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입구역 어메이징Go PC방에서 두 시간 좀 넘게 버티고 있다가 새벽 1시 20분 나왔다.
집에서 서울역까지 이동할 때 써야 하는 택시비를 절약한 셈이다. 1시 40분쯤 서울역 환승정류장에 도착하니 금호고속 2506호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원래 4844호 버스가 왔어야 했는데)
이 버스 새벽 1시 50분 출발했는데 수시로 사람을 깨웠다.
신갈에서 한 번, 대전에서 두 번(엑스포 남문, 유성 IC만남의 광장), 이서휴게소에서 한 번, 백양사휴게소에서 한 번....
(백양사 휴게소에서는 아침식사도 했다. 우동을 먹었다.)
다소 여유가 있었던 차 안이 점점 찼다. 뒤늦게 탄 사람이 등받이를 너무 뒤로 제껴 앞으로 당겨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부탁을 하는 일이 거의 없는데...피곤했으니까)
거의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완주나 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출발했다.
몸이 무거웠다. 방법이 있었다. 하프(21.0975킬로미터) 정도 달리고 나면 달리는 도중 2킬로그램 정도가 빠진다.
그 다음부터는 몸이 가벼워진다.
난관은 있었다.
풀코스 내내 무릎 부상으로 조심해서 달려야 하고, 그동안 무릎 부상으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해남 땅끝마라톤은 은근히 오르막이 나타난다.
전체적으로 평탄하다는 느낌이지만 오르막이 나오면 달림이들이 걷는 것으로 보아 결코 쉬운 코스는 아니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공인코스라는데 그래도 통영이나 여수보다는 나으니까.....
예전에 촬영하느라 와서 차로 이동했던 길을 직접 달리는 감회는 남달랐다.
페이스메이커 무시하고 그냥 내 나름대로 달렸다.
잘 달리다가도 급수대에서 속도를 늦추고 물컵이나 간식을 들 때면 무릎이 아팠다.
규칙적으로 달리다가 불규칙적인 동작이 나오니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같았다.
알고 있었다. 달리다 보면 25킬로 표지판이 나오고, 30킬로, 35킬로 표지판이 나온다는 사실을...
어쨌든 40킬로미터까지만 달리면 되었다.
40킬로미터 이후부터는 인간이 아닌 신이 달리니까.....
그런데 해남땅끝마라톤의 마지막 2.195킬로미터에서는 좀 지친 신이 찾아왔나 보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내 등에 올라타고 속도를 늦추는 심술을 부렸다.
솔직히 풀코스보다 더 힘든 게 있었다.
고구마 감자 한 상자와 배추 세 포기를 들고 집까지 오는 데 아주 진을 뺐다.
대중교통 이용할 때 교통카드 찍기도 힘들고......
돌아오는 길에 대전 신갈 다 들러 서울역까지 오니 쉽지 않았다.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2007년 납세자 마라톤 기념 티셔츠
속옷: 2011년 고양중앙국제마라톤 뉴발란스 기념 티셔츠
신발: 아식스 타사게일 와이드2 마라톤화(풀코스 전용)
장갑: 지하철에서 구입한 코리아 장갑(천원짜리)
바지: 아식스 반바지
양말: 아디다스 중목
목도리: 내셔널 지오그래픽 버프
테이핑: 오른쪽 무릎 두 줄/ 왼쪽 종아리 세 줄..... (선물받은 것)
17번째 풀코스 마라톤 완주.... 생애 첫 2월 풀코스 마라톤 도전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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