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11회 경남고성마라톤(2013/01/20)-FULL

HoonzK 2013. 1. 21. 21:32

올해의 첫 마라톤이자 첫 풀코스이다.

새벽 2시에 시청 대한문 앞에서 셔틀버스를 탔다. 셔틀버스비가 참가비보다 비싼 대회였다.

그만큼 멀다는 뜻이지.

44번 좌석에 앉아 창쪽에 머리를 기대고 잤다. 열심히 잤다.

인삼랜드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도 열심히 잤다.

7시 30분 고성(통영 방향) 휴게소에서 1시간 쉬었다.

다들 밥을 사 먹었다. 나는 미리 준비한 삼각김밥으로 해결했다.

8시 40분 대회장에 도착했다.

엄청난 인파였다.

풀코스 주자가 1929명이나 되는지 미처 몰랐다. 총 참가인원은 가족까지 1만 명이나 되는 대회였다.

1시간 전에 물품 보관을 마쳐서 물품 보관소의 혼잡한 상황을 피했다.

(실제로 물품 보관이 어려워 출발 직전 스태프가 대거 투입되고, 풀코스 출발 시간을 5분 이상 늦추기까지 했다.)

 

이봉주씨가 무대 단상 중앙에 앉아 있었다.

미스코리아 경남 대표들도 빛나는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나는 무조건 4시간 페이스메이커(강윤중 전인구)와의 동반주를 꿈꾸었다. SUB-4.

웬만하면 풀코스는 4시간 이내, 무조건 하프는 2시간 이내, 10킬로미터는 1시간 이내가 기준이다.

한 달만에 풀코스를 달리고, 마라톤 대회 참가한 지는 어느새 3주가 넘어서 평소의 페이스를 조금 잃은 것 같았다.

10킬로미터쯤 달렸을 때 동진교를 건너 꺽이는 지점에서 페메를 발견하고 12킬로미터쯤에서는 잡을 수 있겠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았다.

17.5킬로미터에서야 페메를 잡을 수 있었다.

35킬로미터까지는 함께 달려야 하니 오래도록 그들과 친해야 했다.

그런데 22.5킬로미터 지점에서 물을 마신 후 페메를 찾으니 없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들은 10미터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굳이 기다리지 않았다. 그냥 앞에서 달렸다.

26킬로미터 지점 페메에게 추월당하였다. 따라가야 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훈련을 제대로 못해서 어쩔 수 없어. 지난 주에 하프라도 뛰어주었어야 했는데......

35킬로미터가 나오기 전에 힘을 써서는 안 돼.

35킬로미터가 승부처야.

계속 35킬로미터만 외쳤다.

35킬로미터를 지나는 순간 없던 힘이 쏟아져 나오기라도 한단 말인가?

 

27K, 28K, 29K, 30K.....

꾸준히 달리면 언젠가 35킬로미터가 나오기 마련이다.

마침내 35킬로미터구나. 에너지 재충전. 달려라 달려.

알았어. 빨리 달려보지. 뭐 그렇게 되기라도 할까?

 

 

 

 

 

 

 

 

 

 

 

 

35킬로미터 지점 통과.

나 자신도 믿을 수 없었다.

다리가 쭉쭉 나가는데 앞에서 달리는 주자들이 내게 앞길을 내어주기 시작했다.

지난 하프 대회에서 1시간 33분대로 달려 나를 떨구었던 송희수씨가 내 앞에 나타났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천천히 가야 한다고 했다.

35킬로미터를 달린 지 몇 일 지난 사람처럼 달렸다.

37킬로미터 지점에서 4시간 페메를 떨구었다.

혹시나 누군가 내 앞으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졌는데 승부를 걸어오는 달림이가 없었다.

31킬로미터 지점에서 쭉쭉 치고 나가던 달림이-내 기억으로 마산 3.15 마라톤 10킬로미터 부문에서 나와 승부를 벌였던 사람같던데-가 35킬로미터 지점에서 치고 나가기 시작했으면 참 재미있었을 것같은데......

35킬로미터 이후의 질주.... 신기하다. 여전히 믿을 수 없다. 나는 뭘까?

 

40킬로미터 지점에서 골인 지점까지의 기록만 본다면 31번 풀코스 완주 가운데 최고의 기록이었다.

풀코스 31번째 완주. 1월에 달린 풀코스 가운데 최고 기록을 세웠다.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2006년 춘천마라톤 아식스 기념 티셔츠

속옷: 민소매

신발: 아식스 타사게일 와이드2 마라톤화(풀코스 전용)

장갑: 지하철에서 구입한 코리아 장갑(천원짜리)

바지: 아식스 반바지

양말: 아디다스 중목

목도리: 밀레 버프

테이핑: 오른쪽 무릎 두 줄/ 왼쪽 종아리 세 줄..... (선물받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