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3일 오후 4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오랜만이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요즘 응원을 하지 못해서인지 인천 성적이 좋지 않다.
여덟 경기를 했는데 4무 3패. 그동안 2 득점, 7실점.
최악이다.
거기에 수원과의 경기에서 패와 실점을 더한다.
4무 4패. 10실점. 두 자리수 실점.
수원과의 경기라면 1만 명 이상은 와야 하지 않는가?
6406명만 들어 왔다.
골문 뒤에서 응원하는 인천 서포터즈는 원정 응원 온 수원 서포터즈 10분의 1 규모였다.
선수 자원에서 차이가 난다.
지난 해에만 해도 인천 선수들은 거의 다 알았지만 이번에 보니 수원 선수들을 더 많이 알고 있는 나의 모습.
정성룡, 염기훈, 홍철, 김두현, 오장은, 정대세. 고차원(1998년 숭곡초 6학년이라 기억함)
인천에는 지명도 있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이천수, 이석현은 아예 나오지 않았고,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설기현도 후반 늦게 나와 공을 두 차례 몰고 말았다.
박태민, 문상윤, 안재준, 이윤표, 권정혁은 알지만 길가다가 만나면 아마 모를 것이다.
길 가다가 정성룡, 염기훈, 홍철, 김두현, 정대세를 만나면 알아 보겠지만......
그 잘했던 김남일과 한교원은 전북으로 보내어 버리고.... 시민구단 어렵다.
12개 팀 가운데 꼴찌를 달리고 있으니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지는 건 시간 문제다.
사실 수원과의 경기에서 점유율은 그다지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47.5대 52.5.
슈팅은 11대 11, 유효슈팅 4대 6
문제는 결정력이었다.
골을 넣을만한 선수가 없었다.
정성룡이 일대일 방어를 잘 한 것도 있지만 넣어 주어야 할 것을 넣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외국 용병 이보나 이효균은 골문 바로 앞에서도 골을 넣지 못하였다.
이효균은 3월 9일 상주와의 경기에서 첫 골을 터뜨린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여덟 경기를 모두 뛰었는데 지난 네 경기 동안 때린 슈팅이 단 한 개였다.
그나마 오늘은 슈팅을 네 개나 때렸지만 득점이 되지 않았다.
수원의 염기훈은 자기 마음대로 운동장을 누볐다. 이렇게 잘하는 선수였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김두현의 미드필드 장악 능력도 여전했고, 정성룡의 킥은 엄청나게 길고 정확했다. 홍철이 감당하는 수비 지역에서 인천 선수들의 개인기는 통하지 않았다.
무시무시하게 밀고 들어오는 정대세를 막을 길이 없어 인천 수비수들은 파울을 양산했다.
누가 홈이고 누가 어웨이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의 응원.
파랑색이 고유색인 인천 구장에서 수원은 백색 유니폼을 입었지만, 수원 응원단은 청색 유니폼을 입고 응원을 보내었다.
수원 서포터즈석은 바닥이 뜨거웠는지도 모른다.
바닥이 너무 뜨거운 나머지 발을 1초 이상 내려 놓을 수 없는 것같았다.
멀리서 보면 수원 서포터즈석은 콘크리트 바닥 뚫을 때 굴착기가 일으키는 진동같은 느낌이 있었다.
수원 서포터즈석 주위는 경찰들이 포위하듯이 앉아서 인천 관중과의 접촉을 막고 있었다.
0대 3으로 졌다.
인천 경기장에서 인천 선수가 골을 넣으면 운동장이 떠나가라 울리는 뱃고동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면 흘러나오는 퀸의 노래 'I Was Born to Love You'는 쓸쓸하게 들렸다.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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