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30분. 비가 내리고 있었다.
괜히 간다고 그랬나? 더 자도 되는데.
지금이라도 기상 때문에 못 간다고 할까?
하지만 움직였다. 우산은 챙기지 않았다.
갈아입을 옷과 읽을 책, 마실 물까지 배낭에 담았는데 우산까지 감당하기는 버거웠다.
비가 계속 내리면 비를 맞고 한강변과 안양천변을 뛰는 것으로.......
이주 전과 마찬가지로 여의도이벤트광장으로 갔다. 비는 별로 내리지 않았다. 비는 눈이 되었다. 보통 눈이 내리다 낮에는 비가 되기 마련인데 날씨가 반대로 가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추워진다는 뜻인데 지난 1월 1일보다는 덜 추웠다. 티셔츠 한 장을 벗은 것이 새해 첫날보다 1킬로미터 짧게 달렸을 때였다. 두꺼운 티셔츠를 배낭에 넣는 대신 500ml 생수는 밖으로 빼어내니 지고 달리는 무게가 비슷해졌다.
지지부진하지만 꾸준히 달렸다. 궂은 날씨 덕분에 자전거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다.
거의 열흘만에 달리는 것이니 스피드는 내내 자제했다.
안양천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눈이 펑펑 내렸다. 도림천까지 가지 않아도 공원사랑마라톤 참가자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도림보도육교가 내려앉으면서 대회 코스가 안양천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궂은 날씨에는 도림천 마라톤로가 위력을 발휘할텐데 참가자들이 힘들 수밖에 없어 보였다. 양화교 아래에서 급수 담당하는 분과 잠깐 만나 대화를 나누고 눈 속으로 들어갔다. 로운리맨님은 어디쯤 있을까, 혹시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닐까 긴가민가하면서 앞을 살피는데 눈이 앞에서 들이치니 전방 시계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목동교 부근에서 로운리맨님이 나를 먼저 알아보았다. 그 이후 레이스가 끝날 때까지 만나지 못했다. 도림천에 가서 휘어버린 육교를 살피느라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면서 시간을 많이 잡아 먹은 탓이었다. 안양천쪽으로 다시 달려나갈 때는 서로 엇갈려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로운리맨님을 만나면 바로 반환해 올 계획이라 로운리맨님은 움직이는 반환점이었다. 오목교, 목동교 아래를 지나도 만나지 못하자 더 이상 가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되돌아 뛰기 시작했다. 그 즈음 로운리맨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벌써 골인해 있다고..... 14킬로미터 쯤 뛰고 말 거리가 18킬로미터로 늘어나게 되었다. 열흘만에 달리는 것 치고는 꽤 많이 달린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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