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린 건 아니고. 시리즈를 쓰고 있다.
달린 건 아니고를 시작한 것이 바로 지난 해 JTBC 서울마라톤 포스팅부터인데......
JTBC 서울마라톤 참가신청을 하지 못했다.
5월 9일 접수 당일 오전에 선착순 마감되었고, 추가 접수가 있었던 10월 11일에는 접수에 필요한 러너블 앱을 까는 사이 마감되어 버렸다.
집에서 쉬거나 대회장에 놀러가거나..... 뭘 해도 좋지만..... 응원 나가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아마 새벽 6시 15분경 대회 출발지로 이동하는 로운리맨님의 카톡 문자가 없었다면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로운리맨님은 내게 대회장에 혹시 나오느냐고 물었다. 그 말이 왜 나와달라는 말로 들리는지.... 군자역에서 지원이 필요하냐고 되물었더니 군자역은 21킬로미터 지점(사실 25킬로미터 지점이었음)이라 지원을 해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30킬로미터 전후가 될 천호역으로 가서 콜라를 대기시키고 있겠다고 했다. 컨디션이 좋은 상태라 최고 기록을 세울 수도 있다고 판단하여 2시간 20분이면 30킬로미터 지점을 통과한다고 계산했다. 그에 늦지 않게 이동했다. 지난 해는 출발지부터 갔지만 이번에는 경유지로 가는 것이니 여유가 있었다.
이동하면서 로운리맨님의 이동 기록을 체크했다. 첫 5킬로미터가 25분 11초였다. 당초 서브 330에 여유가 있을 거라고 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였다.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고, 전날 낮잠 1시간 잔 것 빼고는 전혀 잠을 자지 못한 것이 원인일 수 있었다. 10킬로미터는 50분 10초였다. 조금 빨라지긴 했으나 3시간 29분대에서 좀 빠지는 기록이었다. 수시로 myresult.co.kr에 들어가 기록 추이를 살피는데 로운리맨님과 동명이인이 한 사람 더 있어 이후엔 배번호인 2128로 검색하게 되었다.
10~15킬로미터: 25분 55초
15~20킬로미터: 26분 20초
페이스가 느려지고 있었다. 하프는 1시간 48분 30초였다. 서브 340 페이스까지 떨어져 있었다. 20~25킬로미터는 28분 22초. 이건 서브 4까지 떨어진 것인데.....
천호역 6번 출구에서 기다렸다. 아침으로 황태콩나물국밥을 먹었다. 우산을 쓰고 비를 피해야 했기 때문에 책을 읽지는 못했다. 아주 빠른 주자부터 내내 보게 되었다. 중간 일탈이라면 다이소 천호본점에 들어가 쇼핑한 것 정도. 그때가 3시간 전후의 기록을 가진 주자들이 지나갈 무렵이었다. 3시간 10분 페이스의 주자들부터는 내리 보았다. 3시간 20분, 3시간 30분, 3시간 40분 페이스 주자들이 지나가고 난 뒤에는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로운리맨님이 어떤 유니폼을 입고 있는지 파악한 상태이니 놓치지 않기만을 바랬다. 나 말고도 주자들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젊은 친구들은 자신의 동아리 주자들을 아주 요란할 정도로 응원했다. 아마 그런 응원을 받으면 없던 힘도 날 것 같았다. 혹시 나를 못 보고 그냥 지나갔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무렵 로운리맨님을 찾았다. 새벽에 사진을 보내 주었던 바로 그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왼팔이 우산에 붙들려 있어서 오른팔을 내저으며 내 소재를 알렸다. 시선을 마주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잠시 달리기를 멈춘 로운리맨님은 콜라 두 모금을 마신 후 그만 뛰고 싶다고 했다. 일부러 응원까지 나왔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끝까지 안 뛰면 미워할 거야, 라고 소리치며 등을 떠밀었다. 로운리맨님이 떠난 후 4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 그룹까지 보고 자리를 떴다. 성하형을 비롯하여 우리 동네 버스 기사까지 볼 수가 없었고, 고래고래 소리치며 응원해도 반응이 없는 은수형님은 눈 한번 마주치지 못했다. 달리기가 힘들어 주변을 살피는 여유가 전혀 없어 보였다.
강렬한 우중주를 뒤로 하고 종합운동장으로 가는데 전철에서 중도 포기한 주자들 여러 명과 동행했다. 천호역이 풀코스 완주 최대 고비 시점인 30킬로미터 전후이니 포기하는 사람이 비교적 많은 지점인 것 같았다. 배번을 떼어 아주 작게 접은 사람부터 개의치 않고 배번을 단 채로 있는 사람도 있었다. 다들 차비는 미리 챙겼나? 나도 생애 첫 풀코스를 뛸 때 혹시나 해서 교통카드를 주머니에 넣고 있기는 했지만...
종합운동장역을 빠져나온 뒤에야 오늘 골인 지점이 대로 앞으로 바뀌었음을 알게 되었다. 일부러 종합운동장쪽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골인 지점 주변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42킬로미터 지점까지 걸어가서 골인을 코 앞에 둔 주자들을 응원하다가 버거킹에 들어갔다 나왔다. 차로로 자꾸 내려오는 응원객들이 많아 경찰들은 애를 먹고 있었다. 올라가세요, 라는 외침. 동어반복하다 지칠 것 같았다. 통제하는 경찰이 다가오면 응원객들은 눈치를 보고 '비상, 비상'하고 속닥거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경찰이 멀어지면 나오지 말라고 했던 자리까지 도로 내려와 아주 열광적으로 지인들을 응원하였다.
사정없이 페이스가 떨어질 것 같았던 로운리맨님은 서브 4 자존심은 지켰다. 응원을 받은 후 페이스가 회복되었는데 사정없이 떨어지던 페이스가 개선된 것이 매우 고무적이었다. 응원 덕분이었다고 하니 나로서도 보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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