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서울마라톤이 비대면이 아닌 정상적으로 열렸다. 풀코스 7천명, 풀코스 릴레이 10,000명, 10킬로미터 15,000명이 참가했다. 풀코스 참가비를 무려 10만원으로 인상한 대회로 우리나라 최초로 풀코스 참가비 10만원 기록을 찍었다. 비싸져서라기 보다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나는 불참했다. 대신 응원에 나섰다. 27킬로미터 지점인 군자역에서 로운리맨님에게 콜라를 지원하는 것으로. (같은 날 열린 르세라핌 팬미팅 입장권 가격 99,000원과 비슷해진 참가비)
조금 늦게 일어나 군자역으로 가도 되지만 일찍 일어나 광화문광장으로 갔다. 끝내 로운리맨님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휴대폰을 보관했을 로운리맨님을 연락해서 만날 길은 없어서, 처음 있었다던 이순신장군 동상, 물품보관 6번 차량 주변을 맴돌고 B그룹 집결지를 살폈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다. 어떤 복장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군자역에서 쉽게 찾을텐데..... 이것 참. 출발할 때 주자들 사이에서 찾아내어 복장을 확인하기로 하고 출발지에서 3백여 미터 이상 앞으로 나가 기다렸다. 4년만에 사회자 마이크를 잡으니 감개무량하다는 배동성씨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들으며 엘리트 선수, A그룹, B그룹, C그룹 출발 광경까지 보았다. B그룹이 출발해 앞으로 달려올 때 로운리맨님만 찾고 있었다. 3분의 1, 3분의 2 인원이 지나가고 난 다음, 믿을 수 없지만 로운리맨님을 찾아 내었다. 지난 해 JTBC 서울마라톤 때와 똑같은 주황색 싱글렛에 검정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군자역에서는 찾기 쉽겠어. G그룹에서 출발할 희수형님은 보지 못하고 지하철을 탔다. 5호선을 타고 쭉 가면 되니 편했다. 30분만에 군자역에 도착하여 순대국을 먹고 콜라를 준비했다. 500밀리 가운데 200밀리만 남겼다. 식당에서 나오니 9시 20분도 되지 않았다. 잠시 후 엘리트 선두그룹이 오고 있었다. 그들을 보고 난 다음에는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로운리맨님이 3시간 10분대로 뛰고 있을 경우 1시간 뒤에나 만날 수 있었다. 길 한켠에 서서 책을 읽었다. 독서 집중을 방해한 것은 담배 냄새였지만 딱 한 차례였을 뿐이다. 3시간 페이스메이커가 지나갈 때 잠깐 길쪽으로 갔다가 돌아왔다. 3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뛰는 주자 가운데 아는 사람이 있었다. 밤차로 올라왔을 법규님이었다. 법규님은 나를 보지 못했다. 주자들 사이에 숨어 있어 사진 찍기도 힘들었다. 내가 본 사람이 법규님이 맞을까 의심스러웠지만 등에 적힌 본명을 보고 잘못 보지 않았음을 알았다. 법규님은 메이저 마라톤 대회에서 처음으로 서브 3 주자가 되었다. 동아마라톤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것 아닌가?
로운리맨님의 위치는 스마트칩으로 따라갔다. 9시 50분경 22.07킬로미터 지점을 지나고 있었다. 20킬로미터까지 5킬로미터 페이스는 4분 44초, 4분 41초, 4분 40초, 4분 42초였다. 8시 6분 18초 출발했으니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11시 25분 18초에 도착하는 예상 기록이 산출되었다. 3시간 19분의 기록. 메이저 대회 생애 첫 서브 320이 가시화되고 있었다. 10시 12분경 26.62킬로미터를 지나고 있다고 했을 때부터는 몹시 긴장했다. 반드시 미리 알아 보고 손을 흔들어 콜라를 건네주어야 했다. 3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 그룹이 지나간 뒤 곧 로운리맨님을 찾을 수 있었다. 로운리맨님은 페메 그룹과 섞여 있으면 자신을 찾기 어려울까봐 일부러 뒤쪽에 떨어져 달렸다고 했다. 파란 풍선을 단 배낭을 메고 앞을 살피다가 로운리맨님을 발견하고 패트병 콜라를 높이 들어올려 로운리맨님을 불렀다. 콜라를 받으면서도 로운리맨님은 마시고 난 후 패트병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냥 버리세요. 노변에 버려진 패트병과 뚜껑, 그리고 남은 콜라는 내가 수습했다.
이제 잠실종합운동장으로 가는 일이 남았다. 이동하면서도 기록측정 앱을 열어 로운리맨님의 위치를 파악했다. '밟아줘 highway highway. 멋진 결말에 닿게(行こう highway highway. 最高の結末へ.)'를 속으로 응얼거리면서. 30킬로미터까지 유지되던 4분 44초의 페이스가 4분 47초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종합운동장 앞 주로를 막은 바리케이드 한쪽에 자리잡은 뒤 수시로 로운리맨님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이미 지났을 40킬로미터 지점의 통과 기록이 찍히지 않았다. 현재 예상 위치가 42.2킬로미터라고 하여 이미 골인했다고 나오는데 40킬로미터 기록은 나오지 않았다. 혹시 부상으로 걷고 있을까, 아니면 중도 포기한 것일까?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며 햇볕을 손으로 가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11시 31분경 인상을 잔뜩 쓰고 후반을 견디고 있는 분이 나타났다. 비록 3시간 10분대는 놓쳤지만 3시간 20분대는 가능했다. 벌써 40킬로미터 지점을 통과했을텐데 기록 측정 앱에는 뜨지도 않고.....
잠실 보조경기장으로 로운리맨님을 마중갔다. 가는 도중에 앱을 열었더니 3:27:30의 기록이 찍혀 있었다. 후반에 떨어진 페이스가 아쉬웠다. 내가 콜라를 전해줄 때까지는 좋았는데....
로운리맨님과의 뒷풀이. 잠실새내역 용추골 순대국집에서 순대국을 먹었다. 막걸리 한 잔도 했다. 나는 하루에 두 번 순대국을 먹은 셈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3시간 35분대로 골인한 성하형, 쥐가 났지만 4시간 27분대로 골인한 희수형님과는 통화만 했다. 오늘은 로운리맨님만 응원하러 나온 날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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