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순간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 인천-성남

HoonzK 2013. 6. 28. 03:38

내가 본 인천 경기, 최악의 경기.

4실점은 올 시즌 처음 있는 일이었다.

DF, MF, FW 모두 졌다. 개인기와 스피드에 죄다 압도되었다.

지난 3월 16일 원정에서 3대1로 이겼던 팀에게 1대4로 참패하다니.... 지난 100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성남 9번 김동섭이 대형 스트라이커임을 각인시켰다.

설리(설기현 이천수) 듀오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천수는 이천수 존이라고 할 수 있는 자리에서 프리킥을 두 차례 찼지만 한번은 수비수 머리에 걸리고, 또 한번은 수비를 넘기면서 크로스바도 넘겼다. 이천수는 결국 찌아고와 교체되고 말았다. 주장 김남일도 최근에 물올랐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문상윤과 교체되었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인천팬 한 사람은 몹시 흥분하면서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큰 소리로 반응하였다.

성남의 안익수 감독이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벗어날 것같으면

-테크니컬 벗어나지 마!

성남 선수들의 핸드볼을 심판이 지적하지 않으면

-성남은 손이 없냐? 심판이 3급보다 못봐.

부상으로 경기가 끊어져 진행이 되지 않으면

-축구야, 농구야.

제파로프의 플레이가 거칠어지면

-제프, 왓 더 퍽!(What the f***!)

 

급기야 관중석까지 지적하기 시작한 이 사람.

앞 줄에 앉아 있는 사람 가운데 FC서울 39번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있었다.

지금은 성남일화 소속으로 FC서울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한 김태환을 팀에 상관없이 응원하는 사람이 W석에 앉아 있다 보니 눈에 거슬린 것이다. 풀리지 않는 경기에 상대 선수의 이름이 새겨진 저지를 입은 사람을 보니 속이 뒤집힌 것이다.

 

-야! 39번. 빨간 옷 벗어라!

-맨 앞 줄에 39번 김태환. 옷 벗으라고!

 

경기가 종료되기가 무섭게 달려내려간 이 인천팬은 39번 유니폼을 입은 사람의 멱살까지 잡았다.

10분 이상 실갱이가 벌어졌지만 주먹다짐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운동장을 한바퀴 돌며 인사를 하는 인천 선수들이 가까이 왔다.

졌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를 위하여 박수를 쳐 주고 운동장을 빠져 나왔다.

경기는 졌지만 나는 경품에 당첨되는 행운을 누렸다.

6063명 가운데 5명에게만 행운이 돌아갔는데 그 다섯 명 중 하나가 나라니.....

집안 일 때문에 경기장에 늦게 간 덕분에 추첨함 위에 내 티켓이 맴돌고 있었던 덕분이다.

 

아쉬운 점 하나 더.

나와 만난 인연으로 축구선수가 된 심우연이 아예 보이지 않았던 것.

오랜만에 축구장에서 보이는 활약을 보고 싶었는데......

 

 

 

 

 

 

 

 

 

 

 

 

 

 

 

 

 

 

 

 

 

2013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제14라운드

 

인천 : 성남

 

<득점>

인천 1 : 남준재(전28)

성남 4 : 김동섭(전5), 김동섭(후5), 김철호(후13), 이승렬(후29)

 

 

<출전 명단>

인천 : 권정혁(GK)-박태민-이윤표-김창훈-안재준-김남일(후36 문상윤)-이천수(후34 찌아고)-남준재-구본상-이석현(후21 이효균)-설기현

성남 : 전상욱(GK)-현영민-윤영선-박진포-임채민-김평래(후37 애드깔로스)-김태환-제파로프(후46 황의조)-김철호-이승렬(후31 김인성)-김동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