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순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 가다

HoonzK 2014. 5. 19. 18:37

2014년 5월 18일 16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서울:성남

 

우이초등학교 축구부 10번 선수로부터 성인50% 할인예매권을 얻었다.

현장구매할 때는 30%만 할인해준다고 하니 www.fcseoul.com에 접속해야 했다.

회원가입부터 하고.....그런데 나는 이미 FC서울 홈페이지 회원이었다.

2004년 FC서울이 탄생할 때부터 이미 회원이었던 게 밝혀졌다. 가입만 해 놓고 10년 동안 한번도 접속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10년 전 늘 쓰던 아이디가 그대로 있었고, 비밀번호도 뒷번호가 2004로 되어 있었다. 회원 정보에 전화번호는 010이 아닌 011로 되어 있었다.

 

14000원 좌석을 7천원에 끊었다.

FC 서울 때문에 경기장에 가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성남FC의 한 선수때문이었다. 심우연 선수에게 전화부터 해 놓고 가겠다고 했다.

자신이 출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것도 당연했다. 1년이 넘도록 선발 출장한 일이 없었으니......

 

경기 시작 40분 전에 서울 월드컵경기장에 들어갔는데 먼발치에서도 심우연을 알아볼 수 있었다.

까만 얼굴에 196센티미터나 되는 키.

처음 보았을 때 열살이었던 아이가 서른 살의 프로선수가 되어 있으니.....

공을 다루는데 왼발 오른발 부드럽고 긴 킥력은 여전하였다.

시합을 보는 동안 심우연만 보고 있었다. 나때문에 축구선수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 눈 앞에  있으니 그 느낌은 남다르다.

1995년 서울운동장에 프로축구 경기를 보러 갔었다. 4학년 심우연이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었다.

운동장 가까이 트랙에 내려가 있었다. 선수들에게 가까이 가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이내 관계자에게 붙잡혀 야단을 맞는 모습이 보였다.

저 아이가 지금 야단을 맞고 있지만 프로선수로 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뛰는 날이 있겠지. 그런 상상을 했었다.

 

심우연.

성남의 선발 출전 선수명단에 당당히 올라 있었다.

지난 해에는 거의 뛰지 못했고 올해도 교체로만 출전했는데.....

시합을 보는 동안 주로 심우연만 보고 있었다.

후반전 들어 다리를 자주 만지는 그를 볼 수 있었다. 부상이 온 거네. 경련이 있는 거야.

바꾸어 주어야지. 그는 긴 다리와 큰 키로 몇 차례 선방한 후 67분 부상으로 교체되었다.

 

71분경 문자를 보내었다. 어차피 나중에 보겠지만......

 

-응원하면서 보았는데 많이 다치지 않았는지 걱정되네 몸조리 잘하고

 

답장은 경기가 끝난 뒤 30분쯤 지나 왔다.

 

-네 근육이 종아리 허벅지 마비된 거같이 경련이 왔네요 ㅠ 보러오셨어요? 내일부터 휴가니깐 전화한번드릴께요^^

-계속 네가 다리를 만져서 걱정을 많이 했어 그래도 선발출장해서 기분좋았단다

-네 못 뛸거같더라고요 태클하고 끝났죠 뭐 ^^ 휴가때 전화한번드리겠습니다 이겼어야했는데아쉽네요

 

심우연이 나간 뒤 실점하고 성남은 0대1로 졌다.

박희성의 오버헤드킥은 연간 베스트골이 될 정도였다.

관중은 18,636명이었다.

서울이 이기고 있으니 성남이 공격할 때에는 볼보이들이 일부러 공을 늦게 갖다 주고 조금 거리가 떨어진 곳으로 배달해주기도 했다.

원래 그런가?

심우연을 응원하러 간 것이기에 성남이 져도 큰 상관이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