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국토정중앙 제9회 청춘양구 DMZ 마라톤(2012/08/26)-FULL

HoonzK 2012. 9. 1. 22:03

토요일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인천에 갔다. 인천에 촬영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서울 리그 촬영을 했다.

집에 오니 저녁 8시가 넘었다. 저녁 먹고 밤 10시 조금 넘어 신천역으로 갔다.

자정부터 4시간 8분 동안 PC방에 있었다. 정확히 5천원이었다.

엄마손김밥에서 라면과 김밥을 먹었다. (이것 먹는 바람에 달리는 도중 배탈로 시달렸다.)

천천히 걸어 잠실종합운동장 6번 출구로 갔다.

셔틀버스에 탔다. 5시 30분에 출발하였다. 좀 오래 걸렸으면 숙면을 취했을텐데 가평휴게소에 들르고도 2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 봄 개통된 5.1킬로미터 배후령 터널이 운행 시간을 엄청나게 단축시켰던 것이다.

내가 양구에서 군대 생활할 때에는 2시간 만에 양구에 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잠을 못 잤다.

잠을 자지 않고 풀코스를 달릴 수 있을까?

이목정대대를 기점으로 방산쪽으로 하프를 달리고 난 뒤 되돌아와 민통선 지역인 두타연쪽으로 하프를 달려서 풀코스를 채우는 방식이었다.

몹시 피곤했지만 군대생활했던 지역과 첫 하프가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에 힘든 줄 몰랐다.

후반부에는 힘을 낼 수 없었다. 눈이 감기고 뒷골이 당겼다. 오르막도 너무 많았다.

달리다가 쓰러져 죽은 사람이 지금 내가 느끼는 기분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걸음을 멈추고 체조를 하며 몸을 풀어 주었고, 괜찮아지면 다시 달렸다. 전반부보다 후반부를 20분 더 여유있게 달리는 방법을 택한 것이었다.

그 바람에 23번 풀코스 완주 가운데 두번째로 늦은 기록을 세웠지만 죽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나 자신을 달래야 했다.

배탈이 나서 빨리 달릴 수도 없었다.

달리다가 두타연 관광하러 가는 마라토너들도 적지 않았다. 그분들은 그야말로 마라톤을 즐기는 것이지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실컷 구경하고 나서 다시 올라와 달리는 사람들.

지뢰 표지판이 걸린 철조망 안쪽으로만 달려야 하는 대회. 파도타듯이 오르막 내리막을 감수해야 하는 대회.

계곡의 물소리만 들어도 감동받는 대회.

8월에 달리는 대회 기록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예상했었다.

덥기도 덥지만 나 자신이 체력이 가장 고갈되었을 시기가 8월말이니까.

40.195킬로미터를 통과했을 때 인간의 영역을 벗어났으니 그때는 속도를 냈다.

쏜살같이 달렸다. 다행히 죽지 않았다. 살아남아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다.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LIG 마라톤 뉴발란스 기념 티셔츠

속옷: 없음

신발: 아식스 타사게일 와이드2 마라톤화(풀코스 전용)

장갑: 없음

바지: 아식스 반바지

양말: 아디다스 중목

목도리: 없음

테이핑: 왼쪽 종아리 세 줄..... (선물받은 것) ※오른쪽 무릎에 테이핑을 하지 않아 이따금 통증에 시달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