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생활이다

마라톤 풀코스를 포기하게 되는 과정(2024/02/22~25)

HoonzK 2024. 2. 29. 12:06

 2024년 2월 22일 새벽에 내리던 비가 눈으로 바뀌었다. 습설이라 쌓이면 쌓일수록 시설물 피해가 심해질 우려가 컸다. 안 그래도 누수가 심한 옥상을 방치해서는 안되겠다 싶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1시간 가량 눈을 치웠다. 덩어리진 눈이라 작업하는 데 전보다 힘들었다. 제설작업을 마치고 숨돌릴 틈도 없이  마라톤 풀코스 사흘 전이니 간단하게라도 러닝을 해야 했다. 고단했지만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 오면서 6.24킬로미터를 달렸다. (원래 6.25킬로미터를 달린 것으로 기록하고 싶었는데......)

 오후에는 패트병을 쓰레기 봉투로 바꾸어 왔다. 이번 주에는 쉴까 하다가 패트병을 부지런히 챙겨 동사무소에 가져갔다. 무리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당일 밤에는 영화 <파묘>를 보게 되어 있었다. 22시 20분부터 다음날 0시 44분까지 상영되었다. 14일 전 스피드쿠폰으로 어렵게 예약했던 영화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피곤을 무릅쓰고 영화를 보았다. 몰입감이 좋아 전혀 졸지 않았다. 그게 더 문제일 수도 있었다. 

 2월 23일에라도 휴식을 제대로 취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가스 안전 점검 방문이 있다고 하니 일찍 일어나야 했다. 나흘 동안 눈비가 내려 고물상에 가지 못해 재활용품을 모두 지하실 입구에 밀어 넣었더니 보일러쪽으로 진입하는 길이 완전히 막혀 있었다. 입구를 열려면 일단 고물상에 다녀와야 했다. 가스 안전 점검은 문제없이 잘 받았다. 고물상에 가져갈 재활용품은 더 남아 있어 한번 더 고물상에 다녀오게 되는데 이게 문제였다. 과로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감기 기운이 몰려왔다. 결국 앓아 눕게 되었다. 그렇다고 내내 쉴 수도 없었다. 할 일이 있으니 수시로 일어나야 했다. 그치지 않는 기침을 해대면서. 대회 전날 몸은 최악이 되었다. 악착같이 몸을 회복시켜 보려고 발버둥쳤지만 결국 풀코스 출전을 포기해야 했다. 

 거기에 김채원이 소속된 걸그룹 르세라핌이 컴백한 것도 이유가 되었다. 르세라핌은 방송만 틀면 나오고 있었다. 데뷔 3년차인데 3연속 앨범 밀리언셀러 기록을 세운 걸그룹. 여가수 중 최애인 김채원이 리더로 활약하는 4세대 걸그룹. 안 볼 수가 없었다. 2월 23일 저녁에는 KBS 생방송 뮤직뱅크, 밤에는 이효리의 레드카펫에도 나오고, 2월 24일 낮에는 mbc 쇼 음악중심, 저녁에는 tvN 예능 놀라운 토요일, 밤 11시 이후에는 mbc 전지적 참견시점에도 나왔다. (2월 25일에는 sbs 인기가요, 런닝맨까지 출연했다.) mbc에는 방송 출연이 제한되어 있다가 최근에 mbc와 소속사 하이브가 화해하면서 mbc까지 출연하게 된 것이었다. (mbc에도 방탄소년단, 세븐틴, 뉴진스가 나올 수 있게 되었다.) 르세라핌 출연 방송 본방 사수에 재방송 시청까지..... 몸이 나아질 수가 없었다.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릴 줄은 몰랐다. (2024/02/22 오전)

 

옥상에 쌓인 눈

 

옥상에서 내려본 보도는 엉망이고...

 

누수가 심한 쪽부터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눈을 모을수록 무거웠다. 습설 그 자체

 

운동을 해야 하니 서둘렀다.

 

마당과 담벼락 사이에 있는 화단쪽으로 눈을 내렸다.

 

눈덮인 북한산 정상을 보는 즐거움이 있긴 하다

 

눈덮인 북한산 정상. 과거에는 이런 풍경을 보기가 무섭게 등산화 신고 백운대로 가곤 했지만..... 요즘은 아이젠을 어디 다 두었는지도 모르는데다 여유도 나지 않는다

 

제설작업 거의 마무리 단계.... 1시간 쯤 지났을 때

 

고드름이 맺힐 확률이 높은 천막 위도 치웠다. 늘 하던 대로.

 

제설작업을 마친 후 동대문도서관에 왔다. 도서관 5층에서 내려다 본 설경

 

도서관에서 나와 뛰기 시작했다. 청계천, 성북천을 거쳐 아리랑도서관에 들렀다가 글빛도서관까지 달리는 것으로. 6킬로미터 남짓.
청계천변이다. 러닝 조건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풀코스 사흘 전이니 달려야 했다.

 

가끔 청계천을 보면서
청계천을 따라 꿋꿋이 달리며

 

성북천쪽으로 꺽기 직전

 

달리고 난 후 길음시장에서 순대국을 먹었다.

 

젖은 옷은 갈아입은 다음이지만 발은 흠뻑 젖어 있었다.

 

CGV 수유에서 영화 [파묘]를 보았다. 매우 늦은 시각이었지만 관객으로 영화관이 거의 꽉 차 있었다.

 

2024년 2월 23일 오전 급히 수레를 몰았다. 117킬로그램의 파지.

 

파지를 팔고 돌아오는 길에 파지를 습득했다.

 

집에 돌아오는 5백여 미터 구간에서 수집한 파지가 이렇게 많았다.

 

집을 비워야 하는데 또 채우게 생겼다.

 

파지를 팔고 온 후 가스 안전 점검 방문이 있기 전까지 M COUNTDOWN에서 르세라핌의 컴백 무대를 재방송으로 보았다. 전날 저녁에도 본방송으로 보았는데 또 보았다.

 

르세라핌. 왼쪽에서 두 번째가 김채원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초대되는 미국 코첼라 무대에도 선다고 한다. 우리나라 걸그룹으로는 블랙핑크에 이어 사상 두 번째.

 

런닝맨에 출연한 세 명의 멤버. 개인적으로 김채원은 흑발 단발이 더 좋은데

 

흑발 단발의 김채원


 

mbc 쇼 음악중심 데뷔 후 첫 출연(2024/02/24)

 

가스 안전 점검을 받은 후 또 한번 수레를 몰았다. 2024년 2월 23일 오후
오전에 바람을 넣으면서 126킬로그램의 파지를 싣고도 바퀴 상태가 잘 유지되었다.

 
 

풀코스 출발이 9시 30분이었지만 12시 20분경에 대회장인 여의도 이벤트광장으로 갔다. (2024/02/25)

 

10킬로미터 정도라도 뛸 생각으로 갔지만 몸 상태가 아직 좋지 않아 그저 걷기만 했다.

 

지난 해 12월 2일 풀코스를 달릴 때 보았던 '퐈이팅'이라는 문구가 이날도 있었다.

 

최근에 세워진 거리표지판

 

서강대교

 

마포대교 방향으로 사진을 찍어봄

 

즉석라면이라도 먹을까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풀코스 3시간 30분 이내 주자들이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성하형을 만났는데 이 날 3시간 27분대로 달리고 있었다.

 

이날 희수형님은 4시간 2분대라 아깝게 서브4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하늘 보면서 걸었다.

 

골인 지점.
간식과 완주메달만 받아왔다. 지난 12월 2일 대회와 같은 주최팀이라 라면이라도 두 봉 더 받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갔는데 그런 건 없었다.

 

완주메달, 마음에 들었다. 2.5킬로미터 완보 메달을 받은 셈이겠다. 이번 메달에는 달린 거리 표식이 없었다.

 
 

 
 

너무나 익숙한 코스. 코스 운용 계획을 꼼꼼하게 짜 놓았지만..... 끝내 달리지 못한 구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