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댁 전화기는 여전히 말썽이다. 어디 걸 수도 없고 걸려온 전화도 없다. 우스개 소리로 집 전화로 보이스피싱당할 일은 결코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 해 새로 구입했던 맥슨 MDC 970 전화기가 불통이라고 유무선 혼용이 아닌 유선 전화 하나만 새로 사서 끼우라고 아버지께서 연락해 오셨다. 1년밖에 안 된 전화기가 문제라 전화기가 문제일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맥슨 AS 센터에 전화해서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음을 알았다. 전화기 불량이냐, 회선 불량이냐. 전화기가 불량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고 연락을 달라고 했다. 옆 집에 전화기를 가져가 연결해 보고 상태를 확인해 보라고 하는데 좀 난감했다. 결국 20년 단골인 휴대폰 대리점 사장에게 부탁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쉽지 않았다. 사장의 얼굴에는 난감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는데 전화선을 연결하는 게 쉽지 않다는 데 있었다. 여기 찾았다 저기 찾았다 애를 먹다가 간신히 전화기를 연결해 전화기는 잘 작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화기의 문제는 아니니 전화국에 고장 신고를 하면 되는 것이었다. 고장 신고를 어디에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부모님은 어디와 계약되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최근 고지서를 받아 본 적이 없어서 더욱 더 알 수 없었다. 미아전화국, 114, 케이블 방송국에 전화해 보아도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다. 케이블 방송 계약 담당자는 전화를 받지도 않았고 답도 해 오지 않았다. 114 SKT 고객센터에서는 친절하게 집전화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있는 세 군데 전화번호를 모두 알려주었다. SKT, LG, KT. 세 군데 일일이 전화를 걸어 부모님댁 전화가 어디와 계약이 체결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다소 1차원적인 해결 방법을 써야 했다. 어떻게든 알아보려고 아버지의 휴대폰을 갖고 와 문자 내역을 살폈더니 아버지는 자신의 휴대폰을 가져가 뭐하느냐고 역정만 내실 뿐이었다. 집 전화가 되게 하라고 했더니 자신의 휴대폰을 건드리는 이유가 뭐냐고 하시며. 휴대폰을 통하여 야구 시합 사전 정보를 파악해야 하는데 왜 휴대폰을 가져갔느냐고 호통만 치시고 있었다. 요즘 들어 귀가 잘 들리지 않으시니 휴대폰으로 날아온 집 전화 사용 요금 통지서 내역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고 아무리 설명해본들 소용이 없었다. 늘 이렇다. 집 문제는 늘 이렇다. 온갖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이리 저리 전화를 돌리고,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KT 전화국에 고장 신고를 하는데 통화 대기 시간이 8분 가까이 되었다. 마냥 기다릴 필요는 없이 추후 연락을 받겠느냐는 인공지능 목소리에 그러겠다고 답했다. 동생과 통화하며 문제해결을 모색하는데 KT 전화국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집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KT와 계약이 되어 있는지 물었다. BHC 치킨에 가서 교촌치킨 쿠폰을 내밀었던 일처럼 되지는 않기를 바라며. 운좋게도 KT와 계약이 되어 있었다. 고장 수리 접수까지 마쳤다. 일요일 오후 4시에 방문이 가능하다고 했다. KT 서비스나 장비와 관계없는 전화기의 문제일 경우 출동비 11,000원이 부과될 수 있다는 공지가 있었는데 그럴 일은 없었다.
A/S 방문 내역을 일부 복사하여 아버지 휴대폰으로 보내드렸는데 아버지는 방문하는 기사의 정보가 없다고 내게 따졌다. 흐흐흑.
KT 서비스 기사는 일요일 오전에 방문하면 안 되겠느냐고 전화를 걸어왔다. 밖에 나와 있으니 안되겠다고 했다. 오후 4시에서 오후 2시로 당기는 게 최선이었다. 기사는 옥상을 가로지르는 전화선 가운데 두 군데가 낡아서 끊어져 있음을 찾아내고 잘 연결한 뒤 박카스 병 두 개를 찾았다.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완전히 새 회선을 설치하면 안될까 싶었지만 그냥 박카스 빈 병 두 개를 찾아서 갖다 주었다.
전화기는 잘 쓸 수 있게 되었다. 통화 품질도 최상이 되었다. 지지직거리며 통화 내용을 파악하는 데 몹시 힘들었던 것은 아예 과거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 해 폐기한 삼성 전화기는 억울하게 버려진 것이었다. 회선이 문제였지 전화기가 문제는 아니었는데..... 새 전화기를 사서 설치한 후에도 음질이 좋지 않았을 때 고장 신고를 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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