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2회 6.25상기및 정전60주년기념 국민대통합마라톤(2013/06/22)-HALF

HoonzK 2013. 6. 24. 23:15

오랜만이다.

그동안 보름 이상 마라톤 대회 참가 없이 쉬었으니.

 

매우 편안하게 달린 레이스였다.

오랜만에 달리기 때문에 빨리 달릴 수 없다고 내 자신에게 암시하면서 페이스를 늦추다 보니 힘든 것은 없었다.

몹시 덥다고 느낄 수도 있었지만 잘 견디어 낸 것도 욕심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달리기 직전 만난 분이 내게 물었다.

 

-출발이 몇 시인가요?

-9시 정각입니다.

-운동 많이 하나 봅니다. 기록은 1시간 30분대에 뛰시죠?

-그렇긴 한데 오늘은 더우니까 1시간 40분에서 50분 사이로 뛰려고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1시간 50분에서 2시간 사이로 뛸 거야라고  말했다.

전날 일찍 잤으면 좋았겠지만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잠을 잤고 집을 나서기 전에 더 자고 싶어 더 자고 싶어 중얼거리고 있었으니 어떻게든 속도는 늦추어야 했다.

 

압록강국제마라톤에 함께 출전했던 박성국씨를 두리번거리면서 찾았다.

흰색 유니폼에 빨강색 무늬. 마라톤 천사 영태.......

출발 지점에 먼저 가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더니 서서히 다가오는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손을 먼저 내밀었더니 친근한 성격대로 거부감없이 손을 맞잡아오는데 내가 누구인지 확인하자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가워하였다.

부상에서 회복한 이 분은 오늘 질주했다. 매우 빨리 달리고자 했으니 처음부터 천천히 달리기로 마음먹은 나와는 동반주를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또 한 분.

용왕산 마라톤클럽의 宋希洙 형님.

다가가서 어깨를 잡으며 반가워 했더니 악수를 청해 오셨다.

대회 책자에는 명단이 없었기 때문에 뵐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뵙게 되니 정말 반가웠다.

이 분과도 동반주를 힘들었다.

2시간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리겠다고 선언한 나.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를 기준으로 삼겠다고 말씀하시는 希洙형님.

같이 갈 수 있는 지인이 없었다.

그저 수많은 군인들이 내 기준이 되어 줄 것이었다.

 

누구는 달리기 전에 땀을 이미 흥건하게 흘려서 몸을 풀어 놓지만 대회가 시작된 이후에 몸을 푸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무지 늦게 달리는 느낌. 하지만 땀이 흐르기 시작하면 슬슬 빨라진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해 거리 표지를 잘못하여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던 코스라 살짝 긴장하긴 했으나 방화대교가 나오면 우회전하는 코스를 미리 숙지해 놓았으니 이정표에만 의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5킬로미터를 지나니 몸이 풀렸다.

머리가 짧고 젊은 남자들은 무조건 군인이 아니면 ROTC였다. 물론 여자 ROTC 생도도 있었다.

대한민국특전사전우회와 대한민국 특수전사령부가 공동주최한 대회이니 공수부대원들이 많았다.

젊은 친구들은 일단 속도를 낸다. 장거리에 대한 경험이 많은 사람은 자제한다.

사실 젊은데도 불구하고 초반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이미 늙은 것이다.

나이가 든 사람과 차이점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고 모험심이 더 많다는 점이다.

후반을 미리 대비하고 걱정하고 조심하는 나 같은 사람은 이미 늙은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부쩍 늙어버렸다.

 

반환한 이후 벌레가 눈으로 날아들어와 애를 먹었다. 손으로 비벼보기도 하지만 거울로 보지 않는 한 벌레 시체를 꺼낼 수 없었다.

불편한 눈을 하고 2킬로미터쯤 더 달려 급수대에서 물병을 통째로 들고 앞으로 달려 나왔다. 물을 눈에 들이붓고 확인하고 다시 물을 눈에 들이붓고 확인하고.... 그 물병은 수분 보충용으로 쓰이게 되고.....

후반부의 거리 표지판이 별로 되어 있지 않아 바닥에 붙은 청테이프로만 확인하였다.

15킬로미터 지점이라고 생각하고 질주를 시작했는데 1킬로미터 지나서 15킬로미터 지점이 나오니 너무 빨리 속도를 낸 것이었다.

내가 스피드를 내어 제칠 때마다 발걸음 소리를 높이며 따라오는 주자들이 있었다.

남자들의 승부근성.

그럴 때면 전력질주를 하였다.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보통의 속도로 달렸다.

제치려고 하는 기미가 있으면 무조건 내달렸다. 뒤에서 소리가 들려 내달리려고 하는데 너무 빠르게 쫓아오는 소리가 있었다. 곧 나를 제쳤다.

알고 보니 자전거를 탄 사람이었다.

1킬로미터를 남기고 무시무시한 오르막이 있었지만 별로 힘들지 않았다.

작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니까.

작년 1회 대회 때보다 5분쯤 늦게 달렸으니 매우 편했다. 지난 해 대회는 2012년 6월 24일 일요일.

 

골인 지점에서 박성국씨가 시원한 제주 삼다수 한 병을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1시간 36분에 골인한 이 분은 나를 꽤나 기다렸을 것이다. 나는 1시간 50분을 조금 넘기고 들어왔으니.....

김영아씨도 소개받았다.

마라톤도 잘 뛰지만 매우 상냥한 여성이었다. 왜 마라톤천사클럽이 만들어지고 많은 남성들이 팬을 자처하는지 알 수 있었다.

 

 

97번째의 하프 마라톤 완주는 더운데도 불구하고 페이스를 늦추어 달린 덕분에 편안하게 끝났다.

물품보관소 앞에서 만난 송희수 형님.

-아니 왜 이렇게 빨리 뛰세요?

-늦게 뛰어도 빨리 뛰어도 똑같이 힘드니까 일단 빨리 뛰고 쉬는 게 낫지요.

 

그런가?

일리가 있네.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아디다스 티셔츠

속옷: 미착용

신발: 아식스 젤라이튼 마라톤화(훈련용 경량화)

장갑: 미착용

바지: 아식스 러닝팬츠

양말: 아디다스 중목

목도리: 미착용

테이핑: 왼쪽 종아리 세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