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고대 4*18 희망나눔 마라톤(2012/04/18)

HoonzK 2012. 4. 18. 17:06

평일 아침 9시 30분부터 마라톤 대회에 나섰다.

3년만에 다시 16.4킬로미터의 코스를 달린 것이다.

매연 심한 도로를 따라.

처음 3킬로미터 정도는 지지부진했다. 후배 동문들과 뒤섞여서 달렸다.

당초 계획은 훈련 대신 나온 대회라 천천히 달려 풀코스 회복주로 삼으려고 했다. 주중 훈련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게 뛰려고 마음먹었다.

4킬로미터 지점에서 발맞추어 달리는 체육학과 학생들 제치고, 5킬로미터 가기 전에 고대해병 출신들을 제친다.

몸이 회복되고 있었다.

게다가 우리 동네로 들어오자 코스가 너무 익숙해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수유역에서 419탑 국립묘지까지는 지속적으로 오르막이지만 그것마저도 다 계산해 둔 것이니까.

다행히 무릎이 아프지 않았다.

이 대회에는 고대생말고도 잘 뛰는 마라톤 동호회 사람들이 많이 나왔는데 여자들도 보통이 아니었다.

펄펄 날아다니는 토끼띠 도로시는 반환하기 직전 제쳤고, 도로시와 같은 토끼띠 니케도 10킬로미터 넘어서 내가 다니던 중학교 근처에서 제쳤다.

아무래도 기억에 남은 일은 독주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었다.

오늘은 나와 보조를 맞추어 달릴만한 사람이 없었다. 제치고 나가면 기를 쓰고 따라오는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천상 도로의 차들을 멈추게 한 뒤 달려야 했는데 나 혼자 동떨어져 달리는 일이 많아서 경찰들이 내 움직임에 따라 차를 멈추고 내 행보를 유도하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뭔가 VIP된 기분. VIP가 도로에서 마라톤을 뛰겠느냐마는......

한번의 사건이 있긴 했다.

우리 동네 아저씨가 차를 몰고 나오다 마라톤 대회 때문에 짜증이 났는지 차를 갓길에 세워 놓고 달리는 사람마다 손가락질하며 소리를 질렀다.

-야! 너 임마! 보도로 뛰어! 보도로 뛰라고! 차도로 뛰지 마!

나에게도 예외없이 쏘아붙였다. 나를 무섭게 노려보며 소리지르는데 깜짝 놀랐다. 그리고 돌연 기분이 나빠졌다.

물론 도로 사정을 악화시키는 데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갖고 달리고 있었지만 그렇게 과격하게 반응하니 발끈하는 마음이 생겼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을 던져주고 달려왔다. 좋지 않은 말을.....

경찰들이 아예 차를 못 가게 한 것은 아니다. 달림이들 사이에 간격에 벌어지면 갈 수 있게 해 주곤 했다. 그 아저씨는 차에서 내려 핏대를 올리기 보다는 잠깐만 기다리면 차를 운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그는 차도를 달리는 마라톤 자체에 대한 큰 반감을 갖고 있을 것이다. 허긴 몇 년 전에 서울국제마라톤을 달리는데 박수를 쳐 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지나가면서 "야! 이 x새끼들아!"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고, 중앙서울마라톤을 달리는데 달림이들 사이로 차를 몰고 들어와 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담배 냄새와 자동차 매연 냄새 때문에 다시는 안 나가야지 했던 마라톤을 다시 뛰었다. 10킬로미터도 아니고, 하프도 아닌 애매한 16.4킬로미터....

골인하기 500미터를 남기고 여자 입상자를 제쳤다. 반환한 이후에는 고등학교 체력장 때 1천미터 달리듯이 뛰었다. 어제 늦게까지 뭘 먹을 게 아니었고, 잠도 충분히 자야 했지만 그런 걸 생각하지 않고 질주, 또 질주하였다. 하프보다 거리가 짧다는 게 이처럼 부담이 덜한 것이다.

 

 

 

 

 

 

메달이 없는 게 좀 아쉽다. 하지만 기념품은 3년 전에는 면티였지만 이번에는 쿨론티라 실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