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25분 성하형이 문자를 보내왔다. 뚝섬 가느냐고? 자신은 풀코스 달릴 준비를 하고 지하철을 탔는데 너무 일찍 가는 것 같다고 했다. 이렇게 연락해 온 이유는 내게 배번을 주기 위해서였지만 결국 배번은 내게 전달되지 못했다. 내가 너무 늦게 대회장에 도착했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뚝섬 대회장에서 출발하여 집까지 뛰어오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배번은 처음부터 필요없었다. 성하형이 풀코스 출발점을 지날 때 얼굴만 보았다. B그룹에 위치한 로운리맨님도 만나 대회장으로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풀코스 주자가 출발한 뒤 나도 달리려고 했지만 도무지 뜀걸음이 되지 않았다. 걷는 것마저도 터덜터덜 발이 끌리는 모양새였다. 속도 좋지 않아 화장실에도 들렀지만 고단함을 견딜 수 없었다. 걷다 보면 뛰는 분위기에 이끌려 결국 뛰게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매우 느리게 뛰는 주자 한 명을 찍어 따라가면 되겠다 싶었는데 그럴 수조차 없었다. 풀코스, 32킬로미터, 하프, 10킬로미터 주자가 지나가는 것을 한강변 보행로를 따라 걸으며 그저 지켜보다 표지판이 나올 때마다 사진찍는 게 일이었다. 5킬로미터 표지판까지 찍었다. 절대적인 휴식이 필요하다는 신호는 전날 왔었다. 코를 풀면 피가 났고, 목에서 피까지 나왔다. 무조건 쉬었어야 하는 날이었다. 끝내 응봉역에서 전철을 타고 귀가하고 말았다. 중랑천 따라 뛰며 반환해서 돌아오는 지인분들 응원하려던 계획은 무산되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몸을 가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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