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생활이다

새해 첫날 아침 달리기(2023/01/01)

HoonzK 2023. 1. 9. 17:33

새벽 3시 30분까지 버티다 자는 바람에 몹시 졸렸다. 3시간도 못 잤지만 운동은 해야 했다. 1월 1일이니까. 오후가 아닌 오전에.

한강 위에 떠오른 새해 첫날 태양을 보고 우주소녀의 뮤직 비디오 <이루리>를 틀었다.

As you wish
Everything you wanted
..... 이뤄져
이제 좋은 일들만 이렇게
네가 바라는 대로
느낌이 오는 대로
....
이루리 이루리 La
이루리 이루리 La
모두 다 이뤄질 거야

가사 때문에 새해 벽두에는 음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는 곡이었다.
1월 1일이 되자마자 순위권에 들지 못했던 노래가 50위 이내로 올라왔다. 우주소녀에게는 새해 연금송같은 것일 듯.
노래를 들으며 태양을 등지고 달리기 시작했다. 여의도이벤트광장에서. 목적지는 도림천이었다. 대략 11킬로미터를 달려야 했다. 체감온도가 영하 8도 전후이니 추웠다. 한강이 얼어 있었다. 다이소에서 구입한 3천원짜리 방한 작업용 장갑이 보온 역할을 해 주었다. 달리기 시작하니 곧 땀이 났다. 양화대교 3.5킬로미터 지점에서는 티셔츠 한 장을 벗어도 되었다. 벗은 티셔츠를 배낭에 넣으면 무게 때문에 애먹을 것 같아 안양천을 만날 때까지는 손에 들고 뛰었다. 배낭에 책을 두 권이나 담아온 것을 후회했다. 안 그래도 지지부진한 스피드가 더 떨어지고 있었다. 뛰다가 주자들을 많이 만났다. 맞은편에서 오는 달림이도 있었고, 뒤에서 치고 나오는 달림이도 있었다. 광화문 페이싱팀은 안양천에 들어섰을 때 만났는데 과거 도움을 많이 받았던 페이스메이커들이 보였다. 굼뜨지만 꾸준히 달려서 안양천을 벗어났다. 도림천 하류는 꽁꽁 얼어 있었다. 지난 해 보았던 아이스하키 청년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도림천 상류쪽으로 감아돌면서 11킬로미터 이상을 뛴 셈이었다. 쭉 올라갔다 내려와 하프를 채울 요량이었다. 9시 정각에 하프를 출발했을 로운리맨님은 대회 출발점에서 5킬로미터를 지나기 전에 만나리라 예상했다. 요즘 페이스로 보았을 때 4킬로미터 지점부터 긴장하고 살피고 있어야 했다. 실제로 로운리맨님은 5킬로미터를 지나기 전에 만났다. 32킬로미터를 달리겠다고 한 희수형님은 만나지 못했고, 풀코스를 달리겠다고 한 성하형은 새벽 4시 반경에 출발했기 때문에 이미 레이스를 마치고 돌아가는 바람에 만나지 못했다.

2023 계묘년 새해맞이 마라톤대회. 나는 대회 참가 바람만 잡아놓고 정작 출전 신청을 하지 않았다. 대회 참가 신청 마감이 12월 23일이었다. 크리스마스 당일이 되어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기념품이 현장 배부라 대회일 사흘 전까지도 접수를 받을 줄 알았는데.... 대회 본부에 전화로 추가 접수나 현장 접수가 가능하냐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미리 접수하지 뭐했느냐는 말만 들었다.

하프 선두 주자를 선도하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아는 체 했다. 매우 반가워하고 있었다. 대회장에서 자주 뵙는 종오님이었다. 하프 주자들이 속속 다가오는데 다들 배번이 20**이었다. 2023번이 있을 것 같아 눈을 부릅뜨고 찾았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2023 주자를 만나면 2023년에 2023이라 번호 좋네요, 라는 말을 꼭 하고 싶었는데......

과거 징검다리 데크가 있던 곳까지 쭉 올라갔다. 신대방역 부근에서 다리를 건너 도림천 하류를 따라 쭉 내려올 생각이었다. 이미 시간을 많이 잡아 먹어버려 속도를 조금 올려야 했다. 건너편에서 나란히 달리며 손을 흔들어주던 참가자가 있었는데 누군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어쨌든 하프 정도는 달린 후 로운리맨님과 희수형님을 만났는데, 용왕산마라톤클럽의 홍프로님도 뵐 수 있었다. 네 사람이 순대국을 먹으며 신년 모임을 가졌다.

여의나루역

이미 8시가 넘어 해는 떠버렸다. 63빌딩이 보인다.

여의도이벤트광장

계묘년 새해 첫날 태양을 보고 나서.....

이제 달리려고 한다.

아침 태양을 등지고 달리는 중이라 그림자가 길다.

한강이 얼어 있었다.

양화대교 아래에서 웃도리 하나를 벗었다.

성산대교. 5킬로미터를 달렸다는 뜻.

월드컵대교가 보인다. 완공된 월드컵대교를 이 방향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안양천을 거쳐 도림천을 만났다.

도림천은 얼어 있었다.

맹렬하게 스퍼트해 오는 주자가 있었다. 2031번 로운리맨님이었다.

요즘 기록이 다시 좋아져 1시간 34분대까지 들어갔다. 지난 여름 2시간 10분대로 달린 분이 맞을까?

좌회전하라는 표지판을 만났지만 나는 더 나아간다.

신대방역을 지나 만나는 다리까지 나아간다. 과거 징검다리가 있던 곳이었다.

달린 지 2시간 30분이 넘었다. 워낙 느리게 달렸지만 하프는 채웠다.

하프 반환점 표지판이 있었다.

반환점 간식 급수대. 참가자가 먹어야 할 간식을 비둘기들이 노리고 있다.

대회장에 왔다

아치가 터졌나?

잠시 후 아치가 다시 세워져 있었다.
순대국 회식이 있었다.

희수형님과 로운리맨님이 덜어준 밥까지 말아서 아주 푸짐하다.

희수형님이 준 떡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