웠지 전반적으로 선선하였다. 오히려 덥다고 느낀 주자들도 많았다.
반바지를 입고 달렸다. 간밤에 자주 깨었기 때문에 숙면은 아니었지만 자정부터 새벽 5시 30분까지 잔다는 느낌으로 있었으니 달리는 동안 수면욕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2주 전 남원춘향마라톤대회에 비한다면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도림천을 감아도는 지난 해와 달리 안양천 신정합수교 앞까지 두 차례 왕복하는 코스로 바뀌다 보니 첫번째 라운드와 두번째 라운드를 비교하면서 달리게 되었다.
첫 하프는 1시간 51분 40초에 달렸고, 두번째 하프는 그보다 조금 빠르게 달렸다. 공원사랑마라톤 주최측에서 대회를 열다 보니 아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해병대 정의님은 사회를 보고 있었고, 600번 넘게 풀코스를 달린 아홉용님, 제자리 뛰기 스타일의 의계님, 하프와 풀을 적절히 조절하여 대회에 참가하는 상기님, 요즘 울트라에 입문하자마자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특전사님, 예전의 기량을 완전히 회복한 바깥술님, 트레드밀에서만 연습하지만 자주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찬일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천천히 레이스를 즐기는 노랑버프의 철의원님. 바닥을 내리치듯 발걸음을 내려놓는 흰머리의 준한님. 여자부 1등으로 내달리는 달해아름다워님. 두 차례 왕복하다 보니 이들을 마주 할 기회가 많았다. 달리는 동안 아무리 바빠도 손을 흔들며 파이팅을 외쳤다. 알아보든 못 알아보든. 반갑습니다. 오랜만입니다. 같이 달려야 하는데 오늘 날아가시네요. 왜 뒤에서 오세요? 파이팅입니다.
급수대를 놓쳐 갈증을 느꼈지만 첫 10킬로미터 기록은 53분 40초였다. SUB-4 기준으로 볼 때 10킬로미터 기록이 3분 빨랐다. SUB-4 완주가 무난해지자 3시간 40분대 진입에 욕심이 생겼다. 2주 전 잠을 못 자고 오르막이 많은데도 3시간 53분대로 달렸으니 오늘은 3시간 49분이 가능해 보였다. 17킬로미터 진입 직전 화장실에 다녀오고도 3시간 40분대 진입이 무난해지자 3:45 이내 완주에 욕심을 가졌다. 지난 해 이맘 때 3시간 45분 페메를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었던 일을 떠올렸다. 하프를 달린 후의 기록이 1시간 51분 40초였으니 3:45 이내 완주는 무난해졌다. 올해 1월 3일 세운 기록인 3시간 40분 53초 97을 깨뜨리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이다.
문제는 있었다. 지난 해에 비해 살이 많이 올라 있었다. 1킬로그램만 살이 쪄도 풀코스 10분이 늦어지는 법인데 아무래도 옆구리 살 때문에 힘차게 밀고 나가기가 두려웠다. 풀코스라는 게 후반으로 갈수록 주의해야 하는 종목이니 아무 계산없이 마구 달릴 수는 없었다. 풀코스는 30킬로미터를 달린 후 다시 12킬로미터를 달려야 하는 종목이라는 사실을 잊은 적이 없었다. 25킬로미터를 달린 이후에는 조금 속도를 늦추었다. 27킬로미터를 넘어섰을 때 찬일님이 1등으로 달려오고 계셨다. 내내 1등으로 내달리던 흑인 주자가 몇 백 미터 뒤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지친 표정이 역력하였다. 3위하기도 힘들겠네라고 생각으로 안양천쪽으로 진입했다. 바람이 막히는 구간이다 보니 30킬로미터까지는 지겨움을 느꼈다. 오랜만에 챙겨 간 스포츠겔을 섭취했다.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들지만. 30킬로미터 지점을 2시간 40분 이내의 기록으로 통과했으니 지난번 풀코스보다는 10분 빠른 페이스였다. 31.0975킬로미터 지점에서 21.0975킬로미터부터 달린 시간을 체크했다. 53분 10초. 첫번째 라운드의 10킬로미터 기록보다 30초 빨라졌다. 32.195킬로미터, 즉 완주까지 10킬로미터 남았을 때 내 기록은 2시간 51분대. 이때부터 나는 남은 10킬로미터를 51분대로 달렸다. 5킬로미터 남았을 때 시계를 보니 3시간 18분이었다. 킬로미터당 5분 페이스로 달리기 시작했다. 1킬로미터 남았을 때 3시간 38분 경과. 남은 1킬로미터에서 좀더 힘을 썼다. 마지막 1킬로미터를 4분 30초 이내로 달려 내었다. 3시간 43분대가 될 수도 있었던 기록이 3시간 42분 29초가 된 것은 막판 스퍼트 덕분이다.
내가 골인하자마자 사회를 보고 있던 해병대 정의님은 자신이 풀코스 달릴 때 늘 비슷한 페이스로 달리는 사람이라며 나를 소개하였다. 기록증과 완주메달, 푸드쿠폰을 받은 뒤 탈의실에 가자 누가 아는 체 했다. 바깥술님. 오늘 얼마에 뛰셨어요? 내일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세요. 답을 피한다. 3시간 40분 이내로 들어가셨지요? 그렇다고만 답하신다. 또 아는 체 하신 분이 한 분 더 계셨다. 내가 모르는 분이 강건달 아니냐고 물어보아서 깜짝 놀랐다. 댓글을 쓰진 않지만 블로그를 자주 방문하신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호호호.
가만 있자, 추석이 9월 28일 일요일이었지.
그 다음 일요일부터 나는 한번도 빠지지 않고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였다.
10월 4일(일) 인천 Full
10월 11일(일) 경주 Full
10월 18일(일) 서울 Half
10월 25일(일) 춘천 Full
11월 1일(일) 서울 Half
11월 8일(일) 제주 Full
11월 15일(일) 서울 Half
11월 22일(일) 서울 Full
11월 29일(일) 남원 Full
12월 6일(일) 양산 Half
12월 13일(일) 서울 Full.......
다음 주 12월 20일이 빈다. 금산 마라톤 참가 신청이 오늘까지이지만 달리고 싶지 않다. 하프 코스 2회 왕복. 좀 싫다.
한 주 정도 쉬고 그 다음 주부터 하프, 풀로 이어지는 레이스를 펼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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