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어떻게 풀코스 4시간 이내 완주에 실패했는가?
이것은 SUB-4 실패의 기록이다.
SUB-4 골인을 목표로 페이스를 체크하며 달렸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가 100미터 또는 200미터 앞에 있었지만 나는 늦게 달리지 않고 있었다.
하프 반환점 통과는 59분, 풀코스 반환점 통과는 1시간 58분 36초 99.
30킬로미터 통과는 2시간 48분대였다.
32.195킬로미터에서 페이스가 조금 떨어져 3시간 2분 40초로 통과했지만 남은 10킬로미터를 57분 20초 이내로 달리는 것은 여러 차례의 풀코스 경험으로 볼 때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다. 초반에 페이스를 떨어뜨린 대신 35킬로미터 이후 스피드를 올릴 것까지 감안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담은 없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33킬로미터에 가까워지면서 도대체 무슨 일이 난 것일까?
에너지 제로 현상. 움직일 힘이 없었다.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무엇인가가 다가와 힘을 송두리째 앗아간 느낌이었다. 찰라의 순간에.
덥기는 했으나 바람도 제법 불어주고, 구름도 해를 가려주기도 했는데 내 에너지는 어디로 갔는가?
25킬로미터 지점에서 섭취한 스포츠겔의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내 움직임은 걷는 사람보다 더 늦어 보였다. 아직도 9킬로미터 이상을 달려야 하는데 그게 쉬워 보이지 않았다.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을까? 2012년 양구DMZ마라톤, 2013년 옥천포도금강마라톤...... 하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웠고, 잠은 더 자지 못했다. 전날 의령에 내려와 터미널에서 가까운 숙소를 너무나 쉽게 잡고 쉬었다. 잠들기가 어려운데다 악몽이 이어지긴 했지만 지난 예산, 부여, 나주에 비하면 꽤 잔 셈인데 그때보다 훨씬 힘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것은 뛰는 것도 걷는 것도 아니다. 팔을 휘저으면 피로가 풀릴까 바람개비를 돌리는 몸짓까지 했다.
28킬로미터 지점부터 걷는 주자들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이대로 가면 4시간 40분, 아니 5시간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력이 고갈된 이상 정신력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20분을 잃어버렸다. SUB-4의 꿈은 영영 날아가 버린 것이다.
38.195킬로미터 지점까지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다.
최후의 비책.
급수대에서 게토레이 두 잔, 생수 두 잔, 의령수박 한 조각.....
갑자기 에너지가 충전되었다. 이때부터 골인 지점까지 4킬로미터는 여느때처럼 스피드를 내며 달릴 수 있었다.
20분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내 기록은 4시간 19분대가 되었다.
33킬로미터에서 38킬로미터까지의 지점에는 도대체 무엇이 내 에너지를 강탈해 갔을까?
미스테리다.
4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를 맡았던 분은 5시간 5분에 골인하기까지 했는데 그도 나와 비슷한 일을 당한걸까?
골인한 후 파워에이드 두 잔을 마시고 허리를 굽히고 있어야 했다.
칩 반납하고 완주메달과 간식, 기념품을 받았다. 완주메달은 2014년 4월 20일로 되어 있었다. 연기되기 전 날짜 그대로.
연기된 덕분에 참가할 수 있었던 대회.
한참이나 몸을 추스리고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국밥과 두부 김치를 먹었다.
휴식을 취하면서도 왜 그랬을까 되물었다.
1. 잤다고 생각한 게 문제였을까?
아예 잠을 못 자고 나온 대회에서는 미리 몸조심을 했지만 이번에는 잤다고 생각한 것이 문제였다.
졸리긴 하지만 그래도 잤으니 지난번보다는 훨씬 빨리 달릴 수 있을거야라고 방심했을 것이다. 잠을 자긴 했지만 피로는 쌓여 있었다.
2. 바로 이틀 전 강도높은 인터벌 훈련을 소화한 것.
강도높은 훈련은 사흘 전에 마치고 피로 회복과 에너지 충전에 주력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3. 대회 당일 새벽에 챔피언스리그 중계를 본 것은 대형실수 아닌가? 아무리 연장전만 봤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에 눈을 붙이고 있어야 했다.
4. 아침밥으로 삼각김밥이라도 먹었어야 했다. 빵 한 개만 먹고 아침식사 끝! 한 것은 잘못이었다. 달리면서 수시로 허기를 느꼈다.
5. 4시간 페이스메이커의 다소 빠른 페이스도 내게는 큰 부담이 된 모양이었다. 내 페이스 운용이 더 정확하다고 자신했다고 하더라도 줄곧 앞에서 스피드를 올리는 페메는 내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하면서 나도 모르게 몸을 혹사한 것이다.
6. 구름이 많이 끼고, 바람도 제법 불어 달리기 조건이 좋다고 생각한 것도 문제였다. 상황이 좋다고 착각한 것. 내 개인적으로는 결코 그렇지 않은데.
4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무릎에 붙였던 테이핑이 떨어져 나가고, 여느 때보다 훨씬 땀으로 범벅이 되었으니 내 몸은 이미 과부하가 걸려 있는 상태였다.
또 무슨 이유가 있을까?
6월에도 두 번의 풀코스가 기다리고 있는데 어쩔 셈인가?
당장 다음 주의 풀코스. 아예 여름으로 들어서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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